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이럴 거면 왜 하는데?”
“전자발찌, 이럴 거면 왜 하는데?”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6-24 20:18
  • 승인 2016.06.24 20:18
  • 호수 1156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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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H아파트 60대 여성 성폭행 살인
▲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강남 아파트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6)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김 씨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를 찾아가 1000만 원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범죄 전과자인 김 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김 씨를 추적하던 중 김 씨가 도주 직전 A씨의 아파트에 수차례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고 탐문수사를 벌여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자신의 집 안방 침대에 옷이 벗겨진 상태로 숨져 있었다. 국과수 감정 결과 A씨의 사인은 질식사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A씨의 입과 코를 손으로 눌러 질식사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김 씨는 카드와 차량 할부대금 등이 연체된 상태였다. 중국집 등에서 배달 일을 주로 해온 김 씨는 지난 4월부터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 A씨와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A씨의 집에 “영업차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CCTV 분석 결과 김 씨는 지난 14일 오전부터 16일까지 세 차례 김 씨의 집에 다녀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13일 출소한 뒤 서울지역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지난달 23일부터 서초구 한 고시원에서 지냈다. 경찰이 지난 1개월 김 씨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김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강원도 영월, 경기도 양평, 가평 등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김 씨는 범행 직후 대전에서 부녀자 상대로 핸드백 날치기 범행을 벌이려다가 수배차량임을 알아챈 경찰에 검거됐다. 위치추적 단말기와 전자발찌는 서울을 빠져나가면서 끊어버린 상태였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다음날인 18일 오후 8시 34분경 대전 노상에서 60대 여성을 뒤따라가 핸드백을 날치기하려다 미수에 그쳐 검거됐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조사하던 중 김 씨가 지난 17일 이전 강남구 모 아파트를 수회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19일 모 아파트 탐문 중 소재 확인이 되지 않는 세대에서 숨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김 씨는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A씨에 대한 살인 혐의에 대해 추궁하자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행하려고…딱 걸린 ‘거짓말’

강남 아파트 6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37)씨가 성폭행을 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김 씨는 면식범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피해자 A씨와 아는 사이가 아니고, 성폭행을 한 후 강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상태에서 성적 충동에 의해 성폭행을 한 후 강도를 저지르다가 A씨가 반항을 하자 죽이지 않으면 잡히겠다는 위기감을 느껴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김 씨가 피해자를 한 달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진술했는데 통화 내역, CCTV 등을 확인해보니 범행 이틀 전 처음 만난 사이였다”고 말했다. 애초 김씨는 1차 조사에서 “A씨와 알고 지내던 중 돈을 빌려주지 않아 살인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지난 14일 A씨를 길거리에서 처음 보고 성적으로 호감을 느낀 후 같은 날 보험상품 소개를 빌미로 A씨의 집에 들어갔고 집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김 씨는 다음날인 15일 A씨의 집을 4회 방문해 서성거렸으며, 16일 A씨 집에 몰래 들어간 뒤 오후 4시 45분경 귀가한 A씨를 붙잡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2005년과 2012년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수법의 성폭행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복역해 지난해 출소했다”며 “김 씨에 대해 어느 정도 채무가 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씨는 범행 직후 대전에서 부녀자 상대로 핸드백 날치기 범행을 벌이려다가 수배 차량임을 알아챈 경찰에 검거됐다. 위치추적 단말기와 전자발찌는 서울을 빠져나가면서 끊어버린 상태였다.

경찰은 김 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특수강간, 강도살인, 특정범죄자에대한보호관찰및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할 예정이다.

중국여행까지…무용론 급부상

한편 김 씨가 전자발찌를 찬 가운데 중국을 다녀온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무용론’이 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국내를 7일 이상 여행할 때는 보호관찰관 허가를 획득하면 된다. 외국여행도 보호관찰소나 보호관찰관의 허가를 얻으면 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김 씨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까지는 14시간이 걸렸다. 동선을 파악해 경찰이 바로 체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관할 지방 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영장 발부라는 절차가 있어 이런 것들이 걸림돌이 돼 체포가 늦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대상자는 전자발찌가 처음 도입된 2008년 151명에서 2016년 6월 2501명으로 급증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경우는 200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 134건으로 늘었다.

전자발찌를 착용자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인력 부족도 지적된다. 현재 보호관찰소 직원이 한 명이 250명 넘는 전자발찌 착용자를 24시간을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60대가 외출 제한 규정을 어긴 데 이어 단속 나온 보호관찰소 공무원마저 폭행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경범죄자에 한해 자택에 머물도록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중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하는 건 도입취지에 어긋나 보인다”고 지적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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