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깊은 내면 담은 연기자 되고 싶어요”
“인간의 깊은 내면 담은 연기자 되고 싶어요”
  • 김민주 
  • 입력 2006-01-17 09:00
  • 승인 2006.0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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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탤런트 최여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에서 소지섭의 전 부인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국적인 매력의 소유자 최여진. 그녀가 최근 영화 ‘싸움의 기술’ ‘공필두’ 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충무로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출연한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그녀의 출연 분량 중 80%가 편집돼 인터넷상에서 크게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은 바로 최여진을 위한 말인 듯 싶다.

이런 네티즌들과 언론의 관심을 계기로 그녀를 눈여겨보던 충무로 관계자들로부터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 지난 12일, 최근 영화배우로서 폭넓게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최여진을 만나봤다.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연기파 배우 백윤식과 미묘한 로맨스를 나누는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여진. 최근 그가 그동안 슈퍼모델 출신 연기자, 해외파 등의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연기자’로서 인정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이 영화 하자” 제의 잇따라

최여진은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유일하게 비중있는 여자 주인공 ‘영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막상 본영화에서는 그녀의 분량이 80% 이상 편집되어 있었던 것. 이 사실을 모르고 부푼 기대감에 화려한 드레스까지 차려입고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던 최여진은 ‘속상함과 민망함’ 때문에 기자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이 일부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서는 한동안 그녀의 이름이 유명 포털사이트에 검색순위 10위안에 꾸준히 랭크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정말 속상했어요. 원래 ‘영애’ 역이 시나리오 상에서는 세상과 단절된 채 폐쇄적인 삶을 살다가 백윤식 선생님을 만나면서 조금씩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 캐릭터였거든요. 그런 와중에 백윤식 선생님과 눈빛으로 미묘한 감정을 주고 받는 로맨스도 들어가고요. 그런데 그런 감정라인이 전혀 안 살아났으니까 실망스러웠죠.”최여진은 감독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로맨스가 영화의 전체 흐름에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그동안 최여진은 ‘다작’ 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한 작품’에만 올인해왔다.

‘싸움의 기술’ 역시 신중히 선택한 영화였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 실망이나 속상함이 오래갈 줄 알았더니, 의외로 어른스럽게 “속상하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번의 속상함이 그녀에게 부메랑처럼 ‘행운’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영화 ‘공필두’에서는 오히려 촬영신이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며칠 전부터 충무로 관계자들로부터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편집’ 사건이 그녀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 드라마 보다 소재와 캐릭터가 다양한 영화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최여진에게는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섹시함 보다 털털함이 좋아요”

그렇다면, 영화배우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은 뭘까. 그는 “언밸런스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동양적인 얼굴, 보이시한 목소리, 서구적인 몸매 등이 하나씩 보면 언밸런스 한데, 조화가 잘돼서 독특한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뭔가 약간 신비한 느낌도 들고, 남들과 다른 그런 이미지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최여진이 최근 선택한 두 작품 모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동안은 섹시한 이미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후반부 촬영중인 영화 ‘공필두’에서는 덤벙거리고 털털한 ‘자장면 배달원’ 역할을 맡았다. 원래 감독은 다른 역할을 맡기려고 했는데, 최여진 스스로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 역할을 원했다고 한다. “저 스스로도 섹시함 보다는 털털한 이미지가 더 좋거든요. 그동안 섹시한 이미지만 강조된 것 같아서 ‘싸움의 기술’이나 ‘공필두’에서는 색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하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3년전, 연기자의 꿈 안고 한국행

최여진은 이제 데뷔 2년차이지만,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만큼은 눈빛까지 달라질 정도로 애정이 대단해 보였다. 사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그녀는 3년 전 연기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험을 강행했다. “아무런 계기도 없었어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어서 단돈 100만원을 들고 한국으로 왔죠.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최여진이 그렇게 한국 땅을 밟고 처음 시작한 일은 ‘모델’이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그녀는 지금 하고 싶은 ‘배우’의 일을 하고 있다. 3년전, 스무살 어린 나이에 홀홀단신으로 한국에 오면서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어 낸 것.

이런 그녀에게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저는 그냥 배우 할래요(웃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배우 이외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어릴 때는 발레리나가 꿈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고요.” 최여진은 술도 안먹고,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고, 클럽이나 노래방을 가지도 않는다. 쉴 때는 그냥 책을 보러 서점에 가거나, 집에 있는 강아지와 노는 것,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전부. 기자가 보기에 최여진은 일반 연예인답지 않게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였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촬영할 때 잠도 잘 못자는 완벽주의자. 그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고 물었더니 “사람냄새 폴폴 나는 연기자”라고 말한다. “김해숙 선배님처럼 부은 얼굴을 위해 노메이크업에 라면까지 먹고 자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좀 더 연기 경력도 쌓고, 연륜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겠죠.(웃음)”

김민주  kimmj@li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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