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계급장 떼고 승부수…정치력 시험대 오르다
안철수, 계급장 떼고 승부수…정치력 시험대 오르다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7-01 19:14
  • 승인 2016.07.01 19:14
  • 호수 115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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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6월 29일 4·13 홍보비 파동의 여파 속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 대표의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로 당 전체가 구석에 몰리며 지도부 책임론이 비등하자,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며 초강수를 던졌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주요 국면마다 보여준 ‘철수정치’ 도마위에 

주변에서는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만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안 대표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다. 저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며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국민의당은 물론 본인의 정치적 입지(立地)에 타격을 더 받지 않으려면 최고 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도부 공백사태를 불러오며 아직 틀이 잡히지 못한 신생 정당에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배하자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면서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안 대표는 평당원으로 지내다 지난해 말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4·13 총선에서는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고 38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3당체제의 문을 열어젖히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에도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안 대표 역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거침없던 안 대표의 행보는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을 고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박선숙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안 대표의 측근들 간 알력다툼까지 구설에 오르자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도 대표직 사퇴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전날 일부 측근에게는 의중을 밝히긴 했지만 당내에서는 막판에는 주변의 만류를 수용하면서 대표직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안 대표는 결국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책임(責任)’을 강조하면서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도 “책임을 지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여기서 책임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았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당 구성원들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시절 문 전 대표의 재보궐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해 왔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3당체제가 안착되기도 전에 대표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그의 대권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말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 대표에서 물러나 자연스럽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야권 관계자는 “논란 이후 안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계속 금이 가고 있었다”면서 “이번 사퇴로 3당 실험 역시 빛이 바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2년 대선후보 사퇴, 2013년 신당 창당 포기 등 주요 국면마다 보여준 ‘철수정치’를 이번에도 반복했다는 지적도 제기할 수 있어 대권가도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안 대표의 지지율이 심각하게 추락할 수도 있었던 만큼,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사퇴였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대표직까지 던지는 책임지는 모습이 추후 ‘2보전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지원, 당 수습 위해 ‘가속페달’ 밟고 돌진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6월 30일 공식업무 개시 첫날부터 ‘속도전’에 나섰다. 당이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비틀거리며 급기야 전날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마저 물러난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아 안으로는 흔들리는 조직을 수습하고 밖으로는 실추된 당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가속페달’을 밟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옛날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세 안다’고 한다”며 두 공동대표의 사퇴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속한 의사결정,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원 초기에 보여준 우리 당의 선도정당, 제3당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대처를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박 비대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오전 의총을 통해 당 수습 및 정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갔다.

우선 조속한 비대위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당의 골격인 지방·지역 조직 구성 마무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비대위 체제에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자 매주 화요일 의총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번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오는 7~8월 당의 주요 의원들과 함께 전국을 순회 방문하기로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오후에는 사무총장, 각 본부장, 실국장 등으로부터 업무보고 받고, ▲ 당헌·당규 일체 정비 및 현역 의원으로 분야별 제정·개정 위원회 설립 ▲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의 2주 내 의총 보고 ▲ 의총서 매달 회계 보고 및 매주 당무보고 ▲ 당부납비 방법 및 시스템 정비의 의총 보고 등을 지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야권에서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각각 3번이나 한 ‘진기록’을 가진 만큼 안팎에서 거는 관록과 경륜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사태 수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태세다. 실제로 당 내부에서는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서 당을 이끄는데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에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번 비대위원장 추대 과정에서도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보비 파동으로 입은 이미지 손상이 심한 데다 당 내부도 사분오열(四分五裂·어떤 사물이나 견해 따위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거나 흩어짐) 조짐을 보인 상황이어서, 이를 수습하고 총선 이후 바닥을 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운영에서 배제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 온 일부 호남 의원들도 다독여 끌고가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이 정치권에서 정치역량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舊)정치인 이미지가 강해 국민의당이 기치로 내세워 온 ‘새정치’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를 노정(露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도 스스로 당의 새로운 ‘간판’임을 자임하기보다는 안 전 대표 등 당내 대표주자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서포터즈가 될 것”이라며 “우리 당의 얼굴은 박지원이 아니라 안철수다. 저는 뒤에서 밀고 가는 보조자라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본인이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가정 아래 안 전 대표는 물론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등을 영입해 판을 키우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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