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교사들의 비위 범죄…솜방방이 처벌이 문제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참스승이 없다.”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해 이를 키우고 품성을 기르는 데 전력을 다 해야 할 교사들이 최근 각종 범죄에 연루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에서부터 성폭력, 사기, 살인 사건 등으로 교사들이 사법기관에 줄줄이 체포되고 있는 것. 이같은 교사들의 비위와 범죄가 위험수위로 치닫자 학부모들은 징계기관에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대학수능능력시험 모의고사 문제를 학생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학원강사와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적발했다. 이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지난 6월2일 치러진 수능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출제 내용을 서로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교사가 문제 내용을 학원 강사에게 알려주고, 강사는 이를 학원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특정 작품이 지문으로 출제된다고 강의한 것.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지난 2010년 이전부터 수년간 억대의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두 사람 사이의 통화내역과 수년간 이뤄진 금전거래 내역 등을 근거로 이들의 범행을 입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사건에 모의평가 검토위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월 모의고사 출제진 선발 때 6월 출제진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교사의 시험문제 유출사건 빈번
교사의 시험문제 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에서 고3 수리영역 출제에 참여한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문제를 유출했다가 들통 났고, 2007년에도 한 외국어고등학교 교사가 돈을 받고 입시 문제를 학원과 학부모에게 넘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친척 학생에게 학교시험 문제를 시험 전에 알려준 혐의로 인천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입건되는 등 문제 유출 사건은 거의 매해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교사는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해 교사로서 부끄럽다”며 “사실 강사로부터의 문제 유출 유혹은 누구에게나 뻗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사들은 거절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대학입학시험중 하나인 SAT 문제가 유출된 것이 발각돼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SAT 기출문제 35세트 컴퓨터 파일을 브로커로부터 수천만 원에 사들여 이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강남지역의 한 학원장 K씨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K씨는 SAT 시험이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유출 사건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6월11일에는 한국과 홍콩 등지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ACT(미국대학입학시험)가 시험 시작 2시간 전에 전면 취소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시험문제의 사전 유출이 시험취소의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5500여 명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사립고교 입학시험(SSAT)에 응시한 수험생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는 일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시험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월18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치러진 상위레벨 시험에서 상당수 학생의 성적이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 이에 위원회는 문제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범법행위 다양
교사들의 성범죄 사건은 일상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JTBC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지난 2014년부터 상습적으로 방송실에서 여학생들과 입맞춤을 시도하거나 신체 부위를 부적절하게 만졌다. 이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모두 5명이며 이 같은 사실은 교장과의 상담 과정에서 밝혀졌다. 상담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교사가 성추행 후 돈도 주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는 “격려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며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이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학교와 교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행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고교의 한 기간제 교사는 휴대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사는 ‘조건만남’으로 여성을 만난 뒤 화대 10만 원을 주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알몸까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충남 서산에서는 고교 교사가 여학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전남에서도 한 중학교 교사가 5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교사들의 성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체벌로 학생의 ‘왕따’를 부추기는 교사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고 체육 교사는 최근 수업 도중 학생이 말대꾸했다고 폭행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사는 배드민턴 채를 휘두르고 교무실에서도 학생의 머리와 얼굴 등을 손으로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서울의 또다른 사립고에서 수학교사가 학급 내 도난을 조사하는 과정 중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려 조사받았고, 제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을 ‘왕따’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사기, 폭행, 살인 사건에 연루된 교사도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높은 이자를 챙겨주겠다며 지인과 동료, 선후배 교사 11명에게 접근, 38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고, 충남 공주의 한 중학교 교장은 기간제 교사 채용을 미끼로 교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경남 창원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달 말 아내에 이어 17개월 된 아들을 수차례 때려 입건됐으며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가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밖에 경기도 고양시에서 50대 교사가 부부싸움 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여섯 살배기 딸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힘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표절에 연루된 교사들도 나왔다. 지난 5년간 전국에서 교원 61명이 승진을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회 때 표절한 연구보고서를 냈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
이처럼 교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범법 교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비위 또는 범법 교사들 중 해임 등으로 교단을 완전히 떠난 교사는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경고나 감봉 등의 처분을 받고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의 비윤리적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봐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러나 “징계위원회가 교사들의 비위내용, 당시의 상황, 징계규정 등을 면밀히 고려해 결정한 것이지 봐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교사들의 비윤리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교육계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무서워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며 “학교에 가면 가능한 혼자 있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행동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에 연루된 교사는 교단에서 완전히 퇴출되어야 한다. 교육은 다른 분야와 다르기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한 매체를 통해 “성범죄와 성적조작 등의 중대 범죄에 연루된 교사들에게는 높은 형량이 처해져야 한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교육계는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특히 교사의 모의평가 문제유출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교단의 자성과 함께 시험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범죄 교사들에 대해 국회차원의 대책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교사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제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그러나 징계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교사들의 비위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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