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만 원이면 5성급 호텔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해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예전에는 ‘교도소’ 하면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곳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죄인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에 적지 않은 국가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 죄수들이 편하게 수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도소 안에 각종 편의 시설까지 마련한 곳도 있다. 심지어 돈만 있으면 5성 호텔 부럽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수감생활을 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 카운티 시립교도소. 이곳에서 죄수들은 칙칙한 하늘색의 죄수복이 아닌 오렌지 색상의 밝은 옷을 입는다. 방에는 2층 침대가 놓여 있고 MP3, 책, 휴대전화, 노트북 등의 반입이 허용된다. 하루 82달러(9만5천 원)만 내면 특실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수감자들 사이에선 이 방이 5성급 호텔로 통한다.
오렌지 카운티에 소재한 일부 시립 교도소들은 아예 ‘유료 감옥’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75~127달러(8만7000~14만8000원)를 지불하면 깨끗하고 조용한 방에서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 주로 부자 재소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청자가 넘쳐 방은 항상 만원이다. 지원자는 자격심사를 받게 되는데 판사와 교도소장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재소자는 과거 범죄 기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데, 특히 교도관을 상대로 폭행한 전과가 있을 경우 이 같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작은 마을 같은 교도소도 있어
오스트리아 레오벤 교도소는 세계 최고로 꼽힌다.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설계되어 있어 밖에서 봤을 때 교도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 침실에는 발코니까지 딸려 있고 책상과 TV 등이 설치되어 있다. 교도소 안에 헬스장과 체육관이 있어 운동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교도소는 수감자들이 사복을 입고 가족면회를 24시간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최고의 배려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페인 아랑후에즈 교도소는 일명 ‘패밀리 교도소’라 불리는 세계 최초의 ‘육아교도소'. 교도소 안에서 3살 미만의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데, 부부가 모두 재소자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부부 범죄자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는 별로 필요 없는 교도소다. 아이의 나이를 3세 미만으로 한 것은 3세가 되지 않은 어린이는 범죄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부모 없이 지내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도소 측은 이런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용 놀이터와 간호실 등을 갖추어놓았고 벽에는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장식해놓았다. 외출허가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배려다. 스페인 정부는 어린이와 함께 수감생활을 한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 제도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도소라기보다는 한 작은 마을로 보이는 곳도 있다. 볼리비아 산페드로 교도소로, 이 곳에는 식당과 호텔, 심지어 시장까지 있다. 볼리비아 정부가 재정 문제 때문에 교도관을 쓰지 않고 재소자들에게 운용을 맡기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교도소다. 따라서 누구나 이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고 물건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도 있다. 교도소 안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다른 재소자들부터 형을 받게 된다.
한국의 걸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집단댄스로 연출해 화제가 됐던 필리핀의 세부 교도소에서는 아침마다 재소자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춤으로 교화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아 관광객들에게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섬 전체가 교도소인 노르웨이의 바스토이 섬 교도소 재소자들은 쇠창살이 아닌 방갈로식 숙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방에 유선 TV가 설치되어 있고 사우나, 영화관, 테니스 코트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해안 산책과 일광욕도 즐길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심리치료를 위해 반드시 동물을 키워야 한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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