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구속 ‘후폭풍’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구속 ‘후폭풍’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07-08 20:35
  • 승인 2016.07.08 20:35
  • 호수 1158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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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김에 ‘형제의 난’ 판도 바뀔 수 있다

특혜·비자금 조성 혐의 오너 일가 연결됐나 수사 집중

다음 수사대상으로 신동빈지목그룹 혼란 계속될 듯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에 특혜를 준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 이사장의 발언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신동주·동빈 형제의 대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이튿날 새벽 신 이사장을 서울구치소로 이동, 수감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하기 위해 신 이사장에게 비리를 펼쳤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 시도된 흔적을 발견했다.
 
롯데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240명을 동원해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방위사업수사부는 이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를 맡은 특수4(부장검사 조재빈)도 신 이사장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운호 법조비리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현재 롯데 오너 일가 전체로 확대됐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그룹회장 부자가 30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수시로 불러 면세점 입점 비리와 더불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집중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 수감으로 비자금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핵심 계열사 등기임원인 신 이사장을 통해 롯데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의 진술에 따라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형제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이사장은 2012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쇼핑·호텔 등 핵심 계열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대모로 불리며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신 이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결정적인 진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신영자 이사장과 형량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범죄행위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의자와 구형량 감경 등을 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 구치소 생활을 오래 견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중앙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눈물을 보이고, 출석 과정에서 다리를 저는 등 약해진 모습을 드러낸 바 있어 이 내용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은 핵심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 이사장의 구속으로 물증 확보 등에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 이사장의 검찰 진술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룹 내부 정보를 많이 아는 신 이사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장 큰 이유로 신 이사장은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롯데시네마 매장 운영권을 상실하면서 신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됐을 때 신 회장이 신 이사장의 주요 수입원인 롯데시네마 운영권을 박탈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과 동행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판세가 기울어지자 주요 행사에 신동빈 회장과 동행해 신동빈으로 지지노선을 바꾼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신 이사장이 신동빈 회장 지지노선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신 이사장의 검찰 발언에 따라 롯데그룹의 수사의 방향에 얼마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신 이사장의 수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 들리는 이유다.
 
롯데 오너 일가가 검찰에 구속된 것이 처음인 만큼 롯데그룹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영자 이사장을 구속한 검찰의 다음 타깃은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진 바 없지만 검찰은 조만간 신동빈 회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펼친 만큼 신영자 이사장에 이어 신동빈 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롯데그룹은 또 다시 큰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oyjfox@ilyoseoul.co.kr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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