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의료기기 시장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도 이끌어냈다. 현재 의료기기 시장에는 일부 중소기업이 진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 인내하며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해당 분야로의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5조2656억 원 규모다. 전년(5조198억 원)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2011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10.4%에 달한다. 의료기기 생산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5조16억 원으로 2014년(4조6048억 원)에 비해 8.6% 늘었다. 수출규모도 눈에 띈다. 2005년 7200억 원에 불과하던 수출 실적은 2014년에 2조7100억 원(연평균 성장률 15.96%)을 기록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는 더욱 커 보인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보건의료 수요증대로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웰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로 의료기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시장의 43.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연평균 5.4%의 성장률로 2020년엔 211조9000억 원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진출하면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알’알면서도
선뜻 들어가기가…
그간 대기업들은 이런 알짜 시장을 두고도 진출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공을 들여야 하는 시간이 필수적이어서다. 의료기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산업에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임상실험을 거쳐 기술력을 인정받고도 세계적 기업과 경쟁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당장 성과를 얻어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투자대비 늦은 성과가 걸림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성장 한계, 출혈 경쟁 등으로 이제 의료기기 시장을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그는 “대기업들이 의료산업 진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먼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막대한 자본력이 투입된다면 이미 진출한 기업에게는 타격이 되겠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중견·대기업 육성 및 산업기반으로서의 전문인력 양성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까지 의료기기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대기업은 삼성과 현대중공업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산모 뱃속 태아의 골격 상태까지 뚜렷하게 확인이 가능한 초음파 진단 기술 ‘크리스탈 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임신 초기 태아의 이상 징후를 관찰할 수 있다. 삼성은 영상의학과용 초음파 진단기기 RS80A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S-Detect’도 최근 성능을 개선해 구축했다. 단 한 번 클릭으로 손쉽게 유방 병변의 특성과 악성·양성 여부를 제시해주는 기능이다. 동물병원용 최신 의료기기도 있다. 동물용 체외진단기 PT10V는 최대 13개 항목을 동시에 검사하고 10분 이내로 신속하게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삼성·현대중공업 이미 진출
LG·신세계, 출사표 던지나
현대중공업은 로봇과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의료자동화 패키지 사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보행재활로봇인 ‘모닝워크’는 60여 명의 뇌졸중 환자 등 치료에 400여회 이상 사용됐다. 환자이동보조로봇 ‘캐리봇’은 100회 이상의 실증으로 환자 이동 시 근력절감 효과와 이용 편리성을 입증했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점쳐지는 대기업은 LG, 신세계다. 두 회사는 최근 의료기기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산하의 의료영상기기 사업부는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 관련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와 의료용 모니터가 주력 제품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 연말 제품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I&C 역시 이 분야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로 거론된다. 신세계그룹의 SI 및 IT서비스를 맡고 있는 신세계I&C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의료기기판매업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신세계I&C 역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삼성과 SK 한화 등과 같이 모바일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I&C 측은 의료기기 사업 확장을 선언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SSG페이에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수입 의료기기 비중은 여전히 60%가 넘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생산 확대 및 수출활성화 정책을 통해 의료기기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