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장면 계속 반복은 편파적”
“충격 장면 계속 반복은 편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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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3-31 09:00
  • 승인 200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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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방송이 단순한 사실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의결에 대해 방송사가 보인 모습은 완전히 편파방송이었다. 열린우리당이 사흘 동안 정상적인 의정진행을 물리력으로 막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합법적으로 경호권을 발동해서 여당 의원을 끌어낸 것을 계속 방영한 것이다. 탄핵 자체에 대한 차분하고 냉정한 이유 설명 없이 그런 충격적인 장면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었고, 게다가 열린우리당은 태극기를 걸어놓고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대비하여 보여주었으니 국민 감정이 호도되는 것은 당연했다.

- 그것이 야당에 그렇게까지 불리했단 말인가.▲물론이다. 탄핵 안이 가결된 첫날, 방송이 ‘그 장면’을 계속 돌려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그 당시 여론만 해도 7:3은 아니었다. 방송에서 편파방송을 한 후에 그렇게 여론이 바뀐 것이다.

- 방송사 쪽에서는 단순 평면 비교만이 공정방송은 아니라고 하는데.▲아니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방송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토론과 뉴스 앵커의 멘트를 통해 탄핵안 가결 후 마치 나라와 경제가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 방송사에 찾아가서 ‘카메라 각도’까지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건 방송의 편성권 침해 아닌가.▲나중에 확인해 보았는데 그곳에 간 사람 중에 ‘각도’ 이야기한 분은 없었다. 방송이 지어낸 이야기이다. 다만 고건 권한 대행 특집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 것 같아 깨끗이 사과한다. 물론 그 이야기도 우리가 정색하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방송이 너무 흥분한 것 같다, 좀 차분하게 분위기를 안정해야 하지 않느냐, 이제 노 대통령 업무 정지당하고 고건 대행이 하니까 고건 대행에 대해 특집 프로를 내는 것이 옳지 않느냐’ 하고 그저 ‘건의’하는 차원에서 말을 꺼낸 것인데 그것이 확대 해석되었다.

-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조-중-동의 편파보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방송사만 공격한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는데.▲신문 시장은 조중동 뿐 아니라 한겨레신문이나 다른 신문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신문은 자기가 지향하는 노선이 있다. 이른바 코드에 맞추어 기사를 쓰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가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잖은가.

인터뷰- 최승호 전국언론노조 문화 방송본부 위원장

“프로그램, 담당자 양심 따른것”
- 이번 탄핵안 가결 보도와 편성의 원칙은 무엇인가.▲다른 언론사와 달리 문화방송은 철저하게 일선 PD와 기자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 사장이나 본부장, 국장의 지시가 절대로 통용될 수 없다. 각 프로 담당자가 자신의 양심과 자존심, 철학에 따라 프로를 만들었다.

- 간부들의 유형 무형의 압력이 정말 없었는가.▲내가 문화방송 노동자 입장을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이다. 양심을 걸고 말한다. 절대로 간부들의 압력이 통용될 수 없다. 만약 부당한 압력이 있으면 <공정방송협의회>같은 것이 발동되어 항의할 수 있다. 그런 제도적 장치가 이중삼중으로 되어 있다. 부당한 압력이 있으면 우리 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 야당에서 공정방송이 아니라고 비판하는데.▲50:50으로 방송하는 것이 공정방송이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면적인 정치적 균형이 공정방송이 아니다. 개별 언론인은 자기 나름의 입장이 있다.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 야당 대표가 방송사를 방문하는 것을 언론자유 침해로 보는가.▲야당 대표이건 그 누구이건 방송사를 방문해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야당 대표가 방송사를 방문한 것 자체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건 권한 대행 특집 프로를 만들라고 요구하든지 촛불 시위 숫자가 많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카메라 각도를 지시한다든지 하는 것은 분명한 편성권 침해요 언론자유 침해이다. 이건 방송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다.

- 이번 탄핵안 특집 프로나 논평 발표에서 방송사 내부의 민주적 토론이 보장되었나.▲거듭 말하지만 문화방송은 다른 어느 언론사보다 내부민주화가 잘 되어 있다. 이번 탄핵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평사원이나 간부급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논평이 나왔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야당이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략적 발상이다. 그들은 탄핵안 가결 후 역풍에 당황한 나머지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방송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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