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ㆍ몰래카메라 등 IT 감시망 어디까지 왔나
새누리당에서 발생한 총선 공천 관련 녹취록 파문은 정치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은 것은 물론 정치인들이 아직도 공작정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한 매체가 모 대기업 회장의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보도한 것 역시 목적이 선명하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부분별한 폭로 행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들이 이렇듯 선의든 악의든 상대방을 감쪽같이 속인 채 폭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날로 진화하고 있는 카메라 장비와 휴대전화 등 ‘문명의 이기’ 덕분이다. 특히 이 기기들은 갈수록 소형화되고 있으며 화질 또한 더욱 선명해지는 등 전문가도 식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IT기기,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
카메라 기술과 장비는 한층 정교해져 일반인들까지 은밀한 범죄를 모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는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특징인데, 용산역 전자상가에서 단추·넥타이·벨트·안경서부터 모자·볼펜·라이터·자동차키 등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일상용품에 부착한 몰래카메라를 10만 원에서 40만 원 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중국 제품은 이보다 싼 10만 원 이하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몰래카메라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몰래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법체계 미비 때문이다. 몰카 제품의 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닌 데다, 전파인증을 거치지 않은 불법 제품이 많음에도 단속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파연구원 측 관계자는 “인력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접수된 건에 한해서 사후적인 단속만 벌일 뿐 시장 불시 점검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는 글자 그대로 상대 모르게 촬영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그 수법들이 더욱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추 모양의 몰래카메라. 보통 검은색의 둥근 형태로 상의 위 부분에 착용하는데, 중앙에 렌즈를 삽입하고 쵤영 시 별도의 외부기기를 눌러 켜고 끄도록 되어 있다. 촬영자는 상의 단추를 잡고 상하좌우로 돌리며 촬영한다.
만년필 또는 볼펜 모양의 몰래카메라도 있다. 검은 색 바탕에 금색 휘장이 새겨져 있는 고급형 볼펜 모양으로 볼펜 클립 부분에 렌즈를 삽입한다. 볼펜 헤드 부분을 눌러 켜고 끄게 되는데, 촬영자는 보통 손에 들거나 가슴에 꽂고 주변을 배회한다.
손목시계 모양의 몰래카메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브먼트를 포함한 고급 기계식 모양으로, 시계 전면 유리에 렌즈를 삽입하고 시계 측면의 돌림 나사로 켜고 끈다. 촬영자는 시계를 보는 척하며 작동을 하는데 필요 이상 턱을 괴고 장시간 주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자를 쓰고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기도 한다. 촬영자는 주로 야구모자를 쓰는데, 모자 중앙로고 부분에 렌즈를 삽입한다. 모자 뒤에 있는 천 속에 감추어놓은 스위치를 이용해 켜고 끈다. 모자 뒤 부분을 만지며 상대에 접근한다. 날씨와 관계없이 두꺼운 천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접근한다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
폴딩 타입의 자동차 키나 리모컨 디자인의 몰래카메라의 경우 상하단부 모서리에 렌즈가 숨겨져 있다. 버튼을 이용해 켜고 끄는데, 촬영자는 주로 탁자나 고정된 곳에 자동차 키나 리모컨을 올려놓는다.
선글라스나 안경에도 몰래카메라가 숨어 있다. 검은 뿔테 모양으로 중앙과 측면 테두리가 두껍다. 렌즈는 중앙과 측면 테에 삽입되어 있다. 측면 안경테 하부의 스위치를 눌러 켜고 끈다. 촬영자는 특정 장소를 장시간 주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화 시 스마트폰 녹취 두려워”
스마트폰 녹음은 새누리당 녹취 파문으로 이유야 어떻든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과거에는 녹음 시간도 짧았고 음질도 좋지 않았으나 지금은 원하는 시간만큼 자동으로 녹음이 될 정도로 진화했다. 스마트폰 녹취는 본인이 개입된 사안일 경우 상대방 허락 없이도 법으로 가능하게 되어 있다. 특히 법적 분쟁 시 녹취는 중요한 증거물로 활용될 수 있어 스마트폰 녹취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상태다. 문제는 상대를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의도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사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통화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한다든가 또는 아이폰 같이 기기를 만들 때 녹음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S그룹에 다니는 정영훈 씨는 “녹취가 두려워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사람을 불러들이는 데 거의 반나절을 소요한다”며 스마트폰 녹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CCTV의 진화는 가히 초특급이다. 불과 30년 전 CCTV 도입 초기에만 해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의 화질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나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고화질의 CCTV 영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이제는 CCTV가 범죄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았다. CCTV 하드웨어와 관제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경찰의 CCTV 분석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관제실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을 CCTV 카메라로 비추거나 원하는 지점을 확대하는 기술에서부터,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따라가며 비추는 CCTV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기술이 현실이 됐다. 경찰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 범죄 프로파일링 정보와 CCTV 등 실시간 정보를 융합해 범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과, 지도를 기반으로 한 치안정보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중대범죄 발생 시 ‘유시티(U-City) 통합운영센터’를 통해 강력 범죄 단속을 펼치고 있다.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유시티 통합운영센터의 CCTV 영상을 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실시간으로 띄워 사건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
CCTV로 촬영된 차량 번호를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 패턴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누군가 특정 장소를 계속 배회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등 이상 행동 패턴이 나타나면 CCTV가 이를 관제센터에 알려주게 된다.
‘CCTV 모바일 지도’도 있다. CCTV가 설치된 장소를 확인해 귀갓길에 활용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CCTV 비상벨을 눌러 경찰의 도움을 받게 된다. ‘말하는 CCTV’도 개발됐다. CCTV에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센서와 스피커를 설치해 주변에 사람이 오면 CCTV 설치 목적에 맞는 안내방송 등을 한다.
이렇듯 CCTV가 강력사건 해결과 범죄 예방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CCTV 관제기술 지능화가 국민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분별하게 수집한 영상정보 등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경찰이 전국에 있는 차량방범용 CCTV를 연결, 수배차량의 정보와 이동경로를 자동으로 추적해 검색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국민 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다.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게 돼 지나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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