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빠는 ‘놀이공원’서도 미안하다
가난한 아빠는 ‘놀이공원’서도 미안하다
  • 변지영 기자
  • 입력 2016-07-15 20:10
  • 승인 2016.07.15 20:10
  • 호수 115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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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 더 내면 ‘꿈과 희망’의 나라에 가까워지나요?

대기시간 파격적으로 줄여 vs 테마파크 특성상 물질만능주의 조장

[일요서울|변지영 기자] 지난 4월 말, 롯데월드가 출시한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Magic Pass Premium Ticket, 이하 매직패스 티켓)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인당 약 10만 원에 달하는 이 티켓을 구입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별도 통로로 들어가 놀이기구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에버랜드나 해외 일부 테마파크에서도 일부 우선 탑승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티켓은 놀이기구 대기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족단위 소비자가 많은 테마파크 특성상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고 있다.

“비싼 만큼 시간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를 찾은 조해늘(27)씨는 자유이용권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는 우선 탑승권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을 구매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짧은 시간 좀 더 많은 추억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놀이기구마다 ‘매직패스 티켓 전용 라인’이 구분되어 있었다.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제치고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 의아해하는 시선과 언짢아하는 사람들의 눈총으로 무안하기도 했지만 이내 놀이기구를 빨리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매직패스 티켓 논란

지난 4월 29일 국내 테마파크 ‘롯데월드’에서는 줄을 서지 않고도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Magic Pass Premium Ticket)을 출시했다. 매직패스 티켓은 대기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근시안적인 자본주의 마케팅’이라는 날 선 시선도 적지 않다. 테마파크라는 특성상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많고, 오래 기다려도 줄을 서서 차례로 놀이기구를 이용한다는 정착된 규칙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용만 내면 일종의 ‘새치기’를 허용하는 마케팅이란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놀이공원 내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에는 누구나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를 이용하려면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놀이기구를 몇 개 이용하지 못한 채 돌아와야 할 때도 있다.

이에 롯데월드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지난 10년간 빠른 탑승 예약제 ‘매직패스’ 제도를 운영해왔다. 매직패스는 선착순으로 해당 놀이기구의 탑승 시간을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효율성 측면에선 상당 부분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10시에 롯데월드의 ‘스페인 해적선’(바이킹)을 타려고 발권기로 매직패스 예약을 한 손님은 15:30에 탑승하러 오라는 티켓을 받을 수도 있다. 특정 놀이기구마다 정해진 예약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준 줄로 돌아가 1~2시간 줄을 서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기존 매직패스 예약 제도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은 예약이나 대기 없이 전용 라인을 통해 바로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과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매직패스 티켓은 두 가지 종류로 모든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권’(하루 30매)과 5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5종권’(하루 70매)을 하루 총 100장만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 티켓은 연간회원권이나 자유이용권을 구매한 이용객에 한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연간회원이 아닌 경우, 매직패스 티켓을 구매하려면 성인 기준 자유이용권(4만 8000원)과 매직패스(프리권 10만 원, 5종권 3만 원)티켓비를 합한 약 8만 원에서 15만 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또 연간회원비는 10~26만 원선이다.

가난한 아빠 vs 부자 아빠

프리미엄 티켓 소식을 접한 소비자 중 일부는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누리는 정당한 권리”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본주의 전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 부모는 “비행기에도 좌석별 비용이 상이하고 심지어 기차에서도 좌석별 차등 비용이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이 티켓은 상대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송모씨는 “이를 본 아이들이 커서 ‘돈이면 뭐든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줄만 서고 있어도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며 “기존 예약 제도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없느냐”고 토로했다.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도 눈치가 보이게 생겼다”며 “가난한 아빠는 놀이공원에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롯데월드 “문제 없다”

롯데월드는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버랜드도 우선 탑승권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새치기라는 것은 순서를 어기고 남의 자리에 슬며시 끼어드는 행위다. 그러나 프리미엄 티켓 고객은 기존의 대기줄을 추월해서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매직패스 줄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치기가 아니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티켓이 상품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의 놀이공원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익스프레스 패스권’(Express Pass)을 판매한다. 놀이공원 전체를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프리 패스권을 구매하며 전체를 전부 구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일반 비용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기존 예약제도 보완 필요해

매직패스를 이용한 조해늘씨는 “줄 서는 방식이 너무 구식이지 않나 싶다. 휴대폰이며 티켓이며 전자화되어 가는데 줄 서는 방식도 이를 활용해 첨단화할 수 없는지 궁금하다”며 “대기라인에서 줄 서는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다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현재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판매량 및 고객 반응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매직패스 티켓 확대 유무를 결정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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