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출의 여의도 패트롤②] 20대 막장공천 폐해
[이현출의 여의도 패트롤②] 20대 막장공천 폐해
  • 일요서울
  • 입력 2016-06-27 09:39
  • 승인 2016.06.27 09:39
  • 호수 115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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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개혁은 공천개혁에서부터
- 20대 총선 19대 총선과 ‘판박이’

제20대 총선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는 데에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듯하다. 예측치 못한 결과를 두고 행위자 요인이 구조적 요인을 압도한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도는 야권이 분열하는 등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정당 공천과 같은 행위자 요인이 구조적 조건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2년 제19대 총선이 끝난 후 치러진 어느 학술회의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적이 있다. “경제위기 이후의 사회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양극화, 레임덕 시기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 낮은 대통령 지지율 등의 구조적 요건의 기울기는 야권의 승리를 기대하게 하였지만, 정당의 후보자 요인 등 행위자 차원의 여러 요인들은 이같은 구조적 기울기를 뒤집고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서 일어난 일들이 2016년에는 새누리당에서 똑같이 일어난 것이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경제적 정책의 중도화와 폭넓은 인물교체를 통한 쇄신을 꾀한 것에 비해 통합민주당은 공천과정에 혁신과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정책쟁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당시 한명숙 전 총리를 당 대표로 등장한 민주통합당 안에는 계파만 6개가 존재하는 등 ‘계파 정치'가 난무했다. 이는 총선을 앞둔 공천 파문의 주된 요인이 됐다. 각 계파의 수장들이 리더십을 나눠가져 계파 공천을 막아낼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탓이다. 그 결과, 공천 역시 계파 나눠먹기식이 되어버렸고, 이 공천결과를 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비(非)친노 진영의 박영선 당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4년 뒤의 상황은 어떤가? 이번에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간의 역할교대가 있었을 뿐이다. 야권이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 당으로 분열되면서 구조적 조건은 새누리당에 매우 유리하게 전망되었다. 선거 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16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후보 등록 직전까지 벌어진 친박 대 비박 간의 공천갈등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하였다.

‘사천’ 판치고 계파이익만 ‘득세’

무엇이 막장공천을 유도하는가?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계파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세기 국가경영을 해나갈 비전과 전문성을 갖춘 경세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이나 차기 대선에서 대권후보를 자파에서 배출하기 위한 전위대를 구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오늘날 정당정치 하에서 국민은 정당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정당이 좋은 후보만을 공천해 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정당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공직후보자 충원 기능을 사적인 계파 이익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천을 통해 선출된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는 어떨까? 미증유의 세기적 격동기에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는 엄중한 국회에서의 국정심의가 온전하길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눈을 사기업의 직원채용으로 돌려보자. 일반직원을 뽑는 데에도 일정 기간의 시간을 두고 인턴과정, 채용심사 과정 등 꼼꼼한 절차를 거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정을 심의하는 국회의원을 공천하는 정당의 모습은 어떠한가? ‘어느 계파’인지?, ‘어느 정치지도자’가 밀고 있는지가 공천을 받는 기준이라고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정당의 모습에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나날이 깊어가는 것이다.

국민 감동 주는 공천으로 거듭나야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우리는 근년에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참가자나 관객, 시청자 모두를 감동시킨 장면들을 기억한다.  ‘수퍼스타K’(슈스케), ‘나는 가수다’, ‘K팝 스타'에서와 같이 정당의 후보도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경쟁하며, 국민들과 공감지수를 높여갈 수는 없을까? 공직 예비후보자들이 정당이라는 무대에서 당원들과 국민, 그리고 공천배심원들이 보는 앞에서 치열한 서바이벌 오디션을 벌이도록 기획할 수는 없을까?

물론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는 민주성과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화되지 못하고 후퇴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제 각 정당은 우리 사회의 다층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경세가를 배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밀실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계파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위하여, 세과시가 아니라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는 없을까? 정치제도는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2017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여름의 전당대회는 이러한 공천제도의 개혁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 달라진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자.  <이현출 정치평론가>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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