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출신 변호사에 학교경영 맡겼더니…‘유령’ 고문에 1억3000만 원 지급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학교 정상화를 위해 법원장 출신 변호사에게 경영을 맡겼더니, 법인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이를 지적한 직원은 부당 인사 조치하는 등 전횡(專橫·권력이나 권세를 홀로 쥐고서 자기 마음대로 함)을 일삼고 있는 이사장이 있다.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야기다.
덕성학원은 오랜 분쟁 끝에 지난 2012년 7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 결정으로 설립자 측 인사들이 학교에 복귀했다.
설립자 측 박상진 상임이사는 바로 이사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학교정상화를 위해 법원장 출신 변호사인 김모 현 이사장에게 학교경영을 맡겼다. 사학분쟁의 대부분이 법률적 지식이 불충분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에 도움을 받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오히려 법인 산하 수익사업체 ‘해영회관’에 수익사업자문위원회(자문위)를 조직·운영하면서 법인 돈을 ‘법리(法理)’에 맞지 않게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장이 조직한 자문위원장 정모씨는 수익사업권개발 등을 대가로 고교 동창인 김모씨로 부터 5000여만 원을 받았으며, 수의계약을 통해 법인자금 1760만 원을 김 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부동산개발회사에 컨설팅 명목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사건의 전모는 지난 2014년 사업개발을 약속 받은 김 씨가 진전이 없자, 정 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지급요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정 씨는 이 과정에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씨가 보낸 내용증명 등에 따르면, 박 이사가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며, 확인도 해 줬다는 것. 그러나 취재결과 박 이사는 이 사건과 무관함이 드러났다. 정 씨가 김 씨를 끌어들이기 위해 박 이사를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법인 관계자는 “사건을 일으킨 정 씨는 지금도 뒤에서 이사장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정 씨와 사업 관련 모종의 결탁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정 씨는 그 문제로 그만둔 것이 아니며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법인수익사업체 ‘해영회관’은 상임고문 위촉 및 급여 지급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덕성학원이 추진 중인 ‘영일만 관광단지’ 개발사업 추진 및 투자유치를 위해 남모 상임고문을 지난 2015년 위촉하고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나, 남 고문은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해영회관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남 고문은 출근한 적이 없다”며 “급여만 1억3000여만 원이 지급됐지만 업무 성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영일만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인·허가 단계로 남 고문은 외자유치 등을 담당할 계획으로, 아직 그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임고문이 이 업무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아는 이도 없었다. 법인 관계자는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고 프로필 등도 서류가 없어 알지 못한다”면서도 “너무 고령(高齡)이라 출근은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 상임고문은 80세가 넘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마디로 ‘유령(幽靈)’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장 본인도 상근하지 않으면서 매주 수당으로 100만 원씩 총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면서 “이는 감사와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상임고문이라고 상시 출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모 사립대학에 수익사업체 직원 허위채용 등에 대해 이사 해임 및 관련자 징계, 급여 환수조치, 상근하지 않은 이사장에게 수당과 활동비를 지급한 모 학교법인에 대해 징계 및 회수조치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한 바 있다.
교육부 감사기간 이틀 연장해…의혹 증폭
교육부 관계자는 “상임고문 문제는(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감사(監査)대상이 충분하다”면서 “상근하지 않는 이사장이 수당을 받았다면 문제 소지가 있으니 내역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이 같은 경영 문제를 지적한 법인 직원을 ‘해영회관’에 파견했다. 그러나 ‘해영회관’ 대표와 관리인 등이 부당한 인사라고 발령을 내지 않자, 경북 청송소재 관련기관으로 재차 파견 발령했다. 이 직원은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한 상태다.
최근 덕성학원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조사기간을 연장한 가운데 일요서울 취재결과, 김 이사장이 대학 총장 업무인 학사행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확산되고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지난 2013년 자신의 친구인 신모 교수를 법인 대외협력위원장(자문위원)에 위촉해 법인경비로 북경에 두 차례 다녀왔다. 신 교수가 북경대학교와 덕성여대 간 공동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제안, MOU(업무협약) 체결 등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 간 공동학위 수여는 학사업무로 대학 총장 소관이며 법인이 관여할 수 없다(사립학교법 제20조의 1항)는 데 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법인 관계자는 “북경대와 공동학위 수여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학교에서 반대했다”면서 “결국 공동학위 수여는 최고경영자과정 합작 등으로 축소됐고 그마저도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홍모 총장과 교무위원 등이 반대했음에도 김 이사장이 신 교수의 법인 자문위원 임명을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김모 이사장, 친구 통해 학사 관여 정황 드러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신 교수는 김 이사장의 월남전 참전 동지로 40년지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인 홍보관계자는 “신 교수의 법인 전문위원 임명은 국제화 및 대외협력 활성화를 위해 정관(시행세칙 제9조 2항)에 따른 조치였으며 출장 경비 역시 실비 처리했다”면서 “학교 측도 동의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 해석은 다르다. 사립학교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인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사행정을 침해할 수 없다”며 “김 이사장이 (신 교수를) 법인 소속으로 임명해 총장 업무에 관여했다면 임원 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당초 6월 27~29일 3일간 덕성학원 이사장 거마비 등 수당 사용 내역 및 ‘유령’ 고문에 대한 급여지출 등 민원제기 건에 대한 사안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7월 1일까지 감사기간을 이틀 연장해 김 이사장 관련 또 다른 의혹이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아닌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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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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