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무대 뒤 적막감과 외로움 견디지 못해
연예인 자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무대 뒤 적막감과 외로움 견디지 못해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7-08 21:03
  • 승인 2016.07.08 21:03
  • 호수 1158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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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추락하면 우울증 생겨 극단적 선택할 수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영면에 든 배우 김성민. 그를 아끼는 많은 팬들은 그가 마약복용으로 새겨진 주홍글씨의 굴레를 끝내 떨쳐내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 때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인기를 구가했던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동안 일어났던 국내외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을 돌아보고 그 원인을 진단해본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1980년대 유행했던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로서 연예인들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고독감의 정도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중과 직접 만나는 연예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렇지 않은 부류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적막감과 갑자기 엄습해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마약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런 유혹은 연예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받는다. 유명 가수 C씨가 그런 유혹에 빠져 잠시나마 마약에 손을 댄 케이스. 다만. C씨는 이후 마약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김성민과 같은 케이스다. 마약 복용에 대한 죄값은 치렀지만 연예계 복귀가 여의치 않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는 지인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들의 인기를 받으며 살다가 더 이상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괴로워한 것.
 
악플에 예민한 연예인 요주의
 
최진실 역시 연예계 공백 기간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최진실은 남편 조성민과의 이혼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당시 네티즌들의 악플에 시달렸다. 팬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그래서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지인에 따르면 자숙의 시간 동안 최진실은 외부인과의 만남에 극히 예민했다. 특히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더욱 그랬다. 자신의 모습을 가능한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항상 캐주얼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다녔으며 접촉 인사와의 식사 때도 항상 매니저와 동행하고 식당에 마련된 방에서 하는 조심성을 보였다. 최진실은 당시 겉으로는 예전의 쾌활한 모습을 보이려 안간힘을 썼으나 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연예계 컴백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에 상당히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연예계 컴백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그는 또다시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우울증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은 동생 최진영과 전 남편 조성민의 죽음으로 이어져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중견 가수인 L 씨 매니저 K씨는 연예인의 경우 인터넷 상에 떠도는 악플에 매우 예민하다악플이 돌 경우 연예인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밝혔다. K씨에 따르면 그러한 공황상태에서 빠져나오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우울증에 걸려 심할 경우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된다. K씨는 또 요즘에는 대형 기획사들이 있어 이런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지만 예전 연예인들은 대처 방법을 잘 몰라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인기그룹 투투의 멤버였던 김지훈은 김성민처럼 마약 복용 혐의로 방송 출연이 정지되자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이혼 등의 힘든 가정사가 더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우 이은주의 경우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주홍글씨에서의 수위 높은 노출로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은주가 노출 수위 이외의 다른 문제까지 겹치자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향후 활동에 대한 불안감 등 다른 이유로 잘못된 선택을 한 연예인도 있다. 가수 서지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발표한 1집이 대성공을 거둔 후 2집 발표를 앞두고 1집에서의 활동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박용하는 사업과 연예계 활동 병행, 그리고 부친의 암투병으로부터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이 자살 공통분모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연예인들도 있었다. 2014년 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했던 우봉식은 이후 이렇다 할 배역을 받지 못하자 생계유지를 위해 일용직 노동자 생활까지 하다 우울증 증세가 심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정아을이 스타 반열에 오르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오던 중 수입마저 변변치 않자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외국 연예인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설의 목소리(The Voice)’로 불리던 휘트니 휴스턴이 48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휴스턴은 전 남편인 가수 겸 작곡가 바비 브라운과 만나면서 마약의 길에 빠졌다. 브라운과의 이혼 후에도 그는 마약을 끊지 못해 재활센터 입소를 거듭했다. 여기에 수입도 떨어져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산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로빈 윌리엄스(63)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예인들의 자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우울증이라는 공통분모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연예인은 일반인과 달리 한 번에 인기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상에서 추락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껴 우울증으로 발전해 이를 방치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증 상담가인 허용진 박사는 연예인이 자살에 더 쉽게 노출되는 원인을 삶의 괴리에서 찾는다. , 연예인들은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이 진정한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데, 이를 깨닫는 순간 두 개 삶의 괴리감을 느껴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 문제는 우울증에 빠졌을 때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혼자 해결하려다 안 되니까 그 고통으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위해 결국 세상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 허 박사의 진단이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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