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지난 6일 오전 부산시청 도시계획실장 J(56·2급)씨 사무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소속인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사무실을 뒤졌다. 이후 J씨 자택도 압수 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이어 Y(55·4급·교육 파견), K(55·5급)씨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은 J씨와 K씨를 임의출석 형식으로 부산지검으로 동행해 조사하고 있다.
-‘악마의 덫’에 걸리면 끝장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일 먼저 ‘희대의 사기꾼’ 함바 브로커로 유명한 유상봉(70·수감 중)씨 이름이 나왔다. 유 씨는 최근 몇년간 수감생활과 출소를 되풀이했다. 사기로 수감 중인 그는 최근에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수억 원을 받았다가 추가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주로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유 씨는 교도소에서 편지를 쓰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자신이 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넸던 고위 공직자에게 보낸다. 주로 “내가 이전에 당신한테 줬던 돈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유 씨의 ‘편지게이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속 수감된 유씨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낸 협박성 편지 31통을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입수했다. 아래에 소개하는 편지 내용은 30여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고위 공직자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공직자는 1년여 동안 30여 통이 넘는 협박성 편지에 시달려왔다.

OO님께
2010년 11월 함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저에게 서운하게 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만 진술했었고, OO, OO 지역에서 저를 도와준 분들에 대해 절대 이야기 하지 않았고, 특히 OO님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구속돼 있는 처지에서는 저도 살아야 하고…OO들이 저에게 서운하게 대했기 때문에 제가 그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서 저의 서운함 때문에 여러 사람이 저와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만...사실 제가 OO님께서 걱정하실까 봐서 끝까지 모든 사실을 숨기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더 이상 여기에 갇혀 있게 되면 다른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OO님께 제가 처해 있는 현실을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이 오니…(2014년 8월 24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2
OO님께
기다리면 도와준다는 희망으로 버티어 왔습니다. 이제는 아무런 희망이 없고 모든 게 절망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선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수도권 (함바) 현장 5곳만 (수주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기다리고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해서 희망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꼭 제 목숨을 살려주세요.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결단을 내리겠습니다. OO님 댁에 양주 및 와인 8박스를 보내면서 남대문에서 1박스에 300만원 씩 2천400만원에 가져왔는데 대금결제를 못했습니다.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송금해주세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2014년 9월 30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3
OO님께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편지를 받은 즉시 K건설사 문제를 좀 해결해주시고, 지난 번 편지 보냈던 내용에 대해서도 꼭 도와주세요. 저는 무엇 때문에 편지가 반환됐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만약 고의로 OO님이 제 편지를 받지 않기 위해 편지를 반환했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이 두렵습니다. 잘 판단해보시고 꼭 도와주길 바랍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8월 21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4
OO님께
얼마남지 않는 시간 때문에 불안해서 다시 글 드리옵니다. 제가 지난번 글 드린대로 용인동부경찰서와 그리고 부산동부지청 OO검사실에 고소한 사건의 합의를 위해 현장(함바)을 3∼4개만 도와주시든지 아니면 제가 5천만 원 차용증 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약속 지키겠사오니 꼭 도와주시길 바라옵니다. 제가 11일날 부산구치소로 이송가서 12일과 13일 양일간에 부산동부지청 OO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게 되옵니다.(2015년 2월 9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5
OO님께 드립니다.
말씀올린대로 어제 2월 9일 부산동부지청 OO검사실에 조사받기 위해 부산 사상구치소로 이송되어 왔습니다. 오늘 오후 2월 10일부터 2월 13일 금요일까지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많이 어려우신지 잘알고 있습니다만 어떤 일이 있으시더라도 지난번 말씀올린데로 현장식당(함바) 4곳을 도와주시던지 제 처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꼭 도와주시옵기 바라옵니다. 그리고 010-9895-0000으로 급히 연락바라옵니다.(2015년 2월 10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6
OO님께 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조사는 끝냈습니다. 그리고 제 처가 가지고 있던 패물 등을 모두 처분해서 합의금을 준비 중에 있는데 수요일 오후 5시나 목요일 오전에 만나 합의보기로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2천만 원 정도만 꼭 도와주셔야 되겠습니다.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3월말까지는 출소할 것이니 그 때 정리하겠아오니 제 처에게 2천만 원만 꼭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시더라도 꼭 도와주시옵기 바라옵니다. 절대 편지 않겠으니 꼭 도와주십시오. (2015년 2월 23일 편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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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