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삼륜, 한 방향으로 가야 신뢰 되돌린다
법조삼륜, 한 방향으로 가야 신뢰 되돌린다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7-08 20:49
  • 승인 2016.07.08 20:49
  • 호수 1158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리 공화국’, 이대론 안된다 ④ 법조비리
▲ <뉴시스>

“전관예우, 현(現)관 문제로 접근해야”
대한변협, ‘투 트랙 양성 시스템’ 제시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비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조직마다 연쇄적으로 불거지는 부정과 부패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사회 지도층부터 공직 실무자, 말단 사원까지 잘 짜인 각본처럼 이뤄지는 비리 행위에는 감탄사(?)까지 나온다. 혹자는 이를 인체에 비유해, ‘머리부터 심장, 말초신경까지 썩어 있다’고 표현한다. 대한민국을 불치병 환자로 놔두는 것보다는, 이제라도 신약을 개발하고 적절한 요법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본인의 치료의지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일요서울]이 대한민국 비리 현주소를 시리즈로 조명해본다. 네 번째는 ‘법조비리’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1999년 대전 법조비리, 2005년 김홍수 법조비리.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들로, 아직도 법조계 안팎에 회자된다.

최근 법조비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다. 지난 7일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인 브로커 이동찬(44)씨가 재판에 넘겨지는 등 아직도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비리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불신과 비난은 검찰로 향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국회의 비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정운호 게이트’와 ‘진경준 검사장 주식 의혹’ 등 잇단 법조비리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여당도 이에 가세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진경준 검사장은 내부 (정보) 거래를 통해서 120억여원의 주식대박을 터뜨렸다”면서 “(정운호 게이트의)의 정운호 전 대표의 뒤에는 홍만표 변호사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호(號)를 구제하는 심정으로 이번 법조 비리를 전면 수사해야 한다”면서 “특별검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조비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표창원 의원도 “정운호 게이트, 홍만표 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는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인 법조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홍 변호사가 1년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데 대해 “변호사들은 착수금이나 성공보수 이런 부분에 대해 책정한 것이 없나, 이것은 부르는 것이 법인가”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자성의 목소리

법조계 밖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9일 ‘전관예우와 법조비리문제 진단과 해결 모색’이라는 주제로 공개좌담회를 열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관예우는 전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전관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 현관은 예비 전관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차원에서 전관에 협조해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심리를 근절하기 위해 평생검사·평생법관제 도입 ▲검사의 역할을 공소제기 및 공소수행기관으로 전환 ▲배심재판 활성화 ▲구속수사, 특수수사사건에 전관변호사가 개입하기 쉬운 수사시스템 개선 및 사법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이광수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전관예우가 미풍양속처럼 보이나 그 실체는 불법”이라며 “전관예우 현상을 이용하려는 사회적 수요와 공급 요인이 엄연히 실재하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법제이사는 법조경력자가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현행 제도 개선방안과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입법청원 예정인 평생법관제·평생검사제를 전관문제 해결방안으로 내놨다.

전관비리 근절 대책은

대한변호사협회도 ‘전관비리 근절 대책’을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인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다. 지난해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사법신뢰도는 100점 만점 중 60점에 그쳤다.

변협이 내놓은 대책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제도는 판·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이원화하는 ‘투 트랙 양성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판·검사가 변호사가 되는 걸 원천봉쇄하는 방안이다.

변협은 이를 위해 우선 검사장급 이상의 검사와 고등법원 부장급 이상 판사의 개업을 금지하고, 판·검사의 정년을 70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회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법관의 정년을 70세, 검사의 정년을 65세로 개정하는 평생법관·검사제를 입법청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협은 판·검사가 변호인이나 소송대리인과 연고관계가 있을 경우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장기대책으로 ▲몰래변론 시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형으로 처벌하고, 이를 용인한 검사와 판사도 징계할 것 ▲변호사법 제31조 제3항에 따른 사건수임제한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것 ▲변호사가 형사사건 1건에 5000만 원 이상을 수령한 경우 변협에 신고하게 하는 변호사보수신고제도를 변호사법에 신설할 것 등을 제시했다.

변협은 “수십억, 수백억원의 사건을 수임하고 수입을 쌓는 전관 변호사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사법제도가 원인”이라며 “사법제도가 탐욕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진정한 사법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