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회의를 열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전환을 골자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개정된 당헌·당규에 따라 새누리당은 다음 달 9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따로 뽑는다.

-대표·청년최고위원 1인 1표, 일반 최고위원 1인 2표로 선거
-지역 세(勢)몰이에 영향 가능성…대의원 추천권도 가져
당 대표는 기존의 대표최고위원과 달리 당직자 인사(人事)에 대해 사실상 전권(全權)을 행사한다. 다만,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윤리위원장 인선(人選)의 경우 최고위원회의 의결(議決)을 거쳐야 한다. 선출직 최고위원은 4명(여성 포함)이고, 청년최고위원(45세 미만) 1명이 별도로 선출된다.
당 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을 뽑는 이번 전대에서는 선출자의 대표성을 높이고 후보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예비심사(컷오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와 청년최고위원은 1인 1표로, 최고위원은 사실상 1인 2표(2인 연기명)로 뽑는다. 최고위는 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명에 대표가 별도로 지명하는 최고위원 1명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전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전대 출마자들의 기탁금을 대표 선거 1억 원, 최고위원 선거 5천만 원, 청년최고위원 선거 1천만 원으로 정했다. 최고위원 선출자 가운데 최다 득표자를 대표최고위원으로 한 2014년 7·14 전대의 기탁금은 8000만 원이었다. 이번 전대의 합동 연설회는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 영남권에서 1차례씩 열린다. TV토론회도 개최한다.
후보 등록과 기호 추첨은 오는 29일이며, 이때부터 전대 당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이다. 대의원을 제외한 선거인단의 현장투표는 다음달 7일이다. 전대 선관위는 선거인단, 투개표 및 선거관리, 클린 선거 등 3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국 17곳 선출… 조직장악 한계 분석도
최근 새누리당은 전국 17곳의 시·도당 위원장 선출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지역별로 전대 준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선출된 위원장 상당수가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들이 차기 당 지도부 선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까지 시·도당 위원장을 확정 지은 곳은 부산(이헌승 의원)·대구(윤재옥 의원)·인천(정유섭 의원)·대전(이은권 의원)·울산(박맹우 의원)·세종(박종준 위원장)·경기(홍철호 의원)·강원(김진태 의원)·충북(송태영 위원장)·충남(박찬우 의원)·경남(김성찬 의원)·전북(정운천 의원)·제주(강지용 위원장) 등 모두 13곳이다.
서울·광주·전남은 이날까지 시·도당 위원장을 확정짓지 못했으나 조만간 경선(競選)을 통해 선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경북의 경우 애초 내정됐던 박명재 의원이 비대위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백승주 의원이 직무대행을 해왔고, 일단 전대는 ‘백승주 직무대행 체제’로 치르되 향후 위원장을 선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까지 선출이 확정된 위원장 13명의 계파 성향을 분석해 보면 정운천·송태영 위원장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다수인 시·도당 위원장이 한 달 뒤에 열릴 전당대회에 어떤 역할을 할지가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시·도당 위원장이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들을 통솔하는 위치인 만큼 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해당 지역 당원들의 투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대 선거운동 기간에 권역별로 지역유세가 진행될 때 지역 당협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후보들의 세(勢)몰이 경쟁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시·도당 위원장은 전대에 참여하는 대의원을 구성할 때 일정 규모의 당원을 추천할 수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각 시·도당 운영위원회에서 당원 10명을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시·도당 위원장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일단 전대를 앞두고 새로 선출된 상황이다 보니 조직을 장악하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기상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제한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15일 [일요서울] 과의 통화에서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시·도당 위원장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겠지만 지금은 당협위원장이 시·도당 위원장에게 아쉬울 것이 딱히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옥 “승패보다 국민에 비전 제시하는 게 중요”
한편,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이번 전당대회는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국민 앞에 어떤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로 나서야 한다”면서 “당의 모든 구성원은 이번 전대 성공에 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의지와 각오를 새롭게 해주길 바란다”며 당의 쇄신 노력과 단합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에서 최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의 계파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우회적인 ‘경고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청년실업률 통계와 조선업계 구조조정, 전반적 수출과 내수 부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파장 등을 언급한 뒤 “우리 경제와 민생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경제활력과 민생 중심의 추경안이 조속하게 편성, 집행돼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적극적 협치를 통해 20대 국회의 새로운 면모와 민생·경제살리기에 힘을 합치는 정치권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데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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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