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값 상승 때 인상하더니 인하때는 묵묵부답
서울우유 “원가 분석 후 인하 여부 검토할 예정”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서울우유는 정부의 원유가격인하 발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인상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서울우유가 그동안 기록한 적자를 이번 기회에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팀 관계자는 “아직 공식입장이나 대응방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원유가격이 106원 올랐을 때 (서울우유)는 그 이상인 200원을 올렸던 사례가 있었다”며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었는데, 반대로 이번 원유가격 인하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는 유업체, 유통업체에도 요구할 것”이라며 “원유가격 18원 하락에 대해 우유가공업체는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우유는 2011년도와 2013년도 원유가격이 상승했을 당시 두 차례 모두 인상된 가격을 적용해 소비자 가격을 책정한 바 있다. 2013년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당시 L당 940원으로 기존 834원보다 106원을 높게 인상하자 서울우유는 이보다 높은 L당 25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우유가 인상폭과 시기를 정하면 후발 업체들이 뒤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게 관행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소비자가격 인하 소식에도 서울우유와 후발업체들이 소비자가격 인하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린다. 그러나 인하 소식은 깜깜무소식이 됐다. 올릴 때는 재빨리 올리더니 내릴 때는 차일피일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여론은 이번 우유값 인하를 시행하지 않고 동결해 학교우유급식 등을 통한 적자를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앞서 정부의 학교우유급식 최저입찰제 시행 이후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학교 급식 입찰과정에서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우유 측은 50억에서 100억 원 정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휘발유 가격 책정 때와 같은 맥락이라며 올릴 때는 급하게 올리더니 내릴 때는 찔끔 내리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우유가 정유업체보다 더 나쁘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기분이 들어 불매운동을 벌이고 싶다”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우유 관계자는 가격인하에 대해 “원가 부서에서 검토 중이지만 어떻게 할지를 지금 상황에서 얘기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어 “원가 담당부서에서 분석을 끝내면 인상이든 인하든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것이다”며 “인하다 아니다 말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확실한 것은 검토 중”이라고 되풀이했다.
그는 2011년도와 2013년도에 우유 값이 인상됐을 때를 예로 들며 이번 인하와 동결의 최종 결정은 1달에서 2달 정도, 즉 8월 말에서 9월 정도 발표가 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서울우유 관계자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인하 쪽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 명확한 게 정해진 건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들은 낙농진흥회의 가격 인하 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9일 원유기본가격을 리터당 922원으로 지난해보다 18원(1.9%) 인하한다고 밝혔다. 낮아진 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농가들에게 구입했던 금액을 18원 낮춰서 922원에 구입한다”며 “원유 가격의 구성은 기본 가격을 낮춘 것이다. 원유의 가격은 위생 성분에 따라서 140원이 플러스알파(α)다. (낙농진흥회에서) 원유를 농가에게 사서 인건비, 유통비, 관리비를 포함해서 업체에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인하된 건 2013년 ‘원유기본가격 계산방식’(이하 원유가격 연동제)이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이 지난 6월 27일 발표한 원유 리터당 생산비가 764원으로 지난해보다 33원(4.2%) 줄었고, 물가인상률도 0.7%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이 원유 가격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다만 낙농가는 서울우유를 둘러싸고 일어난 소비자가격 논란과는 다른 이유로 원유가격 인하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낙농가는 지난 2년간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고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유 가격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우유가공업체들은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원유 기본가격이 내려가도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우유 소비자 가격의 인하폭은 유가공업체에서 결정한다. 낙농진흥회가 유가공업체에 판매하는 가격이 인하된 가격일 뿐 소비자 가격은 납품받은 회사의 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낙농진흥회에서 가공업체에 소비자 가격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가격 구성은 업체 자체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다”며 “(업체에 따라) 아무래도 가격이나 판매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우유는 원유 기본가격 인상 때의 모습처럼 우유급식으로 인한 적자 채우기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인하 정책에 나설지 여론과 언론, 소비자 시민단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