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 하반기가 시작된 가운데 재계 하반기 전망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부적으로는 환율이 하반기 재계 분위기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후 환율 시장의 혼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감사 등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각 기업들의 후계구도 변화가 눈길을 끈다. 경영분쟁이 여전한 롯데그룹을 비롯해 아워홈, 신세계그룹 등 세대교체를 앞둔 기업들이 즐비해 있다. 이와 더불어 각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설과 각 기업들의 주력사업 전망 등을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브렉시트 영향 재계 곳곳에…변수 여전
글로벌 경기침체·불안정한 환경 지속돼
녹록지 않을수록 ‘변화·혁신’ 요구 강조
지난달 영국의 EU 브렉시트 이후부터 시작된 환율 시장의 혼란은 재계 경영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외부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코트라가 집계한 세계 주요국의 환율 변동 현황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은 1.113달러로 2%대 하락했고, 파운드 가치는 달러당 1.36파운드를 기록했다. 이는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다. 달러·엔 환율은 102.05엔을 기록해 3% 하락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상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는 “통화정책의 완화를 추가로 철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 판단하기 전에, 브렉시트의 영향을 판단할 정보와 더불어 고용시장 여건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신중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0원 내린 1154.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당분간 이 같은 환율 널뛰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 필요한 2년간의 협상 기간 동안 발생할 이슈들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항공업계는 항공유와 항공기 구매·리스 대금 등 적지 않은 비용을 달러화로 지불해야 해 타격이 크다. 게다가 국내 항공업계의 유동성 현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어서 환율 상승세에 따른 재무악화도 우려된다.
또 유럽본부를 영국에 둔 기업들은 영국을 떠나 EU 지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후 유럽본부를 네덜란드나 독일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고, 현재의 위치에 계속해서 두기로 했다”고 이전 계획이 무산됐음을 밝혔다.
반면 전자와 자동차, 철강업계는 환율 변동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하락해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현지 시장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영업 전략이 필요하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이나 엔고 현상으로 수출 경쟁력은 확보될 수 있지만, 수요 감소가 동반되면 이익을 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치적인 문제도 하반기 재계를 흔들 전망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진행될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대기업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야당 의원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심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와 더불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롯데그룹 사태,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 등 상반기부터 쉴 틈 없이 논란이 이어진 만큼 정치권의 국정감사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각 기업들의 후계구도 변화가 눈길을 끈다. 총수 세대교체를 비롯해 경영권 승계 변화가 일어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경영권을 두고 가장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롯데그룹은 하반기에도 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계 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후부터는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총수 세대교체 진행 중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와 성년후견인 소송 등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여전하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향해 “자질부족”을 주장하며 벌인 폭로전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로 이어진 배경이 됐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구지은 전 부사장으로 예측됐던 후계구도가 바뀌었다. 구자은 전 부사장은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는 구 전 부사장을 구 회장의 후계자로 점쳐왔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家 가풍을 깬 최초의 여성 CEO 탄생을 기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LG家는 재계에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임원들과의 갈등을 겪은 후 그는 관계자 대표이사로 밀려났다. 구 전 부사장의 빈자리는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채웠다.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 4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뒤 최근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그는 아워홈 지분 38.56%를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그동안은 다른 기업체에서 근무하며 후계구도에서는 항상 제외돼 왔다.
신세계그룹 후계구도도 눈길을 끈다. 당초 정용진 부회장의 단독 승계가 예상돼왔지만 지난해 여동생인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승진으로 계열 분리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 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매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개 장자가 승계할 경우 잡음이 없는 반면 형제자매 간 경쟁이 벌어질 경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에서도 형제의 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들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22% 보유하고 있다. 이에 재계는 남매의 경영성과에 따라 이 회장 지분의 향방이 그룹 후계구도를 가르는 지표가 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기대 낮아
대내외적인 변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대비하는 각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을 놓고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다”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하반기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그룹과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투자확대, 경영혁신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은 다양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더불어 대내외 변수에도 예정된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 혁신에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고강도 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또 올 초부터 진행된 사옥 재배치와 비주력 계열사 정리와 시너지 확보를 위한 계열사 간 분할·합병 등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를 통해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절대 우위의 시장 리더십 강화, 新시장 개척에 따른 생존 확보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고민해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가 예고돼 하반기 경영 성과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2분기 실적에서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1분기부터 이어져온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7’의 판매 호조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경쟁사인 LG전자,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가 예상돼 하반기 예상실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효과를 노리기보다 중저가 라인에 프리미엄급 기능을 탑재하는 바람이 불고 있어 경쟁사들의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팬택은 지난달 30일 ‘스카이 IM-100’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하루 만에 4000여대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출시 전 이뤄진 예약 판매에서도 7000대가 팔렸다.
이에 팬택은 SK텔레콤에 2만여 대, KT에 1만여 대 제품을 공급했고 추가 주문에 대비해 김포 생산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달 24일 이후 매주 보급형 스마트폰 ‘X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 있을 만한 최신 기능을 각 제품에 한두 개씩 적용하고, 가격을 중저가로 크게 낮췄으며 각 이동통신사의 전용으로 공동 모델로 출시하는 등 유통 방식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LG그룹은 하반기에도 주력사업의 시장선도를 가속화하고,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는 사업 구조 고도화와 사업 방식을 지향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올레드, 모바일, 생활가전,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등 고객가치 관점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LG그룹은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LG가 역량이 있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자동차부품, 에너지솔루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신성장 사업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시장을 이끄는 주도적인 사업자가 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전망 불투명 지속
이 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신차와 주력 차종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각종 글로벌 경제 이슈와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신흥 시장의 성장 둔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어려운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상반기에 내세운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 구축의 해’라는 략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김승연 회장이 주문한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경영행보를 펼쳐나간다는 것이 한화그룹 측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주력사업군 글로벌 1등 경쟁력 확보, 성과 부진 사업군의 구조조정 가속화, 재무구조 강화 지속으로 선제적 리스크 대응 등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며 “사업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관련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틀을 깨는 경영’에 발맞춰 환골탈태의 변화와 혁신 방안 마련으로 분주하다. 최 회장은 브렉시트 현실화에 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이 겹친 상황을 지적하며 틀을 깨는 경영에 나서줄 것을 그룹 전반에 요구한 바 있다.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과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에 놓인 현대중공업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감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하반기를 대비하기 위해 고정·연장 근로 등이 폐지되는 등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임원인사를 조기 단행, 임원의 25%를 감축했다. 임원부터 대폭 감축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경영개선 계획을 꾸준히 실천해 시장의 신뢰와 경쟁력 회복에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최대 3000여명의 인력을 줄이고,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등 주력사업을 재편하고 있으며, 도크 등 생산시설 감축도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각사 노동조합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통보에 반발하며 파업을 결의해 노사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안팎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브렉시트 영향까지 덮쳤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브렉시트로 인한 저유가 장기화가 예상돼 하반기 전망도 어두울 것이란 관측이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