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카드 발급 체계의 허점을 노리고 카드를 재발급 받는 방식으로 억대 금품을 빼돌린 일당이 구속됐다.
20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발급 받은 카드로 금품을 챙긴 이모(23)씨와 임모(22)씨를 사기 및 여신금융전문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이씨 등이 해킹한 개인정보로 신청한 재발급 또는 신규발급 신청을 받고 카드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명의인이 아닌 일당들이 실물 카드를 정상적으로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이씨 등은 6월 13일부터 지난 8일까지 김(36·여)씨 등 5명의 명의로 된 카드를 발급 받아 모두 1억5713만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씨 등이 해킹 등을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로 낸 발급 신청을 받고도 정상적인 절차로 인지하고 카드를 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선불 유심칩으로 개통한 휴대전화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수법으로 시중 네 곳의 카드사에서 신용·체크카드를 발급 받았다.
이들은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직접 인출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금과 상품권을 구매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는 등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씨 등은 실제 명의인이 아니었음에도 카드 실물을 받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했다.
이씨 등은 자신들이 실제 명의인의 가족인 것으로 사칭해 카드를 수령했다. 또 카드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대량 살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작 피해자들은 선불 유심칩으로 개통한 휴대폰 등으로 발급 신청이 이뤄진 탓에 자신들 명의의 다른 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 등이 삼성카드를 통해 다른 피해자 10여명을 상대로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은 삼성카드에서 피해자 명의로 카드를 수령하기 전 임시카드번호를 이용해 온라인 결제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가 발급돼 사용돼도 피해자들이 통장 잔고를 확인하거나 명세서를 받은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공인인증서 등 본인인증수단만 확보하면 실제 본인 확인 없이 인터넷으로 비대면 카드 발급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신종사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개인정보 해킹과 카드 발급 과정에 직접 관여한 일당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