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현혹하는 개명한 상장사들
개인투자자 현혹하는 개명한 상장사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7-01 18:16
  • 승인 2016.07.01 18:16
  • 호수 1157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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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으로 ‘이미지 세탁’ 투자 유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일부 상장사들이 연례행사처럼 사명을 변경,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명을 변경하는 이들은 주력 사업 목적 변경으로 인한 개명이라고 하지만 부실기업의 오명을 벗기 위한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탁결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상호명을 변경하는 업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액면변경 회사도 대폭 증가, 주식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상호 바꾼 회사 지난해만 98곳, 전년 대비 44% ↑
전문가들 “기업의 이미지 보다 기초 여건 따져봐야”

실제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이미지 제고 등을 이유로 상호변경이 줄을 잇고 있다. 상호변경이란 회사 영업활동의 강화,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호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호변경은 정관 변경사항으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하며(상법 제434조), 주주총회결의일로부터 본점소재지에서는 2주 내, 지점소재지에서는 3주 내에 상호변경 등기를 해야한다.

지난해 상호변경을 실시한 회사는 98곳으로 집계됐다. 전년(68개사) 대비 30개사가 증가한 것이다. 증권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법인이 22개사로 전년(29개사) 대비 약 24.1% 감소했지만 코스닥시장법인은 76개사로 전년(39개사) 대비 약 94.9%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년간의 상호변경 추세는 2011년 82개사에서 2012년 69개사(-15.9%), 2013년 67개사(-2.9%)로 감소하다가, 2014년 68개사(1.5%), 그리고 2015년에는 98개사로 전년대비 44.1%가 급증했다.

예탁결제원은 이에 대해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호변경이 다수”라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에서도 2015년도 상장법인의 상호변경 사유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 또는 제고(56.1%), 기업합병(21.4%), 사업영역 확대(16.3%), 회사분할(4.1%), 지주사 편입(2.0%) 순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기업이미지 개선이나 제고를 위해 상호를 변경한 회사는 대한유화 등 55사다. 근화제약→알보젠코리아, 동양강철→알루코, 온세텔레콤→세종텔레콤, 영남제분→한탑, 한라비스테온공조→한온시스템, 삼환까뮈→까뮈이앤씨, 파라다이스산업→파라텍 등도 포함됐다.
 
합병 등의 사유로 상호를 변경한 회사는 삼성물산 등 21개사, 사업 확장 및 기존 사업활성화를 위해 상호변경을 한 회사는 퍼시픽바이오 등 16개사였다. 분할을 이유로 변경한 회사는 우리산업홀딩스 등 4개사, 지주사 편입을 위한 상호 변경 회사는 인터파크홀딩스 등 2개사였다.

이유 알 수 없는 주가상승

아울러 올해 들어서도 상장사들의 간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고, 이들은 사명을 변경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간판을 바꿔 단 상장사들의 주가가 평균 8.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20일까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총 66개로, 작년 같은 기간(58개)보다 13.79% 늘었다. 이 가운데 48곳이 코스닥 상장사였고, 나머지 18곳이 코스피 상장사였다.

상장사별로 보면 인쇄용품 제조업체 한프(전 백산OPC)가 올해 3월 17일 이름을 바꾼 이후 주가가 무려 278.39%나 뛰어올랐다. 엠젠플러스(전 엠젠·243.14%)와 에스아이티글로벌(전 아남정보기술·167.46%), SWH(전 신우·152.82%) 등도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이들 업체는 거래소로부터 주가 급등에 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지만 공시할 만한 중요 정보가 없거나 뚜렷한 상승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들을 포함해 이름을 바꾼 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총 26개사로 조사됐다.

액면변경 사례 386% 폭증

또한 액면변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증권시장 상장법인 중 액면을 변경한 회사는 아모레퍼시픽 등 총 34개사로 전년(7개사) 대비 약 386% 폭증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14개사로 전년(3개사) 대비 367% 증가, 코스닥시장은 20개사로 전년(4개사) 대비 400% 증가했다.

액면변경 유형은 주식거래의 유동성 증가 등을 위하여 31개사가 액면 분할을 실시했으며, 액면증액을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3개사가 액면병합을 실시했다. 액면분할 유형별로 보면 1주당 액면금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 회사가 13개사(42%)로 가장 많았다.

한편 이와 같은 연이은 상호명 변경이나 액면변경이 개인투자자들을 잘못된 투자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개인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우리 같은 개미(개인투자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당연한데, 특별한 이유 없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지 않냐”고 되묻기도 한다.
전문가들 역시 “상호변경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넨다. 아무런 변화 없이 상호변경만 됐을 뿐인데,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위험한 형태라는 분석이다.

예탁결제원은 액면변경에 대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다양한 액면금액의 주식이 유통되어 주가의 단순비교가 어려우므로 투자 시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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