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교육계 인사들이 최근 적절하지 않은 발언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민중은 개 돼지"라는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나향욱 정책기회관이 결국 파면됐다. 또 대학교 학자금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장학재단 안양옥 이사장도 “한국장학재단 사업에서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막말과 폭언을 하지 말 것을 가르쳐야 할 교육계 고위 인사들이 되레 막말을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 일요서울이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서울시 혜화역 인근 A중학교 앞. 3학년으로 보이는 3명의 여중생들이 기말고사를 치른 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학생이 “아 씨X. 이번 시험 XX 어렵지 않았냐?”고 하자 곁에 있던 학생이 “XX 어려웠어. 그래도 지난 중간고사보다 점수는 잘 나올 것 같아”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또 다른 학생은 “우리 학교 선생은 시험을 왜 이리 XX 어렵게 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교사들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XX는 남자들이 주로 쓰는 비어로, 이들 학생은 XX의 의미를 잘 모른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 다만, 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음담패설’ 죄책감 없이 일삼아
역시 혜화역 인근 B고교 앞. 1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엿들은 대화 내용은 교사와 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마음껏 교사의 흉을 보고 있었고 자신들의 성적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상대방의 부러움에 찬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내 뱉는 말마다 쌍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문장이 되지 않았다. 차마 듣기에 민망한 ‘음담패설’까지 이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떠들어댔다.
서울시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앞. 5학년인 한 남학생이 담임교사의 이름을 존칭 없이 마구 불러대며 손에 들고 있던 우유팩을 땅에다 집어던진다. 초등학생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쌍욕과 함께. 지나가던 학부모들은 이 학생의 언행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지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다못한 기자가 야단치자 학생은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 교육현장에서의 막말과 폭언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학원에서 나오는 H중학교 2학년 김모군이 보여준 그들만의 ‘단체 카톡방’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상대방 어머니를 향한 성 관련 욕설이 난무했다.
김 군은 “부모님이 이것을 보면 아마 학교에 당장 뛰어가 교사들에게 항의할 겁니다. 도대체 학교에서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 애들이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말이죠”라며 한탄했다.
그래서 일선 학교 교사를 만났다. 경기도 용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교사 K씨는 ‘단체 카톡방’ 내용을 전해주자 펄쩍 뛰었다.
그는 “우리 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환경이 좋고 학생들도 우수한 편이어서 절대로 그런 내용의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최근 논란을 일으킨 서울대 ‘단체 카톡방’ 내용을 보여주자 이 교사는 즉각 ‘우수한 학생’ 부분은 취소하겠다며 정정을 요청했다. 공부 잘하는 것과 막말 및 폭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체벌’할 수 없어 ‘언벌’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막말과 폭언은 어느 정도일까?
K교사는 가장 수위가 높은 막말은 ‘병신’, ‘너희들은 안돼’ 정도라고 했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학생들에게 심한 말이 아니냐는 질문에 K교사는 “교사가 정말 화가 났을 때 그런 말을 간혹 한다”고 해명했다. 체벌을 할 수 없어 결국 이 같은 막말로 '언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투였다.
일부 남자교사들은 막말 또는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북 문경시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체육교사가 아무런 이유없이 조직적으로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며 괴롭혀 문제가 됐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한 교사가 한 여학생에게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성이 쓰레기다. 얼굴은 못생겨 가지고… 너는 머리에 X만 찼다”며 교사로서 하지 못할 막말과 언어폭력을 가했다.
초등학교에서도 막말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방학숙제를 덜 끝낸 학생에게 “너는 인간이길 포기했다”, “동물도 다섯 번 얘기하면 알아듣는다”는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마를 입은 여고생에게 “모두의 눈에 불편하다, 치마 입지 마라, 바지 살 돈 없느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한 교사도 있다.
술을 마신 교사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여고생을 불러내 얼굴을 깨물고 두 팔로 껴안는 등 강제추행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고 잘못을 저질러 적발된 여학생과 어깨동무를 한 채 학교 운동장을 도는 행각을 벌인 교사가 문책당하기도 했다.
현재 초중고 학교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에 폭행ㆍ욕설 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가기를 무서워하고 심지어는 자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사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의욕이 없고, 더 이상 교단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K교사는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현장이 미국과 비교해서 그리 나쁘지 않다고 강변했다. 미국 교육현장에서는 우리보다 더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미시건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중생이 여교사에게 조속한 말을 하자 서로 주먹을 휘두르는 등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폭행이 이뤄지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메사추세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15세된 남학생이 24세 여교사를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후 잔인하게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K교사는 “과거에 비해 교권이 실추되고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학교 교육은 교사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일체가 되어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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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