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누리당 전당대회 출마 A 의원, “윤상현에게 사퇴 압박 받았다”
[단독] 새누리당 전당대회 출마 A 의원, “윤상현에게 사퇴 압박 받았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7-22 21:02
  • 승인 2016.07.22 21:02
  • 호수 116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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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친박계 핵심인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오는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에게도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비박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지난 7월 중순 전당대회에 나서는 A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 지역에 둘이 나와서 경선하면 다 떨어진다”며 “당신이 양보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은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김성회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에 이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선거까지 개입했다는 주장으로 향후 전대 과정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박계 후보 혼자몸이 아니다” 半협박
- A 후보, “부담스러웠지만 끝까지 완주할것”


새누리당 8.9 전당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박 비박간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치루는 단일성 지도체제다. 당 대표 후보로는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정병국, 김용태, 주호영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친박(이정현, 이주영, 한선교)대 비박(정병국, 김용태, 주호영)간 3대3이다.

반면 최고위원 선거에는 조원진(3선, 대구 달서병), 강석호(3선,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은재(재선·강남병·여성) 이장우(재선, 대전동구), 정용기(재선, 대전대덕), 함진규(재선, 경기 시흥갑), 홍문표(3선, 충남 홍성·예산)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친박계로 조원진 이장우, 함진규, 정용기 의원을 비박계는 강석호, 이은재, 홍문표, 주호영 의원을 밀고 있다.

비박 후보에게 “양보해라 다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이 비박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와 친박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A 의원은 중진 의원으로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다. A 의원 한 측근은 본지에 “윤상현 의원이 A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 지역에 비박·친박을 대표해 경선에 나오면 둘 다 떨어진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친박 후보는 혼자몸이 아니다”며 “그러나 당신은 그렇지 않지 않느냐, 양보하라”고 사실상 출마를 포기할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A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면서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완주할 뜻을밝혔다. 본지는 A 의원측에 실명을 공개할 것으로 설득했지만 A 의원은 윤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이 터진 마당에 자신까지 실명으로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워 한다고 측근은 밝혔다.

윤 의원이 공천 개입의혹에 이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까지 나서 ‘친박 마케팅’을 벌이는 것에 대해 비박계는 분노하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서청원, 최경환 등 유력한 당권 주자가 불출마하면서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기위해 무리하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윤 의원은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화성갑에 출마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쟎아. 형 거긴 아니라니깐”이라며 김 전 의원에게 다른 지역 출마를 권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윤 의원은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라며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고 하면 공천”이라며 김 전 의원이 출마지역을 바꾸면 공천을 줄 수 있을 것처럼 감언이설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윤 의원은 “형 안하면 사단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등 사정기관을 통해 김 전 의원의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것처럼 압박하기까지 했다. 윤 의원은 지난 3월달에는 ‘막말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력도 갖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김무성이 죽여 버리게. 죽여버려 이XX다 죽여”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리려 한 거야”라는 등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윤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 사과하고 “공천 개입은 전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난 또 다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윤 의원은 유구무언의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계 후보에게 사퇴 압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의원의 거듭된 말실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박 핵심 실세를 자임하면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그의 독특한 인생 스타일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1962년 생으로 젊은 시절부터 똑똑하고 잘생긴 사내였다. 서울 영등포고등학교를 다니며 과외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현직 대통령의 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 입학을 앞둔 윤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의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대통령 내외는 외동딸 전효선씨와 백년가약을 맺게 했다. 결혼식도 처음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미국 조지타운대 유학 시절에는 장인인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할 당시 “우지기관총(청와대 경호실에서 쓰는 이스라엘제 경호용 기관단총”으로 무장해 싸우자“는 발언을 경호실장에게 말할 정도로 다혈질이었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젊어서부터 ‘욱’하는 성질이 있었던 셈이다.

 돈·권력 쥐고 ‘거칠게 없다’ 막말

이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입문도 화려하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들어선 윤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로 출마했지만 간발의 표차로 낙선했다. 낙선 사유는 ‘전두환의 사위’라는 점이 정서적으로 유권자에게 거부감을 줬다. 공교롭게도 낙선한 이후 2005년 그는 전씨와 이혼해 전 전 대통령과 인척지간이 깨졌다.

이후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 재도전해 금배지를 달게 됐다. 2010년에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녀 신경아 대선그룹 상무와 재혼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사위가 된 것이다. 권력과 돈을 한 손에 쥔 윤 의원이 거칠 것은 없었다. 특히 대선이 있던 2012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박근혜 후보 경선 공보단장,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을 맡으면서 확실한 친박으로 자리를 잡았다.

박 정권이 들어선 2013년에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재선으로는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을 맡았다.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부르며 대통령이 국회에 방문했을 때 “저 여기 있습니다”라며 악수를 하기 위해 밀치고 들어올 정도로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당시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다음부터 함부로 들이대지 말고 국회 의전을 존중해 달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 물갈이론’도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윤 의원이 ‘막말 파문’에 ‘공천의혹 개입 녹취록’ 나아가 당 지도부 선거까지 개입한 것은 최고 권력자의 무한한 신뢰와 안하무인적인 성격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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