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사드 배치, 국회 동의 필요한가?
[외고] 사드 배치, 국회 동의 필요한가?
  • 일요서울
  • 입력 2016-07-18 08:36
  • 승인 2016.07.18 08:36
  • 호수 1159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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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지역·정당 ‘사분오열’ 대국민 설득 필요
 

지난 13일 사드(THAAD) 체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최종 설치 지역이 경북 성주로 확정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경북 성주지역 한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는 장면과 주민 설득차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 일행에게 주민들이 계란세례를 퍼부은 일은 사드 반대 투쟁의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이 거론되던 올해 초 사드에 대한 단순 찬반 여론은 찬성 의견이 6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KBS 조사결과 : 찬성 67.2% 반대 26.2%    중앙일보 조사결과 : 찬성 67.7% 반대 27.4%)

군사·안보 이슈에 대해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한·미 동맹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하는 일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보여왔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시도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사드 배치와 같은 강경 움직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 2월 같은 시기에 실시된 찬반 논리가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드 찬성 이면에 숨겨진 국민들의 또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향후 바람직한 대북관계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남한의 군사력 증강 등 보다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47.9%, ‘현재 수준으로 북한을 제재하되 교류와 협력의 방향성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2.6%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이 문항 뒤에 사드 찬반을 물어보니 찬성 49.4%, 반대 42.3%로 두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흐름을 보였다. (리얼미터 2.11일 전국성인 5백명 유무선전화조사)

결국 국민들은 사드를 군사적 안보적 측면보다는 대북관계라는 연결고리를 놓고 판단할 때 강력한 제재와 남북간 교류협력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찬반에 대한 태도는 좀 더 신중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 사드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사드에 대한 여론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먼저 지난 5월 정치학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를 보면 ‘신속한 사드 배치’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은 45.1%였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26.2%를 보였다. ‘잘 모름’ 응답이 22.4%로 나타나 사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사드의 군사적 비효용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도 중립성을 띠는 경향을 보였다. (리서치앤리서치 5.2-4 전국 2천명 전화조사)
 

표1> 사드 국회 동의 필요 여부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의견이 좀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결과를 보면 사드 배치에 대해 ‘대북 억제력 제고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44.2%, '낮은 군사적 효용성과 동북아 긴장고조로 인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38.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7.2%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40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50대 이상에선 찬성 의견이 더 높아 연령별 태도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40대에서 반대 의견(찬성 26.8%, 반대 54.5%)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 향후 이들이 사드 반대 여론을 확산해 나가는 중심 연령층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리얼미터 5.13 조사, 전국 547명 대상 유무선 ARS전화조사+스마트폰앱 조사)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 논란이 있었던 올해 초부터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지금까지의 여론은 찬성 의견이 절반을 압도적으로 넘지 못하는 선에서 50%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67.0%→45.1%→44.2%), 반대 의견은 상승하는 흐름(25∼26%→38%)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선은 향후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여론의 흐름이 바뀌는 이유는 첫째. 올해 초 60%가 넘는 단순 사드 찬성 여론을 정부가 맹신한 결과 외교 안보 사안을 너무나 안이한 자세로 처리했다는 데 있다. 더구나 최근 교육부 관료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 사드 발표 당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백화점 쇼핑 논란 등 국민의 녹을 먹는 정부 관료들이 공무를 대하는 자세가 나사가 풀린 것을 넘어서 기강 해이 수준에 달해 국민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둘째는 졸속 처리과정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다. 사드 배치는 외교·안보 사안으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충분히 밟아 국력과 국익을 모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지역별, 연령별, 정치이념성향별, 지지 정당별로 찬반 의견이 갈래갈래 나뉘어 있다. 또한 사드 배치 지역민들의 반대의사 표시에 대해 ‘님비(NYMBY)'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강대국이 얽혀 있는 외교 안보 사안을 하나로 똘똘 뭉쳐 단결해도 헤쳐 나가기 어려운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모습이다. 
 

표2) 사드찬반 여론 추이

현재 사드 배치 확정에 대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 여부, 국회 비준 필요성, 사드 체계의 전자파 유해성, 성주 지역 부동산 하락 등 여러 사안들이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그 무엇도 쉽게 결론이 나거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전망하는 것이 불투명하다.

결국 첩첩산중에 빠진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원로를 비롯해 국회와 각 정당 지도자들 그리고 국민에게 지혜를 구하고 논지를 모아내는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성심껏 밟아나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가와 국민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하는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밟아서 국민의 신뢰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과 정부의 의사 결정은 너무나 독선적이며 밀실에서 이뤄지는 데다 그 결과를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 모든 문제가 집중되어 있다. 
<이은영 KSOI(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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