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22명, 여중생 집단성폭행…피해자 ‘고통’ 속, 가해자 ‘일상’ 속
고교생 22명, 여중생 집단성폭행…피해자 ‘고통’ 속, 가해자 ‘일상’ 속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7-01 21:09
  • 승인 2016.07.01 21:09
  • 호수 1157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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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협박해 야산으로 불러 집단 성폭행
2의 밀양 사건강력 처벌해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달 28일 남자 고교생 22명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들이 서울 도봉구 소재 한 야산에서 여중생 2명을 윤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집단 성폭행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무려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피해자는 지옥에 살았고, 가해자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사람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5년 만에 충격적인 집단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금수만도 못한 놈들, 지들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글에서부터 전부 다 XX를 잘라 버려야 한다며 다소 과격한 발언도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 중 한 부모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서는 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5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걸 갖고 왜들 그러냐. 사람이 지나가다 스칠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지. 이런 게 다 문제면 의사가 환자를 위로하려 팔을 쓰다듬는 것도 성추행이냐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11녀를 두고 있는 광진구 주민 이모(52·)씨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부모에 그런 자식이 아니겠나 싶다면서 찾아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망발이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자식이 청소년 때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부모는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직장인 박모(32·)씨도 백 번 양보해 자식에 대한 부모 사랑으로 이해해도 절대 용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옥의 서막
 
사건은 맥주 한 캔에서 시작됐다. 20119월 어느 날 당시 여중생이던 A양은 절친 B양과 함께 맥주 한 캔을 산 뒤 골목에서 나눠 마셨다. 이 일이 비극의 시작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주위를 지나가던 C군 등 중학교 선배가 이를 알아챘고, 이들은 학교에 이르겠다며 협박했다. C군 등은 여중생들의 약점을 빌미로 밤에 뒷산에서 같이 술 마시자고 제안했고, 안 오면 학교 그만 다니게 해주겠다는 으름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뒷산으로 불려온 A양과 B양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10명의 중학교 선배들이었다. 이들은 여중생들에게 술을 억지로 먹였고, C군 등 4명은 만취해 정신을 잃은 A양을 집단 성폭행했다. 일주일이 지나 22명으로 늘어난 짐승들은 같은 수법으로 번갈아 A양과 B양에게 몹쓸짓을 했다. A양은 “‘말하면 부모님까지 죽이겠다는 협박에 반항조차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 성폭행이 발생했던 서울 도봉구 소재의 초안산.
 밀양 사건 되풀이?
 
조사 결과 가해자 22명은 당시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다수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사이였다.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지금 가해자들은 현재 대학생, 직장인, 군인이 돼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몰랐다’, ‘피해자가 그렇게 충격을 받았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은 2004년에 밀양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과 닮았다. 당시에도 밀양의 고등학생 수십 명이 여중생 최모양(당시 만 14)1년여간 무려 11차례나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악마들은 44명에 달했다. 이 중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고, 13명은 합의로 공소권 없음처분이 내려졌다. 그나마 기소됐던 10명도 최종적으로 소년원 보호처분에 그쳤다.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이나 충동적 집단심리로 저지른 우발 사건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분을 받은 가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처벌 수위는
 
이번 사건 가해자 22명 중 직접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은 총 6명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C군 등 4명은 두 차례 범행에 모두 가담했다. 이들 4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특수강간) 위반·공동 협박 혐의로 구속됐다. 다른 6명은 특수강간 미수·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군 복무 중인 나머지 12명은 조사 후 군에 신병을 넘길 예정이다.
 
특수강간에 대한 성폭력법 최고형은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다. 법무법인 진솔 강민구 변호사는 이들의 처벌에 대해 소년법이 아니라 일반법이 적용돼 성인 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법적 최고형과 달리 실무적으로는 피의자의 범행 정도에 따라 최대 2~3년 또는 5년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강력 처벌에 대한 여론이 강한 상태여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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