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리우올림픽, 성화는 올렸지만 불안감도 ‘개막’
우여곡절 리우올림픽, 성화는 올렸지만 불안감도 ‘개막’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7-31 22:18
  • 승인 2016.07.31 22:18
  • 호수 1161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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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핑 스캔들, IOC의 무관용 원칙도 훼손…국제 스포츠계 논란만 남겨
전현직 대통령 불참 환영받지 못하는 대회로 추락…치안불안감에 선수들도 불안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남미 대륙 최초의 올림픽으로 올림픽 역사상 큰 의미를 지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오는 6일(한국시간) 개막식을 필두로 명승부에 들어가지만 시작 전부터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불안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이 개회 선언을 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정국과 개막전부터 출전금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러시아까지 한몫 거들면서 이미 누더기 올림픽으로 전락했다. 리우올림픽을 흔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들을 살펴봤다.

▲ 리우올림픽 대한민구 선수단<뉴시스>
2016 리우올림픽은 오는 8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2일 폐막식까지 17일간의 여정을 시작하는 가운데 총 28개 종목 금메달 306개를 놓고 각국 선수들이 경쟁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며 사상 최초 난민 대표팀 출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지난달 28일 브라질 현지에 입성해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다. 정몽규 단장을 비롯해 본부 임원 23명, 선수단 97명으로 구성된 선수단 본진이 브라질 교민 90여 명의 환영 속에 도착했고 앞서 요트, 축구, 유도대표팀은 브라질에 도착해 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여자배구 대표팀, 29일 양궁대표팀, 30일 펜싱대표팀도 합류했다.

정 단장은 “멀리 리우까지 왔는데 그동안 준비한 대로 열심히 잘 해서 국민들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 24개 종목에 선수 204명, 임원 129명 등 총 333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선수촌 보이콧 사태
부실설비 도마 위

이처럼 각국의 선수단이 속속 도착해 선수촌에 입촌하고 있지만 부실시공 등의 논란이 이어지며 이미 선수촌 자체가 전 세계 언론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례가 드문 ‘선수촌 보이콧 파동’을 일으킨 호주 대표팀 선수단은 지난달 27일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 선수촌에 여장을 풀었지만 보이콧의 단초를 제공한 선수촌 숙소의 모습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실제 호주 선수단이 처음 배정됐을 당시 숙소의 모습’이라는 사진에 따르면 리우 선수촌 숙소는 곳곳에서 물이 줄줄 새고 곳곳에 콘크리트 잔해와 사다리가 놓여 있고 화장실은 깨진 타일 더미에 변기도 막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천장은 제대로 마감하지 않은 탓에 전기 배선이나 수도관이 노출돼 있어 불안감을 조성했다.

러시안 손 든 IOC
폭탄 돌리기 논란

하지만 리우올림픽의 시작 전부터 재를 뿌린 건 다름 아닌 러시아 선수단의 도핑 파문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체육부와 정보기관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육상선수들의 도핑을 방조하고 은폐한 사실을 폭로해 국제스포츠계를 뒤흔들었다. 이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에 대해 국제대회 전면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지난달 21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역시 IAAF의 손을 들어주면서 러시아 육상은 올림픽에서 이미 퇴출됐다.

그러나 WADA는 지난달 18일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추가 폭로하면서 러시아 전체 선수단이 출전금지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출전금지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고 같은달 24일 전체금지가 아닌 종목별 연맹의 판단에 맞기겠다며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IOC는 그간 고집해온 무관용의 원칙을 깨트리는 선례를 남기면서 리우 올림픽 이후까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러시아의 출전 금지를 주장해온 WADA는 즉각 성명을 내고 IOC의 결정에 대해 비난에 나섰다.

조지프 드 팡시에 WADA 사무국장은 “IOC는 러시아 정부가 지원한 금지약물 사용으로 러시아 스포츠 시스템을 망친 확실한 증거들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강력히 응징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IOC가 러시아 선수단 도핑 사실을 처음 알린 내부고발자인 율리야 스테파노바 선수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치욕스러운 대우’를 당하고 있는데도 그의 올림픽 출전 방법을 모색해주지 않았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드 팡시에 사무국장은 “오늘은 깨끗한 스포츠를 위해서는 매우 슬픈 날”이라고 강조하며 IOC의 부적절한 결정에 날을 세웠다.

▲ 리우올림픽 러시아 선수단<뉴시스>
푸틴에 무릎 끓은
스포츠 정신

서방 언론들도 이번 결정에 의문의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5일 이번 결정의 원인으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밀월 관계’를 꼽았다. 이미 국제스포츠계에서 두 사람이 밀접한 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3년 바흐가 IOC 위원장에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한 사람이 푸틴 대통령이다. 또 2014 러시아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두 사람은 수차례 만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도핑 파문에서도 사전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더욱이 IOC가 정치적 부담감을 각 종목별 단체에 떠넘기면서 IOC의 위상에도 금이 갔는가 하면 개별 단체들의 입장차도 엇갈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스포츠계의 큰손을 자처하면서 그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IOC 발표 직후 국제유도연맹(IJF)은 “러시아 유도 선수 가운데 도핑과 관련이 없는 선수에 대한 리우올림픽 출전을 지지한다”면서 사실상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했다.

푸틴 대통형은 IJF 명예회장을 맡고 있고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유도 스파링 파트너인 아르카디 로텐베르그가 IJF집행위원이자 유도자선재단 회장을 맡고 있어 이번 IJF의 방침에 의혹이 제기된다.

또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한 국제사격연맹(ISF)도 푸틴의 힘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SF 부회장은 러시아 최고 갑부로 손꼽히는 블라디미르 리신이다.

리신은 러시아 최대 철강업체인 ‘노보리페츠키 철강 코비나트(NLMK)의 총수이자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부회장, 러시아사격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고 푸틴과 사냥 친구로 알려질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 아직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결정하지 못한 펜싱과 레슬링도 푸틴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핑스캔들
평창올림픽도 사정권

물론 모든 종목의 푸틴의 뜻대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앞서 출전을 금지시킨 육상을 비롯해 역도, 조정, 수영, 카누, 근대5종, 요트 등 도핑혐의가 드러난 104명의 선수들이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러시아 선수단의 규모는 상당수 줄었다.

아직 출전권 박탈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10개 종목이 있어 출전금지 선수들은 더 늘어 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핑 파문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정부 차원의 약물복용은 사실상 묵인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여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미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국제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IOC는 지난달 19일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의 국제대회 개최 및 후원금지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또 21일에는 20여개 경기 단체 및 선수 위원회 수장들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출전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일부 출전 허용으로 인해 IOC가 주장하는 무관용의 원칙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뉴시스>
불안한 정국과 치안 흥행실패로 주목

이처럼 러시아 도핑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사이 리우 올림픽 역시 흥행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일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금지로 메달 색깔이 바뀌며 희비가 교차하고 있지만 몇몇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이번 파문으로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여기에 현지 불안한 정세와 치안 문제가 불거지며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흥행실패를 부채질 하고 있다.

무리한 대회 강행으로 쟁점에 서 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심판으로 직무 정지가 되면서 리우올림픽은 올림픽에서 유례 없이 한 국가의 원수가 개회 선언을 하지 않는 대회가 돼버렸다. 이와 함께 브라질 전직 대통령들도 올림픽 개막식에 모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직무 정지중인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주제 사르네이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도 측근을 통해 개막식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요동치는 정국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맞춰 치안 불안감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현지 경찰들은 지난달 4일 리우 국제공항에서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외국인들을 맞았다.

이들은 ‘봉급이 밀려 돈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리우에 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 같은 현지 소식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자 리우 주 정보는 중앙정부에 29억 헤알(약 1조 원)가량을 긴급 지원받아 밀린 경찰 월급을 지급하고 경찰차 연료비 등에 충당하기로 하는 등 치안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낮에 소년들이 날치기 강도질을 하거나 관광버스 안에 앉아 있는 외국인의 물건을 낚아채 달아나는 장면들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현지 당국의 치안대책은 도마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올림픽 위원회(JOC)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일본대표 선수단에 배포하는 등 치안대책을 수립할 지경에 이르렀다.

해당 책자에는 강도를 만났을 때 행동요령으로 저항하지 말고 요구하는 금품을 곧바로 건넬 것, 상대의 동의 없이 주머니나 가방에 손을 넣지 말 것 등이 포함돼 있어 치안사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집트 숲모기 등에 물려 주로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리우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현지 방문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라질 방문 시 유의사항을 만들어 배포했다. 브라질에 머물 경우, 전신을 덮을 수 있는 밝은 색상의 옷을 착용하고 성관계는 안전하게 하거나 아예 하지 말 것, 에어컨 시설을 갖춘 숙박 시설에 머물면서 창문과 문은 항상 닫아둘 것, 빈곤하고 인구밀도 높은 곳, 위생상태가 나쁜 지역에는 가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공포는 막강하다.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돌아온 골프 종목은 이미 남자골프 톱랭커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미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 진종오, 박태환, 박인비, 손연재 선수(왼쪽부터)<뉴시스>
던져진 주사위
10-10목표 가동

이처럼 리우올림픽이 역대 최악의 대회로 점쳐질 정도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지만 주사위가 던져진 만큼 선수들은 메달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대표팀의 첫 공식 경기는 개막식 하루 전에 열린다.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하는 축구 대표팀이 5일 오전 피지와 조별 리그 1차전을 치른다.

7일에는 골든 데이로 사격의 진종오가 권총 10m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올림픽 3연패에 도전장을 냈다.
양궁 남자 단체전에 나서는 김우진, 구본찬, 이승윤은 양궁의 첫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또 남자 유도 60kg급 김원진, 여자 유도 48kg급 정보경과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도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이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리우대표팀에 합류한 박태환은 7일 준결승이 시작되는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다.

8일에는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의 여자 양궁 단체전, 남자 유도 안바울은 남자 66kg에서 시원한 한판승을 예고하고 있다.

9일에는 재일교포 3세 유도 선수 안창림이 남자 73kg급에, 박태환은 또 하나의 주종목인 200m 자유형에 출전한다. 여자 펜싱 사브르의 김지연과 여자 유도 57kg급 김잔디도 출격준비를 마쳤다.

10일에는 사격의 김장미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11일에는 진종오가 50m 권총에, 펜싱 남자 사브르 구본길과 남자 유도 90km 곽동한도 출전한다.

12일에는 여자 양궁 개인전이, 13일에는 남자 양궁 개인전, 14일에는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이 기다리고 있다. 15일에는 레스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김현우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남자골프 최종 라운드가 치러진다.

17일에는 레스링 그레코로만형 66kgrmq 류현수가 정상에 도전하고 18일과 19일 한국선수단의 자존심인 태권도가 메달사냥에 나선다. 20일에는 배드민턴 결승전이, 21일에는 리듬체조 손연재가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하고, 같은날 박인비, 김세영 양희영, 전인지가 여자골프 금메달 사냥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선수단은 이번대회에서 금메달 10개 이상, 하계대회 4연속 10위권 달성을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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