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업’ 공무원, 매년 경쟁률 신기록…서울시 올해 53대1
‘신의 직업’ 공무원, 매년 경쟁률 신기록…서울시 올해 53대1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7-01 21:20
  • 승인 2016.07.01 21:20
  • 호수 115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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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보다 각종 혜택 좋은 데다 정년까지 보장돼 선호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625일 서울시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 7~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치른 9만 여명의 수험생들이 몰려나왔다. 앳된 얼굴의 10대에서 머리가 희끗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여성 수험생들도 전체 응시생의 반에 가까웠다. 올 서울시 공무원 경쟁률은 무려 531. ‘공시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왜 모두 공무원이 되고 싶어할까? ‘신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무원에 대해 일요서울이 입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날 시험을 마친 공딩(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김모(18)군은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김군은 대학 가서 뭘 하나요? 시간만 아까울 것 같아요. 가장 안정된 직업 중 하나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응시했습니다며 자신처럼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이번에 공무원 시험을 치른 공딩친구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명퇴자라고 소개한 이모(51).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늦었지만 9급 시험에 도전한 이 씨는 월급이야 당연히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야 훨씬 적겠죠.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정년퇴직까지는 비교적 인정적이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공통분모는 역시 고용안정이었다.
 
월급 적지만 만족도가장 높아
 
실제로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취업한 공무원들은 월급은 적지만 만족도는 가장 높은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서울연구원 포그래픽스에 따르면 서울 청년 공무원의 월평균 임금은 2085000원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만족도는 3.71점으로 가장 높았다. 또한 복리후생과 고용안정에 대한 만족도도 3,87점으로 역시 1위였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이처럼 인기를 끌자 공무원으로 직업을 전환하려는 일반 직장인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취업포탈 사이트가 사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80.1%가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답했다. 고용안정이 역시 가장 큰 이유였다. 응답자의 69.7%평생 직장으로 삼을 수 있어서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이라는 매력 이외에도 공무원은 각종 혜택이 일반사원에 비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육아휴직. 이제 남자 공무원도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일반사원은 1년이다. 부부가 공무원일 경우 한 자녀당 최장 6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일반사원보다 무려 36배나 높다고 고용노동부인사혁신처는 밝혔다.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자기계발을 위해 1년 동안 무급 휴직을 할 수 있게 됐다. , 직무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거나 학습 또는 연구 등을 위해 공무원은 최대 1년 동안 무급 휴직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의사상자 가족도 국가유공자 가족과 동일한 수준의 공무원 채용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상자로 인정된 사람의 배우자 또는 자녀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 응시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군과 같은 고교생과 재수생 사이에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된다는 보장이 없고 어차피 불확실한 미래, 일찌감치 준비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온라인 공무원 학원을 통해 강의를 듣고 있는 고3과 재수생 비율은 전체 수강생의 25%를 상회했다. 4명 중 한 명이 고3이나 재수생인 셈. 대학에 합격했으나 입학하지 않고 등록만 해놓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서울의 D대학에 합격한 최모씨는 졸업 후 도저히 취업할 자신이 없어서 입학하지 않았다공무원 시험에 당장 합격했으면 좋겠지만 재수 또는 삼수할 각오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이 10대로까지 내려가자 경쟁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6년간 국가직 9급 공채 지원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1142732명에서 올해 222650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명예퇴직 두려워 공무원 선택하기도
 
공무원의 인기가 치솟자 이를 악용하는 범죄도 서서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관공서에 취직시켜주겠다며 취업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 교사 채용을 빌미로 지망생들을 속인 뒤 거액의 돈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되는가 하면, 자녀 등을 환경미화원으로 취업시켜주겠다며 지인들에게 돈을 받아 챙긴 범법자가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7급 공무원으로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공무원 준비생 60여명으로부터 57000만 원을 가로챈 사건도 발생하는 등 공무원 취업 관련 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 공시생이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공시생은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 들어가 7급 국가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
 
경제적 부담도 공무원 시험이 낳고 있는 폐단 중 하나.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한 번만에 합격하지 못하고 두 번, 세번 응시하는 수험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공시생들 사이에서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수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공시생들도 적지 않다.
 
공무원이 많을수록 국가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들이 직장생활을 접고 공무원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던 박모씨는 명예퇴직이 두려워 과감히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공무원이 됐다. 인생철학을 짧고 굵게에서 길고 가늘게로 바꾼 셈이다.
 
공무원이 많아지다 보니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비중이 커지게 되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부문의 사회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비대해지면 이는 곧 부채와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연가를 모아서 한 번에 쓸 경우 한 달 이상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신이 내린 직업공무원. 월급과 노동의 강도를 고려한다 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이라는 점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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