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CEO 선정에 ‘정치권 인사 개입’ 의혹
대우건설 CEO 선정에 ‘정치권 인사 개입’ 의혹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7-15 19:10
  • 승인 2016.07.15 19:10
  • 호수 1159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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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추위 들러리 의심…노조 “낙하산 인사 극렬 반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임 사장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 내부가 흉흉하다. 벌써부터 ‘누구의 연줄이다’ ‘내부 비리를 모른 척하는 조건으로 후보에 선정됐다’ 등의 확인조차 어려운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다각도로 검증을 거쳐 후보를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 노조는 여전히 "낙하산은 안된다"는 강수를 보인다. 특히 정치인맥의 대우건설 입성은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따라서 이번 신임사장 선정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외부인사 박창민 vs OB 조응수 압축…불똥 여기저기 튀어
사추위 당일 목청 높인 사연에 정치권 인사 목소리 있었나

▲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왼쪽부터)

대우건설 사추위는 신임 사장 후보로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등 2명으로 압축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창민 전 사장이 신임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확실한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사업에 능통하고 큰 규모의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 전·현직 임원들을 제쳐두고 박창민 전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 한다”며 “반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노조는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중이다.

석연찮은 사추위 회의

사추위는 애초 내부인사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지난달 박영식 대표와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사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외부 인사를 포함한 재공모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러자 회사 안팎에선 내부 인사 대신 외부 인사를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실제로 지난 1일까지 접수를 받은 결과, 30여 명의 인사가 공모에 뛰어들었는데 박 사장과 이 전무를 포함해 내부 출신 6명을 제외하곤 모두 외부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지원자에는 대우건설에 몸을 담았던 OB 출신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에서 주택사업본부장, 외주구매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현동호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을 비롯해 강승구 전 푸르지오서비스 대표, 김승택 전 대우건설 전무(개발사업본부장), 대우건설 전무 출신인 김양기 푸드림 대표 등이 지원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건설에 몸담고 있는 김남철 전무(MENA지원본부장)도 차기 사장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창민 후보에 대해 여론이 집중되자 노조는 더욱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낙하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박창민 후보가 정치권과 인맥이 형성됐다는 점을 강하게 의심했다.

노조는 “박 후보는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정치권 인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창민 후보는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건축본부를 거쳐 영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의 사장으로 있었으며, 이후에는 비상근 상임고문으로 지내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주택협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조는 또한 “박 후보가 큰 규모의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연매출이 2조~3조 원 수준이고, 직원수가 1500명에 불과한 현대산업개발을 이끌던 박 후보가 연매출 10조 원 이상에 직원수가 6000여명인 대우건설을 진두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이런 가운데 사추위가 열리기 직전 원일우 전 금호건설 사장이 탈락하고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으로 바뀌었다.

갑작스런 후보 변경 왜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이 사추위 내부에서 호감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와 결별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금호'라는 꼬리표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단 몇 시간 만에 최종 후보 2명의 이름이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결국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해 사장 인선 과정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산은이 직접 내부 출신 인사를 ‘파견’하려고 시간을 끌다 누군가의 입김으로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을 불러 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돈다. 사추위에 등록한 일부 후보와 관련해서 대우건설 안팎에선 이들 후보에게 산은이 먼저 ‘오퍼’를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산은 측은 “내정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대우건설 사추위는 오는 20일 최종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임한 뒤 21일 이사회를 통해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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