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잇따른 특권남용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민생정당 2단계’ 활동을 선언하며 국면 전환에 집중했다. 잠시 활동을 멈췄던 당내 민생 태스크포스(TF)를 풀가동하는 것은 물론, 이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민생우선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우상호, 초선들에 “부적절 언행 그만·SNS 조심” 내부단속
여기에는 소속 의원들이 연이어 구설에 휩싸이며 당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더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20대 국회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당내 4개 민생 TF로부터 중간활동 보고를 받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임위와 대정부질의가 진행되면서 민생 TF 활동도 잠정 중단했지만, 이제 6월 국회도 마무리되고 있으니 ‘민생정당 2단계’로 전환하고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각 팀에서 내부논의를 했다면 2단계부터는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과제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추가 과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2단계 활동 후에는 정책을 입법(立法)하는 3단계로 넘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민들과 소통하며 목소리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생TF 활동을 바탕으로 정기국회 전에 국민보고대회를 열거나 정책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F별 활동 보고도 이어졌다. 청년일자리 TF를 맡은 이상민 단장은 “각종 청년고용촉진법, 창원지원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청년층과 계속 만나고, 문화예술계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주거 TF 김상희 단장은 “현재 강남지역 재건축·재개발로 강남 발 부동산 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집값이 올라가고 전월세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주택임대차 보호법 등으로 주거안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TF에서 정책 성과를 꼭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민주거 TF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LH공사와 SH공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청년주거안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禹 “실수 주의해야, 너무 기죽어도 안돼”
가계부채 TF 강병원 간사는 “금융위원회 등에서 보고를 받으며 서민을 위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허술하다는 점을 느꼈다. 현장방문과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TF 오영훈 간사는 “채용 서류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밖에도 다양한 공교육 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TF는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길’ 좌담회를 열고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특강을 진행했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집무실로 초선의원들을 불러모아 ‘집안단속’에 나섰다. 최근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당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내부 단속을 통해 이후의 실점을 막는 동시에 국면을 전환하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찾아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가족채용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의원은 재선이지만, 이후 조응천 의원은 상임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을 ‘성추행범’으로 오인해 폭로했다가 철회했고 표창원 의원은 경찰관과 여고생의 부적절한 성관계에 대해 “잘생긴 경찰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다”고 하는 등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날 ‘소집’에는 더민주 소속 전체 초선 57명 가운데 29명이 참석했다. 조 의원은 참석했으나, 표 의원은 상임위 일정 때문에 간담회에 불참했다.
우 원내대표는 우선 최근 국가 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을 가리키며 “잘 찾아냈다. 모두 박수를 쳐주자”고 격려하면서 모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임은 이후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우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들의 활동을 격려하면서도, 최근 회자된 몇몇 사안들과 관련해 정치인으로서, 공인(公人)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공인으로서 다소 억울함이 있더라도 언론(言論)이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고쳐야 한다”는 취지의 충고를 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후원금 관련해서도 조심해야 하고, 상임위 발언 등에서도 주의를 하라”면서 “SNS 역시 짧은 말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언도 건넸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실수에는 겸허히 반성해야 하지만, 이에 매몰돼 할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국민이 준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해 실수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추스르고 다음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의정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표절 논란 지적한 손혜원에 박수” 격려도
간담회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SNS에 글을 올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거나 보좌관들과 관계가 나빠져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며 “동시에 결산 상임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등 의정활동에 대한 조언도 많았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에게 동료로서 격려를 많이 하라”는 당부도 있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신중한 언행을 해달라는 조언과 함께, 너무 기죽지 말고 실수한 것은 사과하되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고 독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SNS나 언론인들과의 사적 자리에서 막말을 해 문제가 됐다.
재선이나 3선, 4선 의원 중에서도 실수한 사람들이 꽤 있다”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도 주고, 격려도 하는 그런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회의 시작 후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입을 굳게 다문 모습으로 앉아 있던 조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별 사례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국회가 빨리 개원한 만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면서 “구체적인 것은 대변인이 얘기할 것”이라며 자세한 언급은 삼갔다. 우 원내대표는 이후로도 재선 의원이나 삼선 의원들도 별도 회동을 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민생이슈를 주도하려고 해도, 잇따른 구설 탓에 힘을 받지 못했다”며 “의원들을 만나 주의를 당부, 숨고르기를 하고서 다시 민생 행보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