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공기업 개혁은 여전히 말뿐’이라는 말이 또다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마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청망청 지출은 물론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었다. 축산농가들과 경마 중독자들을 외면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마사회에 경영평가 우수등급을 책정했다. 마사회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 대해 알아봤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이상 콘도숙박비 예산편성
현 정부 공기업 개혁 여전히 말뿐…경마중독자 외면하기도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위원장 유일호)를 개최해 116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주관으로 매년 실시하는 ‘사행산업 시행기관 건전화 평가’에서도 역대 최고점인 89점을 기록하며 ‘A+’등급을 획득했다. 웹툰, 플래시몹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건전화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렛츠런파크 문화공감센터 내에 도박중독예방센터를 추가 설치해 교육을 확대 시행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정부기관은 높은 등급 책정
국회의원은 문제 많다 지적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시선은 달랐다. 속을 들여다보니 여전히 썩은 유물이 있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마사회는 구제역, 조류독감 등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는 물론 경마중독자들을 외면한 채 복리후생에 과도하게 펑펑 지출하는 등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한 콘도숙박비를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기업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지적에 대한 근거로 김 의원 측은 한국마사회의 직원들은 1인당 평균연봉이 억대에 육박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사적으로 사용한 콘도숙박비마저 지급수수료 및 임차료 비목으로 예산을 편성, 집행해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금액으로 살펴보면 2013년에는 마사회의 콘도회원권 및 하계휴가기간 중 운영하는 콘도를 이용한 직원 2091명에게 7억7400만 원의 콘도 숙박비 전액을 지원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187명에게 콘도숙박비 16억5300만 원을 지급수수료 및 임차료 비목의 예산으로 지원했다.
불과 2년 10개월 동안에 지출한 콘도숙박비 지원액이 무려 16억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의 콘도 숙박비를 예산에서 지원해 오던 지난 1993년부터 집행한 금액 누계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에 마사회 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한 콘도 숙박비는 사내근로복지금에서 지원한 1억5955만 원은 제외한 금액이다. 마사회는 기존 보유콘도회원권 7개와 여름 휴가철 콘도 20개를 제외하고는 2009년 11월 사내근로복지금에서 콘도회원권을 구매했고 1인당 연간 2박 사용이 가능하다.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마사회 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한 콘도 숙박비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1억5995만 원을 별도 추가 지출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시달한 2013~2015년도 ‘예산 및 기금 윤용 계획 집행 지침’규정에 따르면 맞춤형 복지제도에서 제공하는 복지 항목에 대해서는 일반수용비 등 타 비목에서 벌도로 집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마시회의 선택적 복지포인트 종류별 항목 및 적용기준에 따르면 직원 본인 및 가족의 숙박비 등 국내외 여행경비를 선택적 복지 포인트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마사회에서는 선택적 복지 포인트로 지원하고 있는 직원 개인의 콘도숙박비를 예산에서 중복해 지원해 왔던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마사회에 앞으로 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한 콘도 숙박비를 지급수수료 및 임차료 비목에 편성해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 편성 및 집행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고액 연봉 뒤에 숨은
과도한 복지혜택 논란
한편 이러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속이 더욱 불편하다. 마사회가 억대 연봉을 받는 그야말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또다시 말뿐이었음을 확인받았다고 비난한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공시 자료에 따르면 상시종업원수 850명이던 2015년 말 기준으로 정규직 직원들의 1인당 평군 보수액은 8687만 원에 달하고 있다.
2016년도에 대졸, 사무직, 무경력자 직급을 기준으로 한 마사회 신입사원의 초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제외하고도 4016만 원에 달하고 있어 직원들이 급여 및 복리후생수준이 여타 공기업에 비해 좋다. 단순하게 타 기업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할 순 없겠지만 그동안 마사회가 해왔던 일련의 문제적 사건(?)들에 빗대어 보면 이번 지적 또한 타당하다는 게 사회 전반의 분위기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