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거센 반대여론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무서운 민심을 목도한 각 당 소장파는 당지도부에 ‘탄핵철회’, ‘탄핵책임론’을 제기하며 위기 탈출을 시도하면서 내홍까지 겪고 있는 상태.그러나 이에 대해 ‘강경론’이라는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는 두 야당대표의 입지에 대한 전망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비상체제 아래 영향력을 강화하며 재기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쇄신파의 잇단 사퇴주장과 맞물려 선대위도 구성하지 못한 채 골치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 관계자들이 내놓는 조순형 대표의 입지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끝없는 추락’이다. 조대표는 열린우리당과의 분당이후 ‘경선’ 흥행에 성공하면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할 구원투수로 등장했었다. 그렇지만 당내의 소장파들로부터 ‘욕심많은 지도자’로 규정돼 지도력에 흠집을 낸 바 있다. 특히 탄핵안이 발의되기전 추미애의원 등 소장파들로 선거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 현재는 ‘입지 굳히기’에 골몰, 당 안팎의 퇴진 압력과 탄핵철회론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고 한다.게다가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후 거의 ‘침몰’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대표 역시 멀지않아 ‘추락’의 길로 걷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당권파 일각에서 조대표 단독 또는 지도부 총사퇴론이 거론되는데다 탄핵안 철회론을 둘러싸고 ‘친(親)조대표파’와 ‘반(反)조대표파’가 양극화되면서 내분이 세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22일 탄핵안 철회, 노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설훈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이자, 정치에서 상식과 원칙이 실종된 것을 의미한 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원직 사퇴와 탈당, 17대 총선 불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이에 앞서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 추미애의원도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만이 살 길”이라며 지도부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조순형-추미애 공동선대위 체제를 주장하고 있는 지도부에 반발해 추미애 단독선대위 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소장파는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지도부 퇴진, 공천 반납등 강수를 던지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탄핵역풍으로 최악의 위기가 온 가운데 탄핵의 책임을 지고 조순형 대표의 2선후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조대표파’라고 할수 있는 당권파의 강경입장 역시 거세지고 있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당권파인 김경재 위원, 강운태 사무총장 등은 실질적 탄핵책임론인 추미애 단독 선대위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며 중앙위원회의에서 현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결의해 쇄신파들의 퇴진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김경재 의원은 “지도부와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은 다른 길을 가라고 할것”이라며 “지도부 퇴진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오늘 저녁 중앙 회의에서는 그런일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다만 ‘퇴진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조대표에 반발한 쇄신파들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끝장 을 보겠다’는 태세이기 때문에, 상황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제 2의 분당사태까지 초래할 가능성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역시 지난해 대표 경선에서 새로운 지도자에게 길을 터주는 ‘인큐베이터’역할을 하겠다고 선언, 박수를 받으며 전면에 등장했지만 조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 소장파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반면 당내 일각의 ‘탄핵책임론’에 의연히 대처하면서 차기 체제준비를 꾸준히 해 나가고 있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향후에도 한나라당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실제 최대표는 홍사덕 의원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당권파 체제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더욱이 최대표의 측근 다수가 이미 공천장을 받아 놓은 상태인데다 이들이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는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변수를 남겨두고 있다.또한 본인이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못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이 때문인지 지난 18일 운영위 회의에서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며 공천심사위 구성안을 직권 상정해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재기를 노린 포석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결국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는데 최대표와 측근들은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다”는 정면공격을 받아 급히 철회하기는 했지만, 최대표의 재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게다가 당권파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현상유지파인 박근혜 의원의 행보는 최대표의 입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조대표와는 달리 최대표는 향후 최소한의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하지만 김문수 의원이 ‘탄핵철회’를 주장하고 수도권 소장파 후보자들이 이에 적극 동조하고 나서면서 그 결과는 예측불허. 결국 두 야당 대표의 향후 입지가 어떻게 변모해 갈 것인지 관심을 갖고 살펴볼 만한 일이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