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르헨·일본·스웨덴 선수 일부도 호텔서 숙박

선수들의 불만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입촌 첫날부터 불거졌다.
화장실 변기가 막히고, 천장에서 물이 새고, 비상계단 전등이 꺼졌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2일 선수촌 이탈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입촌 거부나 선수촌 이탈 국가는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해 호주, 아르헨티나, 스웨덴, 일본 등 5개국이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생겨도 브라질 정부는 선수촌만큼은 ‘고급 호텔’과 다름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각국 선수들에게 막상 공개된 실상은 애물단지였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리우 조직위는 26일까지 1만8000명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머물 공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31개 건물 중 절반 가까이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선수촌은 먼지에 덮여있고, 부분적으로 마감도 잘 안된 상황이다. 화장실 변기 등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문제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선수촌 부실 이유는 ‘초치기 공사’를 진행한 탓에 수도, 가스, 전기 시설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점검도 없이 선수들을 맞다가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급기야 집단이탈 사태가 생겼다. 호주 선수단이 200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며칠간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가 보수 공사를 마치고서야 되돌아왔다.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선수단은 인부를 직접 고용해 선수촌을 정비했다. 케냐, 스웨덴 등도 시설 미비에 불만을 제기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조직위원회는 600여명을 동원해 24시간 보수에 나섰지만 선수단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리우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것은 7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개최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브라질 정치 불안정, 경기 침체, 지카 바이러스, 수질 오염, 치안 우려, 티켓 판매 부진, 테러 위협 등이 겹치면서 무사히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개최국인 브라질 선수단도 선수촌 수리가 끝날 때까지 인근 호텔에 머물렀다. 아르헨티나는 배정된 5개 층 가운데 2개 층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하며 임대 아파트를 새로 구했다.
마리오 실렌티 촌장은 선수촌 관리 책임자로서 ‘주거 불능’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서쪽의 바라 다 티주카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은 그동안 브라질의 자랑거리였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브라질은 31개 동 3604개 가구 규모의 이 선수촌을 대회가 끝난 뒤 채당 70만 달러에 민간에 분양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 조직위원장은 “몇 군데 처리할 데가 남았고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며 “선수촌 규모가 큰 만큼 완벽한 상태로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경기 시작 전에 마무리해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은 8월 5일 공식 개막한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