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탑재 미사일 투발 능력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
국방부 “김정일 집권 18년간 탄도미사일 16발 발사의 2배”
北, 영공 요새화 위한 ‘북한식 미사일방어체계’ 구축한 듯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북한 김정은(金正恩)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5년 동안 탄도미사일만 31발을 시험 발사해 적어도 우리 돈 1천100억 원 이상을 공중으로 날려 버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7월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스커드(사거리 300~1천㎞) 16발, 노동(1천300㎞) 6발, 무수단(3천500~4천㎞) 6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3발 등 탄도미사일만 31발을 발사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2011년 사망) 국방위원장이 집권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16발의 2배에 해당한다.
김정은이 이처럼 탄도미사일 발사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핵 탑재 미사일의 투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정보 당국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정은이 집권 기간 쏜 탄도미사일을 비용으로 계산해 보면 우리 돈으로 1천100억 원이 넘는다.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북한이 중동국가에 수출했던 가격으로 추정하면 10억 원~20억 원에 달한다. 스커드(16발)와 노동(6발)은 22발을 발사했기 때문에 미사일 가격은 총 220억 원~440억 원으로 추산된다.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의 대당 가격은 스커드 미사일의 3배가량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대당 30억 원~60억 원인 셈이다. 지금까지 6발을 발사했기 때문에 180억 원~360억 원에 달한다. 북한이 한창 개발 중인 SLBM의 대당 가격은 스커드 미사일의 5배에 이른다. 대당 50억 원~100억 원이다. 현재까지 1발은 잠수함 사출 단계서 실패했고, 2발은 물 위에서 점화해 초기비행에 성공했다. 3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50억 원~300억 원이다.
김정은 집권 기간 발사된 이들 탄도미사일의 총가격은 1천1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한두 달 먹을 수 있는 옥수수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발사 시스템과 지원 인력 비용까지 합하면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은 1천1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3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례 핵실험 비용까지 합하면 그 비용은 수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반도의 남북 길이는 1천㎞가량이어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북한의 후방지역에서 쏴도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수도권 북방 100~200㎞ 지역에 배치된 스커드 미사일은 수도권에 위협이 된다.
사거리가 긴 무수단 미사일도 연료량을 조절하고 높은 각도로 발사하면 우리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들 미사일을 어느 장소에서든 신속히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을 100여대 보유하고 있어 동시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들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2014년 3월에는 일주일 사이 ‘프로그’(FROG) 지대지 로켓 69발을 재고 정리하듯 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소련제 지대지 로켓인 프로그를 도입했다. 이 로켓은 차량 탑재형으로 관성유도 방식으로 비행한다.
“국방비, 남한 30% 수준인 100억 달러”…
국방硏 전문가들 분석
한편, 올해 상반기 북한 정세를 평가한 결과 북한은 영공 요새화를 위해 ‘북한식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국방연구원(이하 KIDA)의 김진무·조남훈·정상돈·이호령·전경주 박사는 지난 7월 26일 공동으로 작성한 ‘2016년 상반기 북한 정세 평가와 전망’이란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은 반항공(대공)방어 능력 향상을 위해 지대공 미사일 시험발사를 본격화하는 등 ‘북한식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번개 5호’로 불리는 KN-06 신형 지대공 요격미사일 발사 현장을 지도했다”면서 “지난 5월 7일에는 국가 반항공방어체계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남한이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을 도입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는 것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 강화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의 하이테크화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KIDA 전문가들은 “지난 2013년부터 300㎜ 신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한 징후가 한미 당국에 포착된 이래 반복적인 시험발사로 200㎞ 사정거리 향상과 유도장치 탑재로 정확도를 향상시켰다”면서 “올해 말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KN-02 사거리를 향상했으며 KN-01 미사일과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 기존 순항 미사일 성능개량을 위한 꾸준한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은 지난해 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최고속력 90㎞인 파도 관통형 고속함정(VSV)을 실전 배치했고, 이 함정은 스텔스 기능과 함께 30㎜ 함포와 공격용 어뢰가 장착되어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 들어 AN-2 저속 침투기 성능개량과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의 국방비는 한국의 30% 수준인 100억 달러가량이며, 전력 증강비도 한국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KIDA 전문가들은 “이런 수준의 국방비는 민수산업보다 군수산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충실한 대북제재 이행이 의심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들 전문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과거 경험으로 미뤄 중국 정부의 충실한 이행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4월의 대북제재 이후에도 쌀값과 환율 등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아직은 대북제재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200일 전투를 추진하고 있지만, 원료와 자재가 없어 돌아가는 공장은 20~30%도 못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감 없는 주민들은 농촌 지원과 양묘장 확장 공사에 내몰리며 시간을 때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온 나라의 수림화를 위해 200일 전투 기간에 종업원 1인당 1천 그루씩 관리하는 양묘장을 모든 공장 기업마다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KIDA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5년차인 2016년에는 5월 말까지 590여 명이 탈북해 작년동기 대비 16%가 증가했다”면서 “해외식당 종업원 탈북 이후 6월 초 당과 행정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탈북 방지 강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북한은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비핵화 협상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상을 미국에 강요하고 있다”면서 “4차 핵실험과 광명성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통해 ‘대등성에 기초한 대미협상 구도’를 조성하는 한편 태평양 지역 내 사정거리에 있는 미군기지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