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신춘호 회장, 달라도 너무 다른 노년일기
신격호·신춘호 회장, 달라도 너무 다른 노년일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7-15 19:46
  • 승인 2016.07.15 19:46
  • 호수 1159
  • 3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수록 머리 아픈 형님, 가만 있어도 천하태평한 동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사뭇 다른 노년기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젊은 시절 둘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있을 당시만 해도 신격호 회장이 우위를 점한 것 같았지만, 두 형제의 현재 위치는 완벽하게 역전된 모양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춘호 회장의 형제 갈등의 발단은 1960년대 초에 일어났다. 신춘호 회장은 당시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 신춘호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롯데공업을 설립해 홀로서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졌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춘호 회장의 칠순잔치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또 당시만 해도 신춘호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억압에 다소 눌리는 모습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 브랜드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고 신춘호 회장이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대물림된 자식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 등으로도 시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격호월드가 무너졌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더욱이 올해 94세인 신 총괄회장은 자식들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동시에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90세가 넘도록 자신의 욕심 때문에 후계자를 선택하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도 듣는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온 롯데그룹도 비리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릴 위기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찬란한 젊은 시절과 대조돼 초라해 보이기까지 할 지경이다.

신춘호 농심 회장

그런데 동생 신춘호 회장은 오히려 갈수록 천하태평이다. 농심을 라면업계 1등 회사로 도약시킨데 이어 그룹 내 경영권 승계도 장자 우선 원칙을 공고히 구축해놔 걱정 없는 말년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각각 농심과 율촌화학을 이끌면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젊은 시절 굴곡은 있었지만 농심의 위치가 확고하고, 이른 교통정리로 경영권 분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격호 총괄회장보다 편안한 말년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그는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경영권 싸움을 벌일 때도 ‘롯데 일은 남의 집안 일’이라고 선을 긋는 여유마저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나이로 봤을 때 은퇴가 멀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도 두 형제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도 범 롯데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재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