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최근 귀국하면서 8·27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의 문 전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 경쟁에 불이 붙었다. 차기 당권 레이스에서 주류측 후보군인 송영길, 추미애 의원은 ‘문재인 후광(後光) 효과’를 겨냥한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최대 지분을 가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표심(票心)이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문심(文心)’ 잡기에 사활(死活)을 건 셈이다.

-송영길, 부인이 文 귀국시 꽃다발…안희정·이해찬 찾아가
-추미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지지’ 이미지 벗기 나서
두 의원의 적극적인 구애공세 속에서 문 전 대표는 귀국 후에도 전대 중립 원칙을 이어갔다. 지난 9일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대에서 당 대표 선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유력한 대권후보가 자칫 전대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도 전대를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 공개 행보를 피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문 전 대표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친노(親盧)·친문(親文)진영이 한쪽으로 쏠리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송 의원은 문 전 대표에게 강렬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송 의원의 부인인 남영신 씨가 문 전 대표의 귀국 시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가 꽃다발을 전달했다. 송 의원은 지난 8일에는 충남도청까지 찾아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난 데 이어 세종시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진영에 대한 구애의 폭을 넓혔다.
송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지사와 더민주의 공적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했고, 이 전 총리로부터는 대정부질의와 국감에서 당이 목표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표 후보 출마 이후 꾸준히 문 전 대표에게 손짓을 해온 추 의원은 최근 친노그룹과의 관계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문제를 떨어내려고 애를 썼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다. 추 의원은 최근 정봉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전국구’에 나와 탄핵 당시 상황에 대해 “저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탄핵불가론을 얘기했다”면서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찬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秋, 문재인에 ‘러브콜’ vs 宋 “친노 조직적 지원 없을 것”
최근 송 의원과 추 의원은 친노 진영의 움직임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추 의원이 친노진영의 수장 격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우회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반면, 송 의원은 “친노진영이 누군가를 조직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구애 움직임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
추 의원은 지난 6월 27일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비교적 좋은 점수를 얻을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문 전 대표가 강펀치를 맞고도 (당내 대선 주자로서) 1등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깎아내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과거 당이 후보를 돕지 못하고 흔들었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서는 안된다. 대선후보를 지켜줄 깊은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친노진영에 대한 ‘지원요청’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추 의원이 친노진영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반면, 송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당내에서는 친노·비노를 따지고 있지 않다”며 “(친노진영은) 조직적 움직임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가 문 전 대표 입장이라도 조직적으로 누구를 지원하고 그러면 본인의 대선에 도움이 되겠나”라며 “전대에서는 실력과 내용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인터뷰에서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에 대해 “아주 필요한 역사적인 특권이며, 국회의원으로서 정권에 가감없는 민심(民心)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최근 ‘가족채용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의원에 대해 “사적으로 가족을 임명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는 등 평소의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두 당권주자는 행선지에서도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추 의원은 전날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 내려가 1박을 했으며, 이날 새만금 개발현장을 방문한 뒤 송하진 도지사를 만나 도정 현안을 청취했다. 반면 송 의원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저녁에도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방문,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이달 중순 후보 등록 마감 속 비주류·원외 후보 곧 윤곽
친노와 친문 진영을 두고 송 의원과 추 의원 간의 2파전이 가속화되면서 비주류 후보군의 윤곽도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부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에 출마설이 돌았던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로 가닥을 잡아 김이 빠진 상황에서, 출마를 저울질해 온 이종걸 의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당내 경제통인 김진표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불투명한 상황이다.
출마를 고심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청래 전 의원 등 원외 인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원외 인사들이 부각되는 것은 현재의 당권 레이스 구도로는 국민의 눈길을 잡기가 어렵다는 당내 일각의 불안감에 힘을 얻는 측면도 있다.
특히 새누리당 당권 레이스가 예측불허의 형국으로 전개되며 주목을 받는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리적으로 후보 등록을 위한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당권주자군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이달 중순까지 대표 및 대표위원 후보 등록을 마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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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