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아들 전재용, ‘황제노역’ 일당 400만 원…일반인은 10만원
전두환 아들 전재용, ‘황제노역’ 일당 400만 원…일반인은 10만원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7-08 20:51
  • 승인 2016.07.08 20:51
  • 호수 115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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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 기간 3년 이내…규정에 따라 일당 천차만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가족을 굶기지 않기 위해 구치소 노역장에서 벌금 내는 대신 노역을 하는 현대판 장발장이 매년 4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벌금을 내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죄인은 무려 18만 명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노역하면 전체 벌금에서 제해지는 금액은 하루에 약 10만 원. 그런데 하루 7시간 노역하고 무려 400만 원을 탕감 받는 노역자들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와 처남 이창석 씨가 그들이다. 정말 그들은 돈이 없어서 노역하는 것일까? 

 
전재용 씨와 이창석 씨는 지난 2006년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땅 28필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목비(나무값)를 허위로 올려 60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다운계약서 부분에 대해 계약 금액은 중도에 변경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의 포탈세액은 27억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이들이 포탈한 세액 일부를 낸 점이 참작돼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대법원은 전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이 씨에게는 징역 2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때 확정된 벌금액은 전 씨의 경우 38억 원, 이창석 씨는 34억 원이다.
 
노역자 중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자
 
그러나 이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버티다 결국 최근 강제로 노역장에 유치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들은 노역 기간을 3년 이내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하루 400만 원씩 계산해 부과된 벌금을 갚아 나가게 됐다.
 
문제는 이들의 하루 노역비가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해서 40배나 많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일반 노역자 중 상당수 죄인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이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벌금을 내면 자칫 굶기라도 해야 할 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노역장에서 노역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법을 제대로 몰라 억울하게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기를 달래려다 몇 만 원 훔쳐 절도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다. 또 주유소에서 1만 여원을 빼내 야식을 사먹었다가 벌금 70만 원을 내게 된 10대 알바생을 비롯해 입원비를 내지 못해 70만 원 벌금형을 받은 이혼 여성도 있다.
 
경찰에게 대들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돈이 없어 노역장에 끌려간 기막힌 사연도 있다. K씨는 이사를 하다 시비가 붙었는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를 중재하던 경찰관에게 욕설을 해버렸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K씨는 결국 공무집행 방해죄로 7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에서 50만 원을 받아 생활하는 K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벌금 납부를 차일피일 미루다 K씨는 지명수배되었고 고민 끝에 노역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경기도 소재 서울구치소 노역장 관계자는 이곳에 들어오는 죄인들의 사연이 참으로 기막히다. 당장 일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렵게 되는 딱한 사정의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전재용 씨와 이창석 씨의 이야기를 들은 노역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역자들 중 일부는 전재용 씨가 정말 돈이 없어서 노역을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역장에 일감 없을 만큼 경제상황 어려워
 
하루 7시간 노역도 실상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노역자들에게 돌아갈 일감이 없다는 것. 그래서 대다수의 노역자들은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4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노역장에서 노역을 한 바 있는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역장에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노역형이 실제 노역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법원은 죄질과 범죄 종류에 따라 일정한 벌금액수를 부과하고 있다. 벌금형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큰 고통을 겪게 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부자들은 본인들 기준으로 얼마 되지 않는 벌금액에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벌금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벌금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노역장으로 끌려오는데, 노역장에 있는 동안 가족들의 생계를 돌보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 민간단체가 독지가들이 내주는 후원금으로 장발장은행을 설립해 대출을 하고는 있지만 모두를 구제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음 장발장은행이 만들어지자 국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후원기금 모집 2주 만에 7000만 원이 넘게 들어오기도 했다. ‘장발장은행의 혜택을 입은 사람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모금에도 한계가 있는 법. 후원식 방법으로 이들을 도울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돈의 유무가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벌금형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이상화 씨는 벌금형이 부자들한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소득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출신 변호사 정소영 씨는 가난하다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돈을 낼 수 없어서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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