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리데이’ 조기종영 해프닝
영화 ‘홀리데이’ 조기종영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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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02 09:00
  • 승인 2006.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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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영화사간의 힘겨루기로 표현됐던 영화 ‘홀리데이’의 조기종영 파문이 영화의 ‘재상영’ 결정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사건의 발단을 이렇다. 당초 CGV 측은 ‘홀리데이’에 전국 25개 관을 할애했다. 그런데 영화의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상영관 수의 확대를 요구했고, CGV 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롯데 측에서 프린트를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CGV 측도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 조기종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이러한 조치에 억울함을 느낀 홀리데이의 제작사 현진시네마는 “CJ CGV의 횡포로 영화가 CGV 극장에서 4일만에 조기종영하게 됐다”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고,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홀리데이’ 조기종영이 부당하다며 CGV에 영화를 보러가지 말자”며 CGV에 강하게 반발해 파문을 확산시켰다.

네티즌의 강한 반발과 언론의 주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까. 현진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에서 그동안 CGV를 비난한 것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고, CGV 측이 이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26일부터 영화 ‘홀리데이’의 상영을 재개하기로 하고, 이번 사태의 막을 내렸다.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이번 사건의 원인은 거대 배급사들의 힘겨루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 가운데 영화를 볼 수 없었던 애꿎은 시민들과 영화 제작사만 손해를 봤다.

한편, 이번 영화 ‘홀리데이’ 조기종영 파문이 영화계에 남긴 것은 의외로 크다. 대기업이 제작하고 투자한 영화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극장이 과도하게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이다. 현진시네마도 애초 폭로한 보도자료에는 “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하는 영화 ‘투사부일체’의 흥행을 위해 같은 날 개봉하는 ‘홀리데이’의 포스터와 전단지는 아예 설치하지 않았고, 보통 4일전부터 가능한 예매도 개봉 전날이나 돼서야 할 수 있었다”며 CGV의 횡포를 주장한 바 있다.

사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영화 ‘투사부일체’의 개봉극장은 420개로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사부일체가 현재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배급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영화사들은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관객들에게 보여줄 상영관수를 확보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이는 제작과 배급을 겸하지 못하게 금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제작부터 배급까지 수직 계열화하고 있는 우리 영화계 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영화산업구조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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