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해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을 추적하는 사이버흥신소가 활황을 맞고 있다. 불륜 자체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이혼 소송에서 배우자로부터 더 큰 위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의뢰인이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이버흥신소는 조직적이고 다양한 수법으로 의뢰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기술의 발달로 최첨단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정보를 빼내는 방법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일요서울]이 사이버흥신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우리가 하는 일이 합법은 아니지만 의뢰인의 이혼 증거자료 수집, 가출 소재파악, 기업조사, 공금횡령, 산업스파이 색출 등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까지 사이버흥신소에서 근무하던 전 직원 권민수(34·가명)씨가 흥신소 업무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최근 사이버흥신소의 업무량이 간통죄 폐지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권 씨에 따르면 사이버흥신소와 일반 흥신소의 차이점은 크지 않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의뢰 자체가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며, 업무 역시 컴퓨터를 해킹한다거나 스파이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감시하는 등 가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이버흥신소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일반 흥신소에서도 이런 업무를 다루기 때문에 사실상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권 씨는 흥신소의 구체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해 “정보조사를 하는 과정은 흥신소 사장이 먼저 상담하고 모든 것을 상담일지에 작성한다. (불륜 추적의 경우) 배우자가 알고 있는 기초적인 휴대폰번호, 차량 정보, 직장, 자주 다니는 골프장 등을 적어놓는다. 이런 기초조사를 토대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원 구성은 특성에 따라 나뉜다. 예민한 내용이라면 여직원을 쓰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는 남자보다 여자가 필요하다”면서 “팀 내에 남자가 적어도 2명은 있어야한다. 일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자 직원이 와서 지원하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흥신소 직원이 되려면 “행동이 빨라야하기 때문에 과거에 운동을 한 사람을 선호한다. 대학은 4년제 나와야한다. 팀장 등 위치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특수부대 출신이다. 증거 수집을 위해서는 여러 장치가 있지만 녹음기, 캠코더 두 개만 있어도 충분하다. 차안에 몰카랑 도청장치도 설치한다”고 덧붙였다.
권 씨는 특히 “사이버흥신소 홈페이지에 가면 경찰이나 정보기관 출신 직원이 많은 것으로 홍보하지만 대부분 거짓말”이라면서 “경찰 출신이 흥신소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귀띔했다.
불법 정보 유통 심각
최근에는 이 같은 사이버흥신소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에 따라 불륜 증거를 잡아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흥신소는 전국에 약 3000개가 분포돼 있다. 흥신소 직원은 약 500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500~1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온라인 영업까지 이뤄지면서 의뢰인들의 접근이 더 쉬워졌다. 구체적인 가격을 살펴보면 위치추적이 80만 원, 주소지 정보 70만 원, 출입국 관리기록 40만 원, 병원 기록 30만 원 등 세분화 돼 있다.
과거 흥신소는 기간 별로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보통 일주일에 250만 원 선. 착수금을 일정액 받은 뒤 업무를 종료하고 남은 금액을 받는 식이다. 물론 정보를 캐내기 어렵거나 특별한 장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흥신소를 이용하는 의뢰인 가운데 80% 이상은 배우자의 외도와 관련된 의뢰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위자료를 책정할 때 이혼의 책임 정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흥신소에 의뢰한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사이버흥신소의 업무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기술의 발달로 이들의 정보를 캐내는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4일 위치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판매한 혐의(위치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브로커 홍모씨(40), 해커 김모씨(27), 흥신업자 임모씨(40)를 구속했다. 사건을 부탁한 의뢰인 등 39명은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2014년 8월~올해 5월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의뢰인 1204명에게 제공한 대가로 총 10억2477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임자인 임 씨가 해커 김 씨와 택배기사 윤 씨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해 이를 흥신소 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홍 씨는 휴대전화 등본 주소 조회 15만 원, 위치추적 30만 원, 전화번호 조회 20만 원, 병원기록 40만 원, 재산조회 30만 원 등 개인정보별로 가격을 정해 영업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의뢰인 42명 중 34명은 애인이나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했고 흥신소에 차량 위치추적 등을 요청한 이들 중에는 30대 회사원, 대학 연구원, 시청 공무원도 포함돼 있었다”이라고 밝혔다.
민간 조사업 합법화 움직임
민간 조사업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사설탐정제도가 활성화돼있다. 민간조사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탐정학교와 대학 내 탐정학과도 있다. ‘셜록 홈즈’로 유명한 영국은 2001년부터 국가 자격증 '경비산업공사(SIA)'를 취득한 사람만이 사설탐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전·현직 경찰관들이 ‘사설탐정(민간조사원)’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단체를 설립한 바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민간조사제도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라는 소책자를 내 민간조사업이 도입되면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조2724억 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는 등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인 윤재옥 의원(새누리당)과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 두 건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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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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