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자로 인한 피해 소비자들에게 전가?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음료, 빙과류에 이어 국민 간식인 과자 값마저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제과업체를 필두로 관련 업계가 과자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번 인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주원료(곡물가 등)의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과자 값이 치솟는 원인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과업체의 수입과자로 인한 소비위축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체 측은 인건비 등의 경영비용 상승과 원가압박 등을 원인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과자 값 미스터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 A·B·C·D제과 등 4개사가 과자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인상안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는 과자 수는 총 43종으로 업체별 평균 10종이다. 인상률은 평균 10.3%에 달한다. D제과는 15종의 가격을 인상해 가장 많았다. 대용량 품목은 중량을 줄였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업체는 A제과였다. A사는 9종 가격의 평균 13.5%를 올렸다. B제과의 경우 11종 과자의 가격을 200~300원가량 인상했다. 평균 가격 인상률은 8.4%에 달한다.
가격을 인하한 상품도 일부 있었다. 다만 가격을 올린 제품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의 사랑을 덜 받는 상품들이었다. 인기 많은 상품은 가격을 올리고 비교적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상품의 가격은 낮춘 셈이다.
이런 과자업체의 꼼수에 소비자들이 시선은 곱지 않다. 가격인하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눈속임을 한다는 게 이유다. 중량을 높인 제품도 있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고 중량도 슬쩍 줄이는 상품이 더 눈에 띈다.
원재료 값 낮아졌는데
제과업체들이 주장하는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상 이유는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지난해 유가 하락과 함께 국제 곡물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많은 품목에서 원재료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과자 값 인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A제과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란액은 2014년 1kg 당 2450원에서 지난해 2222원, 올해 1분기에는 1652원까지 떨어졌다. 또 코코아 원두는 2014년 3110달러에서 올 1분기 3050달러로 하락했다.
B제과의 경우 원재료 매입액 비율의 23.3%를 차지하는 정백과 맥분은 올해 1분기 기준 각 752원, 796원으로 2014년(803원, 863원) 대비 각 6.5%, 7.76% 떨어졌다.
시민단체는 원자재가격 하락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자재가격이 하락해 왔고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원자재가격 하락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2013년 말부터 2014년 당시 원료 가격인상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인상했던 업체들이 가격인하에는 인색한 상황이다”고 성토했다.
또 협의회는 “일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원재료가격 절감을 제품 중량 증가로 소비자에게 환원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제품에 불과하다”며 “기업이 원자재가격 하락 혜택을 소비자와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진정성 있게 가격인하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로 소비자 중심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과자 값 책정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마트에서 과자를 구입하던 소비자는 “과자 가격이 왜 상승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과자가) 서민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이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입과자와 과대포장
소비자단체는 이번 인상안이 제과업체가 실질적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부리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제과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수입과자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지난해 수입과자 열풍으로 인한 매출 급감을 경험 했다. 이후 제과업체들은 중량을 늘리고 포장을 줄이는 등 질소과자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수입과자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문을 닫는 수입과자점이 속출했다. 이는 국내 제과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 제과업체들의 매출 안정으로 이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입과자 열풍이 과자 값 인상을 불러온 셈이다.
앞서 소비자들은 수입과자와 국내 과자를 ‘질소칩(질소 과자)’이라 부르며 과대 포장을 비난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적은 양과 질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과자의 질소 문제를 꼬집기 위해 봉지를 모아 한강에 띄우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국산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수입 과자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총 8000억 원 어치의 과자가 수입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3배 늘어난 규모다. 같은 해 수입신고 과자류는 12억 1100t으로 전년대비 2.7%p 늘었고, 수입량은 2005년과 비교해 1.8배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국산과자에 배신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수입과자 구입으로 바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가격인상안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다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직장인 강모(32)씨는 “과자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을 했는데 더 오른다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면서 “요즘 군것질 한 번 하려면 만 원짜리 한 장은 필수가 됐다. 과자만이라도 회사가 매출만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과업체 관계자는 “원가 압박에 주요 제품의 경우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이 있었지만 일부 제품은 가격을 인하하거나 증량하는 등의 조정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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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