지난해 팬텀 엔터테인먼트의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으로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모두 초우량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명 스타가 A회사에 투자했다”는 소문만 나돌아도, A회사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할 정도로 톱스타들이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연예 관련주, 투자 주의보’까지 내리고 있는 상태. 실제로 연예인들이 자신의 소속사 지분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겼거나, 수억원대의 주식평가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로 단숨에 ‘주식 갑부’가 되는 연예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코스닥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에 손을 뻗어 ‘큰 손’ 으로 불리며 이익을 남기고 있는 연예인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저한 사업가’ 배용준
최근 연예인들 가운데 주식평가액으로 1위는 역시 배용준이다. 3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키이스트의 대주주인 배용준의 주식 평가액은 무려 664억원(5월 2일 기준). 이미 한류 스타로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그는 대중의 사랑으로 먹고 사는 ‘스타’이외에 사업가적인 면모를 발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미 연예인보다 사업가로서의 눈과 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배용준. 그의 레이더망이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놓칠 리가 없다.
현재 소속사도 자신의 매니저들과 함께 운영해 왔을 정도로 사업수완을 발휘해온 배용준.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몇 천 원대에 머물러오던 코스닥 상장기업 ‘오토윈테크’를 인수, 키이스트로 회사명을 바꾸고 배용준 콘텐츠로 사업을 할 것임을 선언했다. 배용준이 오토윈테크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90억원. 하지만 이 금액은 ‘배용준’이라는 이름값 덕에 두 달여 만에 7배 가량 훌쩍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키이스트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경우 배용준의 부가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마이더스의 손’ 이수만
HOT, 신화, 보아 등의 가수를 길러낸 마이더스의 손, 이수만. 70년대 서울대 출신의 통기타 가수에서 명 MC로 이름을 날리던 이수만은 94년 현진영을 가수로 데뷔시켰으나, 그가 마약으로 구속되며 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그는 지난 95년 SM 기획을 설립, 5인조 남성 댄스 그룹 HOT를 이끌고 나와 음반기획자로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줬다. HOT는 당시 ‘10대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며 10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수만의 음반 사업 프로젝트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해외에 진출하고자 했던 이수만이 보기에 HOT는 ‘군복무’ 문제 등 장애물이 많았다. 이에 해외진출에 자유로운 여성 3인조 SES를 만들었다.
또한 보아를 만12세에 발탁해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시키는 파격적인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후 남성 5인조 그룹 신화,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톱스타를 배출하면서 이수만은 당시 ‘SM 제국의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현재 보아는 ‘걸어다니는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33%를 가지고 있는 이수만의 주식 평가액 428억원(5월 3일 기준)은 지난 10년간 SM의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이 없어 거품논란이 일고 있는 배용준의 키이스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꾸준한 노력형’ 주병진
속옷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병진은 주식으로 돈을 번 1세대에 속한다. 지난 93년 주병진이 설립한 ‘좋은 사람들’은, 97년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51.1%의 지분 중 지난해 20%를 팔고, 현재 30.5%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아직 주식평가액 115억원(5월 3일 기준)에 가까운 주식을 갖고 있다. 좋은 사람들은 속옷 회사의 브랜드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을 받으면서,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놓았다. 특히 지난 2000년 주병진의 성폭행 사건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회사의 기본 시스템이 안정적이던 이 회사는 전혀 타격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 곱게 쓴’ 박중훈
영화배우 박중훈 역시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경우다. 박중훈은 97년 IMF때 죽마고우인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비상장기업이었던 새롬기술에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새롬기술이 기사회생하며 코스닥에 등록, 99년 이를 현금화해 5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당시 박중훈은 “배우가 너무 돈을 의식하는 것은 연기에 도움이 안된다”며 주식을 과감히 팔았는데, 주가가 곧바로 곤두박질쳐 ‘행운의 사나이’로 불렸다고 한다. 박중훈의 주식 투자 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 영화진흥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영화 제작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에 10억원을 투자했는데, 지주회사인 로커스홀딩스가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하게 됐다. 이에 로커스홀딩스가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하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시네마서비스 주식과 로커스홀딩스 주식을 맞바꾸게 된 것. 박중훈은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을 벌게 됐다.
‘스타 파워’ 장동건
연예인 주식부호 열풍에 조각미남 장동건도 단단히 한몫 하고 있다. 장동건은 현재 그의 소속사인 스타엠 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상장회사인 반포텍을 통해 우회상장할 때 소속사 지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 회사의 주식이 장동건의 내임 밸류에 따라 껑충 뛰면서, 현재 스타엠 엔터테인먼트의 3대 주주(32만8,162주, 5.33%)로 있는 장동건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51억원(5월 2일 기준)이 넘는다. 장동건의 경우 지금 가지고 있는 지분이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있어 당장 차익을 챙길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스타엠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가수 비의 영상화보집 기획 및 판매권을 갖고 있는 엠엔 픽쳐스를 계열사로 편입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동건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행운의 사나이’ 손지창
과거, 미국 카지노에서 단돈 6달러로 948만달러(한화 110억원)짜리 잭팟을 터트리는 행운을 잡아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손지창. 그 역시 주식에서도 큰 수익을 얻은 적이 있다. IMF 당시 손지창은 S증권 주식에 투자, 20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손지창은 당시 외국계 자금이 S증권을 인수한다는 정보를 입수, 자금을 빌려 투자했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주당 4,000원에 샀던 주식이 한 달만에 1만6,000원까지 치솟았던 것. 이 밖에도 벤처 열풍이 몰아칠 때 10여개 가량의 장외기업에 투자, 이 중 절반 가량이 코스닥 등록에 성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틈새시장 공략’ 하지원
배우 하지원 역시 지난해 주식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원은 지난해 코스닥 등록 기업인 스펙트럼DVD에 34억원을 투자해 11.67%(66만5,000주)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하지원은 3개월후 지분의 절반가량인 36만4,000여 주를 매각,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때 하지원은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해서 공시했기 때문에 나머지 지분 30만8,000주도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단기간 높은 액수의 시세차익을 올린 하지원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 8위 권상우, 9위는 이동건, 10위는 강타가 차지하고 있다. 권상우와 이동건은 소속사가 코스닥에 우회 등록하면서 보너스 형식으로 주식을 받았다. 여리인터내셔널에서 권상우 10억원, 이동건 5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배정받았다. 강타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하면서 계약금 일부로 증자를 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식 2만주(2억 9,000만원)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최수종, 박은혜 등도 소속사인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상장사에 인수되면서 소속사 지분 보유에 따른 주식을 받으면서 각각 2억4,500만원과 1억2,000만원 상당의 주식 평가액을 기록했다.
연예인들 너도나도 ‘주식투자’
2003년에 제작된 영화 ‘역전에 산다’에 출연한 김승우는 출연료 2억 5,000만원을 영화투자사 예당엔터에 투자했다. 개그맨 강호동은 지난해 4월 코스닥 등록 업체 씨피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억원을 투자했고, 가수 조PD도 지난해 5월 7,400만원을 어울림 정보기술에 투자한 바 있다. 또 영화배우 정준호의 경우 지난달 코스닥업체 젠네트웍스의 증자에 참여해 주식 35만주를 부여받아 3배의 수익률을 올린 데 이어, 또 다른 코스닥업체 디엠티의 주식을 2억원 가량 매입하면서 투자에 나섰다.
이밖에 유오성, 이상우, 김종국, 김태우, 김명민 등 연예인들은 코스닥 기업인 젠네트웍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해 차익을 노리고 있다. 또한 전지현, 정우성, 박신양 등도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싸이더스 IHQ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또 누가 새로운 주식부호로 떠오를지 연예계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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