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③] 현장인터뷰-계약직 노동자들의 눈물
[특별기획 ③] 현장인터뷰-계약직 노동자들의 눈물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07-29 20:27
  • 승인 2016.07.29 20:27
  • 호수 1161
  • 3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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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려면 부당한 계약도 따라야 한다”

갱신때마다 윗선 눈치 봐야…노동자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알려진 내용과 다르다” 억울한 관리단…양측 입장 ‘팽팽’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세종로대우빌딩 관리노동자들이 원청인 대우빌딩 이사회와 하청업체인 C&S자산관리 측과의 임금재협상을 놓고 대립하는 현장에 일요서울이 찾아가봤다. 현장에서 만난 관리노동자들은 2016년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원치 않은 무급 휴게시간 증가와 노동 강도, 서울 도심지역 평균 관리비에 비해 낮은 관리비를 노사분규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사측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의견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 세종로대우빌딩분회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우빌딩 앞 인도에서 ‘쟁의행위 돌입 선포식’을 개최한 가운데 분회원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100여 명의 관리노동자와 노조관계자들이 참가한 이 자리에서는 기본급 인상, 보안직 노동시간 무급화, 노동 강도, 낮은 관리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세종로대우빌딩 관리노동자의 기본급은 미화직 6000원, 보안직 5580원으로 모두 2016년 최저시급(603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노동조합과 사측의 임금협상 대립은 지난해 12월 원청인 세종로대우빌딩 이사회가 하청업체 공개입찰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원청에 20여 년 하청업체로 있던 C&S자산관리는 2.3% 인상안을 제시하며 입찰에 성공했다. 이에 관리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2.3% 인상안으로 2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6년 최저임금이 8.1% 인상됐지만 임금이 2.3% 인상돼 인상폭이 적다는 주장이다. 또 2017년 최저임금(6470원) 7.3% 인상을 감안하면 임금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길거리로 나와 임금재협상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쉬는 시간에도 업무 봐야 해

보안직 무급 휴게시간은 사측이 보안직의 무급휴게시간을 현행 5.5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마찰이 발생했다. 보안노동자들의 휴게시간(무급)은 주간 2.5시간, 야간 3시간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중 주간 휴게시간의 경우 실제 주어지는 휴식시간은 1.5~2시간이며 나머지 0.5~1시간은 사실상 무급으로 노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간은 근로기준법 54조 2항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에 따른다. 그러나 보안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야 할 시간에도 근무하는 것은 빌딩의 보안에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어 무급으로 노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노동조합 측은 “이 같은 업무 특성상 현실적으로 (휴게시간에) 쉴 수만은 없다”면서 “무급휴게시간 확대는 사실상 복지증대가 아닌 (원청의) 총액 임금을 낮추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호소했다.

미화직 노동자들은 청소면적 대비 적정 인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건축물위생관리협회에서 제시하는 <표준도급비 산출표>에 따르면 관리직 5000평당 1인, 외곽 청소 및 작업지원 1500평~2000평당 1인, 건축물 내부 청소 300평당 1인을 일반 사무실에 대한 적정 청소 인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세종로대우빌딩(아파트, 지하상가 제외 1만5260평)에 대한 적정 청소인원은 관리자 3명, 외곽청소 10명, 건물 내부 청소 51명이다. 하지만 세종로 대우빌딩 미화직 총원은 30여 명이며 이 총원으로 아파트와 지하상가까지 청소해야 하므로 노동 강도가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해 노동조합 측은 세종로 대우빌딩의 낮은 관리비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도심지역에 위치한 대형 건물이지만 평당 관리비가 10년 전 평균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치라고 전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관리비가 노사분규의 원인이 되며 건물의 유지, 보수, 관리에도 장애가 된다며 관리비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무조건 지불돼야…

김경호 노무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저임금은 무조건 지급하는 게 맞다. 최저임금 지불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빌딩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웃소싱 업체에 소속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우빌딩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같은 규모의 동종 업계에 비해 절반가량의 근로자만 근무하고 있으므로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오히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동종업계 평균에도 못 미쳐 인력 충원 및 임금인상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이런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은 업무량 과다로 늘어난 휴게시간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 입장에서 특히 기간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계약 갱신을 위해 그러한 사용자의 방침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게 된다. 이는 재계약 문제 등으로 사용자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지위를 이용한 사용자의 횡포”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휴게시간 증가 없이 근로계약서 등 서류상으로만 이를 정해 운용하는 경우 사실상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효과가 발생해 이러한 계약 관행에 대한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우빌딩 관리단 관계자는 최저시급도 못 받는다는 노동조합 측의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임금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노동조합 측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주지 말라고 해서 안 주고 있다”며 “맞으면서 틀린 얘기”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임금재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져 결론이 도출되면 모든 금액은 소급 적용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빌딩 관계자는 보안직 노동시간 무급화 문제 대해 “2015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입주민들의 관리비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대승적으로 합의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조합과 하청업체인 C&S자산관리는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의견을 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까지 동결된 관리비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oyjfox@ilyoseoul.co.kr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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