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아나운서가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방송에서 적절치 않은 ‘피바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연예인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한동안 잠잠했던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KBS의 인기 아나운서 강수정. 그녀가 최근 자신이 내뱉은 ‘피바람’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진짜 ‘피(?)’를 보고 있다.
강수정 방송멘트 ‘구설수’
현재 KBS 2FM ‘강수정의 뮤직쇼’에서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장난삼아 꺼낸 것이 그만 화근이 됐다. 강 아나운서는 이날 “연수중인 KBS 32기 신입 아나운서 중의 한 명이 ‘선배’라는 호칭도 생략한 채 ‘노현정, 강수정 불쌍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맡지 않고 뉴스만 하겠다’고 말했는데, 연수원에 있는 신입사원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들어오기 마련인데 아나운서실에 곧 ‘피바람’이 몰아칠 것 같다”는 경고를 했다. 이어 그녀는 “그래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새벽뉴스 1년 이상은 해야겠네요. 뉴스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어쩔수 없죠. 딱 걸렸습니다. 피바람이 몰아칠 거예요”라며 다시 한번 엄포성 경고를 하고는 “아휴 언제 아나운서실에 들어오나 몰라요. 밥사줘야 되는데”라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청취자들은 왜 아나운서가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방송을 통해 이야기 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고, 이어 아나운서가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피바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사건이 일부 언론에서 기화사가 되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자 강 아나운서는 “후배들과는 차도 마시면서 웃고 넘어갔고, 장난삼아 한 얘기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청취자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방송중 아나운서의 ‘말실수’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배 아나운서조차 예능프로그램을 안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목을 통해 다시 한번 아나운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며,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됐던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지킴이 역할해야
요즘 아나운서들의 인기는 웬만한 스타급 연예인들 보다 훨씬 높다. KBS의 ‘상상플러스’,‘스타골든벨’ 등의 노현정, ‘여걸식스’의 강수정, ‘스펀지’의 김경란 아나운서를 비롯, 프리랜서를 선언한 정지영·최은경 아나운서, 안혜경 기상캐스터, MBC의 김주하·최윤영 아나운서, SBS의 윤현진 아나운서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유명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팬카페와 팬클럽의 회원수도 웬만한 연예인 뺨친다. 기존에도 물론 스타 아나운서들이 있긴 있었다. 당당한 여성 앵커로 높은 인기를 얻었던 백지연(MBC), 황현정(KBS), 한수진(SBS) 앵커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연예인들처럼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공인으로서의 신뢰를 기반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아나운서들은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일반 연예인들처럼 서슴없이 망가지며, 부적절한 용어도 쉽게 사용하고, 노출이 과도한 의상도 즐겨입는다. 때문에 시청자들 중 일부는 이들이 아나운서라는 사실도 잘 모를 정도다. 이들이 연예인같은 인기를 누리게 된 데에는 아나운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방송사의 방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인기 아나운서가 가장 많은 곳은 KBS다. KBS 정연주 사장의 “내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문성을 키우라”는 특별 명(?)이 있었기 때문일까, 여자 아나운서들이 인기 여자연예인들을 제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배치되어 있다. 유명 여자 스타들을 MC로 기용할 경우에 엄청난 개런티를 감당해야 하지만, 자사 직원을 쓸 경우에는 몇 만원에 해당하는 분장비 정도 밖에 들지 않으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로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높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보면, KBS는 ‘직원활용’에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MBC는 아나운서들의 연예인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곳이다. 지금은 사퇴했지만, 손석희 아나운서가 국장으로 있던 시기, 손 국장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들이) 망가지는 것은 안 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MC 출신이었던 최윤영 아나운서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만 전념했고, 털털한 카리스마로 주목받던 김주하 앵커마저 기자로 전업하는 등 MBC 내에서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철저히 봉쇄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손 국장 후임으로 지명된 성경환 아나운서가 국장이 되면서 기존의 가풍(?)을 이어갈지 혹은 아나운서실에 새로운 변신을 시도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SBS는 오락프로그램에서 스타 아나운서로 인기를 얻었던 윤현진 아나운서가 SBS 8시 뉴스의 앵커가 되면서 오락 프로그램의 출연을 자제하고 있어, 사실상 스타급 아나운서는 없는 상태다.
네티즌 찬반양론 ‘팽팽’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해서는 네티즌들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아나운서들은 시청자들에게 바른말을 선도하는 ‘언어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인터넷 용어와 막말 등을 여과없이 방송에서 내뱉는다”면서 “차라리 연예인을 하지 왜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냐”고 질책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다른 네티즌들은 “오락프로그램에 나오는 아나운서들이 친근하고 더 예쁜데, 아나운서라고 꼭 딱딱한 모습으로 뉴스만 해야 하느냐”면서 아나운서들이 오락프로그램을 맡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고 있듯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아나운서의 ‘상’도 달라지고 있다. 물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형적인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좋아하고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고,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서슴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급 연예인이냐” VS “신뢰를 주는 아나운서냐”는 결국 몇몇 아나운서들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 아닐까.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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