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코너에 몰린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가 반격에 나섰다. 최경환·윤상현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당권도전을 포기한 서 의원과 ‘구심점’이 사라진 친박계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녹취록 유출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신의 공천과정에 발생한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은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난다”고 발끈했고 친박계는 ‘기획 폭로’라고 거들었다. 급작스런 김성회 녹취록 폭로 관련 친박계에서는 ‘서청원 죽이기’라며 배후 색출 작업에 나서면서 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
- 친박계 중진 A 의원-김성회 수시 회동 왜
- 비박에서 친박으로 말 갈아타 전략적 유출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는 일단 김성회 전 의원 단독으로 최경환·윤상현 녹취록을 언론에 흘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본인이 총선 전부터 여의도에 녹취록 관련 소문을 내고 다녔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한 배경으로 서 의원과 ‘악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음습한 냄새… 가만있지 않을 것”
김 전 의원은 2013년 10월30일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사면 복권된 서 의원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이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하면서 둘의 악연은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경선을 요구했지만 당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경선 없이 서 의원이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해 말 김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위해 2015년 12월 사직서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서 의원이 화성갑에 공천을 다시 신청하면서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화성갑을 재차 포기하고 화성병으로 출마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본선도 가지 못하고 화성병 경선에서 탈락했다. 최·윤 의원과 김 전 의원 간 나눈 녹취록에서 드러났듯이 친박계 핵심들은 화성병 공천을 보장했지만 ‘감언이설’로 끝났다. 이에 ‘앙금’이 쌓인 김 전 의원이 서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언론에 녹취록 파일을 넘겨 출마를 못하게 막았다는 게 첫 번째 의심이다.
서 의원 역시 “김 전 의원이 화성병에 출마하기로 저하고도 이야기 다 됐는데 갑자기 화성갑에 등록하고 유권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사무실을 냈다”며 “이를 정리하려고 ‘왜 그쪽에 출마하느냐, 처음에 약속한 대로 신설구로 가야지’라고 한 것인데, 왜 이 시점에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나는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서청원 죽이기’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 전 의원 측은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
두 번째 녹취록 유출 개입 세력으로 비박계 내지 친이계 등 제3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에 대외협력특보로 일했고 이 대통령 임기 첫해 벌인 총선에서 화성시갑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당연히 비박계와 친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이후 비박에서 친박으로 월박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녹취록 폭로로 정치적으로 이득을 챙길 게 없다. 무엇보다 서 의원 당 대표 출마 선언 직전에 터졌다는 점에서 ‘비박계’가 가장 큰 수혜자다.
윤상현 녹취록 유출 또? 김무성 또?
그중에서도 친박계는 제3자로 김무성 전 대표를 의혹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직전 ‘윤상현 욕설 녹취록’이 터질 당시에도 폭로 과정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윤 전 의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고 급기야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만 했다. ‘비박’에서 ‘친박’으로 전향한 김 전 의원이 기존에 친분이 있던 비박계 인사들과 교감속에 ‘서청원 고사작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아는 바가 없다”, “말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처음 ‘공천개입 녹취록’이 공개될 당시에는 “공천개입은 우리들 사이에서는 많이 퍼진 얘기”라며 “그 모든 걸 막는 장치가 상향식 국민공천제였다”라고 말해 당시 반대했던 친박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에 이어 ‘친박 좌장’ 서 의원까지 당 대표 출마가 막히면서 비박계 당권 장악력이 높아졌다. 현재 당 대표 출마 후보자들을 보면 친박계에서는 이주영(5선·경남 창원마산합포), 이정현(3선· 전남 순천),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의원, 비박계에서는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 김용태(3선·서울 양천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비박계 후보들의 경우 단일화가 예고되는 반면 친박계는 서청원 카드가 없어지면서 단일화가 안갯속이다. ‘朴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 역시 KBS 보도외압 녹취록 파문으로 상처를 입었다.
이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누군가와 상의하고, 뒤에서 누군가 조정했다면 전당대회 갈등을 유발하는 해당행위”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 역시 “김 전 의원에게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런 공작 냄새가 풍기는 일들이 있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비박계에 경고장을 보냈다.
세 번째 녹취록 파문 배후로 친박계 중진 A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때 전당대회 출마설도 나왔던 A 의원이 지목받고 있는 이유는 김성회 전 의원과의 친분 관계 때문이다. A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김 전 의원과는 평소 ‘형님’, ‘아우’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여의도에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A 의원이 대표로 있던 외곽단체에 현직 고문으로 몸담고 있다.
친박 A의원 측, “김성회와 영감 친하지만…”
A 의원 배후설이 나오는 배경은 최경환·서청원 두 인사가 있는 한 자신의 친박 내 입지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는 중진인 A의원보다 최경환·서청원 두 의원을 당 대표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의원은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감으로 불출마했다. 그러자 서 의원이 재차 당 대표감으로 부상했다. A의원 입장에서는 최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공히 친박계 대표로서 자리를 잡고자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이 불출마에서 출마쪽으로 기울자 당초 알고 지내던 김 전 의원을 회유해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A 의원 측에서는 이런 의혹에 대해 “김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녹취록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A 의원이 대표로 있는 봉사단체에 고문으로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오히려 A의원 측에서는 “녹취록이 공개된 날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친박 핵심 의원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정도인데 무슨 말이냐”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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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