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치팀]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4·13 총선 공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18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한 수도권 예비후보에게 ‘대통령 뜻’ ‘친박 브랜드’를 거론하며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것을 강권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통령을 팔아 ‘친박 공천 전횡이 공공연히 발생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TV조선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1월 말 수도권에 출마하려던 ㄱ예비후보에게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거긴 아니라니까”라고 지역구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XX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라고 말했다. ㄱ씨가 “경선하라고 그럴 텐데”라고 우려하자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 ”라고 했다.
윤 의원은 “까불면 안된다니까”라며 협박도 했다. ㄱ씨가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자 “형이 얘기한 대통령 뜻을 가르쳐준 거 아냐. (현기환) 정무수석하고, (최)경환이 형하고, 나하고 대통령, 다 그게 그거 아냐”라고 대꾸했다. 윤 의원은 “형,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라며 약점을 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총선 전 '김무성 욕설파문' 녹취록 파문으로 탈당해 무소속 출마해 다시 복당한 바 있다.
윤 의원에 이어 최 의원도 전화로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했다. 최 의원은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붙으려고 하고 음해하고 그러면 ○○○도 가만 못 있지”라고 했다. 공천 보장을 약속해달라고 하자 “그건 ○○○도 보장을 하겠다는 거 아냐”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ㄱ씨는 경기 화성갑에 도전한 김성회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갑은 서청원 의원이 2013년 10월 보궐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당선된 곳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월 화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이후 신설된 화성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의원 측은 “수도권 분구 지역이어서 이왕이면 분구 지역으로 가는 게 좋지 않으냐고 권유한 것이지 공천개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청원 전 의원이 경선이 부담스러워 친박계 핵심인 두 사람이 경쟁자인 김 전 의원을 정리하기위해 나선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당과 중앙선관위 조사, 검찰 수사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에서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사유가 있다면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ㄱ씨 지역에서 당선된 의원은 입장을 밝히고 책임지라고도 해 사실상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인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당과 선관위의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도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충격적 내용”이라며 검찰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불똥'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중인 '친박계 좌장' 서청원 전 의원에게 옮겨붙으면서 출마여부가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친박계내 우력감도 확산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