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신이 괴담 키워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최근 부산과 울산에서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 민원이 폭주한 가운데 부산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개미떼가 등장했다는 영상 등이 합쳐지면서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괴담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가스·악취 원인 조사에 나서는 등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 불안한 사회분위기와 타인에 대한 불신이 집단에게 불안감을 고조시킨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해 이 일대 번지는 괴담이 쉽게 사그라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불고 있는 SNS 괴담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부산·울산에서 난 가스·악취의 원인 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21일 부산 전역에서 신고전화가 빗발쳤다. “가스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가스냄새를 신고하는 전화가 부산 해운대, 남수영구, 동구 등전역에서 들어왔다. 부산시는 다음날인 22일 “21일 오후 5시 반경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모두 200여 건의 가스냄새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부산 앞바다에서 가스를 실은 유조선이 운항하다 가스를 유출했다는 설부터, 북한에서 유독가스를 넣은 미사일 테러를 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지난 22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가스냄새가)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25일에는 “냄새의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시 역시 24일 “신고지역을 조사했지만 이상 현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부산시는 지난 주말, 불안해진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가스 냄새 신고 당시 광안대교를 이동한 탱크로리 차량을 찾아내 시료 분석까지 했지만, 부취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스 냄새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자 부산시는 국민안전처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지진의 전조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백사장에 수많은 개미떼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흉흉한 괴담마저 나돌아 부산·울산 거주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23일부터 일부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지진 발생을 미리 감지한 개미들이 생존을 위해 대이동을 시작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후 심해어인 대왕갈치가 거제도에서 잡혔다는 사진, 지진 발생 전 생기는 지진운 사진 등이 SNS를 타고 광속으로 번지며 각종 괴담이 확대 재생산됐다.
하지만 확인 결과, SNS를 뜨겁게 달궜던 부산 해수욕장 ‘개미떼 사진’이 1년 전인 2015년 7월 11일 YTN에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해변 모래사장의 검은 물결”이란 제목으로 이미 보도된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후, 26일 오후 6시 경, 해당 사진을 올렸던 한 네티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관련 글을 슬그머니 지운 상태다.
이처럼 출처 불문의 괴담이 양산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안한 사회 분위기와 타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이병대 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가 굉장히 복잡하고 불안정하다보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집단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윤상우 동아대 사화학과 교수는 지난달 울산에서 발생했던 5.0의 지진의 여파일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았다. 그는 “국민이 사회지도층을 불신하다 보니 내 안전을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공포가 극대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공포심을 경험하면 비슷한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더 불안해 질 수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진짜 위험한 것인지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SNS에 떠도는 지진 전조 괴담은 과학적으로 볼 때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대 생명환경과학과 박현철 교수는 “지진이 날 경우 개미는 산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생명에 위협적인 소금기가 많은 백사장으로는 가지 않는다”며 “지진을 알아챈 개미가 집단이동을 하고 있다는 해석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또 “여름 휴가철 백사장에 몰린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등 먹이가 많아졌고 개미가 그 먹이를 찾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진 전조 현상이라면 곤충보다 더 민감한 갈매기나 비둘기 등 조류가 특정방향으로 무리 지어 날아갔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광안리 해수욕장 관리자는 “이번 사진처럼 매해 죽은 개미 사체를 해수욕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괴담을 일축했다. 광안대교 불빛을 보고 찾아든 날개미떼가 교미를 한 후 바다에 떨어져 파도에 밀려왔다며 확산되는 괴담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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