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슬슬’ 몸푸는 정운찬 더민주 입당 ‘초읽기’
[단독] ‘슬슬’ 몸푸는 정운찬 더민주 입당 ‘초읽기’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7-29 16:30
  • 승인 2016.07.29 16:30
  • 호수 116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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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중앙 일간지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사드배치 발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현 정권의 비판에 대해 저자세를 유지했던 정 전 총리로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또한 위기의 한국 경제의 해법은 동반성장이라며 각종 특강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 전 총리가 대선 1년 6개월을 앞두고 광폭행보를 보임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머지않아 특정 정당을 선택해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박지원에 여당 H의원까지 ‘러브콜’
-김종인 ‘앙금’ 뒤로 문재인과는 ‘통화중’


정운찬 전 총리는 7월25일 2주간 미국에 업무차 나가 8월초에 국내에 온다. 정 전 총리는 미국 출국 직전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나라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강노 높게 비판했다.

더민주 입당기자회견 전 ‘무산’된 사연보니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권 총리로 임명됐을 당시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바 있다. 이후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총리직을 사퇴했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여권 대선 후보로 의심받기도 했다. 이후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경제 전문가로서 활동하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선 목소리를 자제했다.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던 정 전 총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에 대해 정 전 총리의 한 지인은 지난 4.13 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뻔했던 사실을 알려줬다. 이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박영선, 서영교, 남인순 의원 등 더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 전 총리를 비례대표 2번으로 영입하면서 더민주당 입당 선언을 하려고 국회 기자 회견장까지 예약한 바 있다”며 “당시 함께할 사람들까지 알아 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던 문재인 전 대표와도 만나 ‘입당’관련 상의를 했고 문 전 대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차기 대권가도에서 정운찬 전 총리와 같은 비노 경쟁자가 존재해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흔쾌히 수용했다. 또한 충청도를 대표할 큰 인물이 당내 없다는 점에서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 전 총리의 총선전 입당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총선전 더민주당 입당은 무산됐다. 이 인사는 “그런데 입당 기자회견을 하기 전 김종인 대 표와 회동에서 ‘더러운 정치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정 전 총리는 황당해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뿐만 아니라 정장선 당시 총선기획단장 역시 정 전 총리를 접한 자리에서 “정치판 오지 말고 편안하게 사시라”는 말을 듣고 기자회견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내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영선 의원 등의 적극적인 영입 분위기와는 달리 김 대표의 시큰둥한 반응에 정 전 총리를 상당히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충청도 출신 중진의원인 H의원도 고향 선후배로서 정 전 총리의 입당을 적극 권유할 정도로 치열한 영입작업이 벌어지던 때였다.

김종인, “왜 더러운 정치판에 오려고 하나”반문

이 인사는 “당시 비례대표 2번을 정 전 총리가 요구했다는 소문과 측근 몇 몇 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소문이 돌면서 정 전 총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김종인 세력이 ‘경제 민주화’가 최대의 무기인데 정 전 총리 역시 경제 전문가로 이미지가 겹치고 김 대표에 비해 정 전 총리가 신선하다는 점에서 강하게 견제하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정 전 총리 영입 관련 3월6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는 거지, 총리까지 한 분인데 그런 판단도 못하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정 전 총리는 이틀 뒤인 8일 입장 자료를 내고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정치 참여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정치 불참선언을 했다.

이어 그는 “물론 동반성장을 위하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가야 하겠지만, 지금의 정치 참여는 오히려 그 꿈을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다”며 “이에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노 주류 측에서는 정 전 총리 영입이 무산되면서 3월 중순 김 전 대표를 비례대표 후순위로 밀어내려는 ‘비례 대표 공천 파동’을 일으켰다. 비례대표 공천을 김 대표 등 지도부가 좌지우지하자 친노 주류세력이 다수인 중앙위를 통해 순번을 바꾸고 김 대표만 비례대표 2번만을 주면서 일단락됐다.

사실상 정 전 총리의 영입을 추진한 친노 주류 측에서 비례대표 2번을 통해 김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시도였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고 정 전 총리는 정치 참여를 다시 총선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정 전 총리는,  총선이 끝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고 더민주당 8.27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당에 입당해 본격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대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측근들은 귀띔했다.

‘앙금’이 쌓였던 김종인 대표가 정치 전면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고 당권 역시 친노 주류가 잡을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더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미국행을 택한 것 역시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위한 방편인 셈이다.

한편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공세는 대권 몸풀기에 불과하고 다음에도 현 정부의 남북관계관련 신랄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의 더민주당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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