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스타 모습 팬들에게는 즐거움?
망가진 스타 모습 팬들에게는 즐거움?
  • 김민주 
  • 입력 2005-12-20 09:00
  • 승인 2005.12.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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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을 괴롭히던 파파라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과거에는 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 때문에 스타들이 골치를 앓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들의 과거사진과 엽기사진을 찾아서 인터넷에 올리고, 방송에 나온 엽기적이거나 이상한 표정들을 ‘순간캡처’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넷파라치’ 때문에 스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넷파라치에 당했던 스타들은 한결같이 “방송할 때마다 또 캡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스타들을 향한 팬들의 애정공세도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팬클럽 활동뿐만 아니라, 스타들의 감추고 싶은 치부까지도 여과없이 들추어내면서 스타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

또한 과거에는 쉽게 지나칠 법한 방송중 이상한 행동과 표정들까지 모두 네티즌들에게 포착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렇게 스타들의 과거사진과 엽기사진, 순간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네티즌들을 일명 ‘넷파라치(네티즌+파파라치)’라고 한다. 넷파라치들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팬들이 대부분 인터넷 유저임을 감안할 때 그 수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개인용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가 대중화되어 최근에는 모든 스타들이 넷파라치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과거사진 좀 그만 들춰내줘요~”

얼마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스타들의 과거사진, 닮은 꼴 사진, 엽기사진 등은 넷파라치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결과물들이다. 우선 예쁘고 잘생긴 스타들의 스타이전 시절이나 중고등학교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타들의 과거사진은 계속적으로 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때문에 유년시절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스타들은 수없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연예인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중고등학교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지적인 외모에 논리 정연한 말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 아나운서의 과거 사진은 쌍커풀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노현정 아나운서가 맞다 vs 아니다”를 두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을 정도. 이에 대해 노 아나운서는 “나는 당당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로 일축하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스타들은 자신의 과거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가장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사진이 공개돼 성형 사실이 밝혀진 모 연예인은 “이제는 인터넷 때문에 뭐든지 숨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면서 “연예인이 공인임을 인식하고 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과거 사진들이 공개된 연예인들은 대표적으로 김선아, 옥주현, 현영, 손태영 등을 포함해 수많은 스타들이 있으며, 이들중 상당수는 성형 구설수에 올라 한참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과거 사진이 공개돼 오히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외모의 빼어남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었다. 김태희, 송혜교, 이영애, 이나영, 한가인, 전지현 등은 과거 사진이 공개되면서 성형을 하지 않고 어릴때부터 예뻤던 ‘자연미인’임을 네티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선정적인 노출과 엽기적인 표정

넷파라치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또 다른 종류의 사진들은 바로 방송 중 ‘순간캡처’ 사진이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가수 빈이 한 영화제에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나와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4일 대한민국영화제에서 축하공연을 했던 가수 빈은 옆구리부터 종아리까지 옆 라인이 엑스자로 노출된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나왔다. 게다가 객석에 앉아 있는 영화배우 박해일에게 다가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는 애정공세를 펼쳐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넷파라치들은 빈의 의상과 선정적인 행동들을 순간 캡처해 실시간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여론을 형성했다. 또 얼마전에는 ‘김아중과 탁재훈이 방송중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루머가 퍼진 적이 있었다.

이 역시 넷파라치들이 해당 방송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해 생긴 결과물이었다. 이 동영상에는 같이 MC를 보던 탁재훈이 김아중에게 다가가 허리뒤쪽을 찌르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고, 이에 대해 ‘왜 그러냐’고 하는 김아중의 반응이 담겨있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탁재훈이 김아중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루머를 퍼뜨렸고, 김아중과 탁재훈은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또한 방송중 이상한 표정을 짓는 스타들의 사진도 인터넷에서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MBC 시트콤 ‘논스톱5’에 출연했던 홍수아의 엽기적인 사진은 물론, 김아중이 방송중 이상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 섹시 가수 미나의 속옷이 노출되는 민망한 장면 등을 순간 캡처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방송중에 실수로 옷이 내려오는 등의 사진들도 네티즌들에게 캡처 당해 인터넷을 도배하기도 한다.

당한 스타들 대인기피증까지

이렇게 네티즌은 언제든지 스타의 망가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스타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스타가 아무리 공인이라도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있기 때문. 또한 스타 자신들이 지금껏 힘들게 쌓아온 이미지가 사진 한 장으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연예인 매니저는 “요즘 연예인들은 방송 중에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네티즌들에게 캡처 당할까봐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넷파라치들에게 걸려 인터넷상에서 곤욕을 치른 연예인들은 한동안 컴퓨터를 켜지 않는 등 심각한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사진에 의한 공격은 좀 자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특정 연예인의 사진을 올리고, 자신이 올린 사진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에 대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타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해 이런 행동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의 망가진 모습이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버린 네티즌들과 이들을 두려워하는 스타들. 과연 이들이 앞으로도 ‘건전한 스타와 팬’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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