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휘말린 강정호, 젊은 혈기가 죄…의혹들로 만신창
성폭행 휘말린 강정호, 젊은 혈기가 죄…의혹들로 만신창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7-09 23:41
  • 승인 2016.07.09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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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 약물사용과 의도적 접근여부에 초점…여성주도적 앱도 의문
일리노이주 법상 합의에 상관없이 수사…혐의 입증 시 최소 징역 4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시즌 초반 부상을 털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가 막강한 화력을 뽐내는 가운데 성폭행 혐의에 연루돼 선수생활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사당국과 당사자 모두 공식발표를 내놓고 있지 않아 ‘기소’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각종 의혹들이 강정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합의된 성관계인지 성폭행인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츠버그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는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강정호는 4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에 꼭 필요한 장타 한 방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팀은 7-5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처럼 여느때와 같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강정호지만 전날 알려진 성폭행 혐의로 인해 그의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앞서 시카고 지역지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6일 시카고 컵스 원정에 나선 강정호가 지난달 17일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여성 A씨를 호텔로 초대해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당시 강정호가 건넨 알코올 음료를 마신 뒤 약 15~20분 후 정신을 잃었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피해 여성은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없었고 이틀 뒤 병원을 찾아가 ‘레이프 킷’ 테스트를 통해 성폭행 검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다시 열흘이 지난 지난달 30일 시카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팬들을 비롯해 국내 팬들까지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강정호가 약물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피해 여성의 의도적 접근 가능성에 따라 강정호의 선수생명이 결정되는 기로에 서 있다.

쏟아지는 의문에
침묵으로 일관

강정호에 대해 현지 언론들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약 3~4가지 의혹으로 압축된다. 먼저 강종호가 약물을 사용했는지 여부다. 피해를 주장하는 A씨에 따르면 그는 강정호가 준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강정호가 술에 약물을 탔다는 데에 힘이 실리게 된다. 또 그럴 경우 강정호가 성폭행했다는 점에도 무게가 실린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A씨가 강정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는지 여부다.

강정호는 해당 여성을 데이팅 앱인 ‘범블’을 통해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해당 앱은 여성이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돼 있다. 즉 여성이 마음에 드는 남성의 사진을 보고 먼저 말을 거는 방식으로 여성회원 만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만약 여성이 24시간 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결이 끊긴다.

이에 A씨가 강정호 선수를 선택해 말을 걸었고 채팅 후 여성이 제 발로 그의 호텔로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성관계가 자발적인지 일방적인 성폭행이었는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뒤 성관계를 미끼로 금품 등을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경찰에 신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A씨에 대해 나이 23세라는 점을 제외하고 아무런 단서도 제공되지 않고 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계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이 증폭되면서 의도적인 접근일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강정호의 영어 실력과 해당 앱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범블은 영어 이외에도 한국어까지 지원해 현지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강정호의 영어 회화 실력이 능숙하지 않아 상대 여성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재미교포거나 미국체류중인 한국인이 아니겠냐는 추정이 제기됐다.

강정호는 야구와 관련된 대화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아직 능숙하게 일상적 대화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대부분 통역사가 따라다닌다.

이 밖에 A씨가 사건 이틀 후 병원 찾아가 증거채취 검사를 받았고 다시 열흘이 지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 같은 때 늦은 대처를 한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지 분위기
기소 전 처벌 부당

현재 강정호는 경기에는 나서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굳게 닫은 상태다. 다만 그는 현장의 한 기자에게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질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강정호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처벌을 받아 선 안된다”며 종전과 마찬가지로 강정호를 ‘정상 출전’ 시키고 있다. 차차 경찰 수사과정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들도 강정호에 대해 감싸기에 나서며 반대로 기소 없이 징계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츠버그 지역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지난 7일 강정호 소식을 전하면서 “아직까지 강정호의 혐의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검찰로부터 기소가 되지 않았으므로 팀에 남아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이 신문의 폴 자이스는 칼럼에서 “경찰 조사를 받는 것과 경찰로부터 기소를 당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다. 아직까지는 섣부르게 단정짓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폴은 “이 문제는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둘 사이에 이뤄진 문제이고 경찰 조사 역시 아직까지는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다. 따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냐”고 전했다.

결백까지 징계와
소문으로 어수선

이처럼 성폭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고한 A씨가 고소를 취하해도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정호가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한다면 한동안 법적 책임과 징계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검사 출신의 시카고 중견 법조인 로런 시드너 변호사는 지난 6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일리노이 주 형법상 강정호 선수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한 여성이 고소를 취하해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너 변호사는 또 “유명 인사나 스포츠 스타의 경우에도 고소 취하 후 사법 절차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별도로 검찰이 강정호를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했다가 취하해도 MLB 사무국이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성폭행 혐의를 받은 뉴욕 양키스 소속 아롤디스 채프먼과 뉴욕 메츠 소속 호세 레이예스가 최근 유죄 판결 없이도 MLB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더욱이 MLB 사무국은 지난해 8월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발표하고 이 문제는 특히 엄하게 다스리기로 원칙을 정했다.

이에 따라 아롤디스 채프먼은 지난해 10월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3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지난해 11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호세 레예스는 5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여성 폭행 혐의로 체포된 헥터 올리베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데도 8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를 감안할 때 강정호의 성폭행 혐의가 입증될 경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강정호는 MLB 사무국이 협약을 발표한 뒤 첫 성폭행 사건에 해당돼 앞서 징계를 받은 선수들 보다 무거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특히 일리노이주에서 성폭행은 최소 징역 4년형에서 최고 종신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강정호가 실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다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야구 인생 최대 실수를 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정호는 합의여부가 아닌 기소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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