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됐다. 밀양, 가덕, 그 어느 곳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동안 두 지역은 밀양 대 가덕, 가덕 대 밀양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10여년의 갈등이 해프닝으로 끝난 가운데 신공항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신공항 개발 호재 기대감에 부풀었던 부동산 시장 전망도 엇갈린다. 이와 더불어 김해공항 확장에 필요한 추산 비용과 노선 구축, 수익성 확보 등에 대한 쟁점들도 대기 중이다.

주식·부동산·수익성 놓고 설왕설래
지난 21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해공항이 영남권 거점공항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면서 “김해공항을 확장해 영남권 신공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발표 후 정치권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비롯해 지역갈등도 더 깊어졌다. 특히 5년 전 김해공항 확장을 할 수 없다고 판정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 한 직후,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를 폐기했다. 김해공항 북쪽에 자리한 해발 360m 높이의 돗대산이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돗대산은 2002년 중국 민항기 충돌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다. 또 24시간 공항 운영으로 빚어질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와, 공항 확장에 따른 주변 용지 확보 대책도 마땅찮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해당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약 4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똑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상반되는 결정이 나오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번 신공항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남권 분열 방지를 위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조건 다른 결정
이 같은 후폭풍은 정계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신공항에 투자를 결정했던 투자자들은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밀양 신공항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연일 폭락세를 보이며 매물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 밀양 테마주로 꼽히던 세우글로벌은 지난 23일 오전 9시 장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전 날보다 18.60%(675원) 내린 2950원에 거래됐다. 또 다른 테마주인 두올산업도 전일 대비 12.78%(450원) 하락한 3050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에 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다만 가덕도의 경우 김해와 인접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공항 건설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지 못하지만 기대감을 가질 요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덕도 신공항 테마주로 분류되던 부산지역 레미콘 업체인 부산산업의 경우 김해공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김해공항 확장 시 레미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반면 김해공항 관련 테마주로 묶인 종목은 상승세다. 김해공항 인근 부산 사하구에 공장이 있는 광진실업은 같은 날 9.72% 상승세를 보였다. 공항 인근에 본사가 있는 세명전기도 3.11%가량 올라갔다.
부동산 시장도 투자수요가 급격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밀양과 가덕도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땅을 매도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공항 조성 기대감으로 땅을 매입했던 외지인들이 일제히 손절매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밀양과 가덕도는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뒤 가격이 크게 뛰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두 지역의 토지가격은 2013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5%, 7.76%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지가 상승률은 5.59%(경남 5.80%)였다.
하지만 신공항 입지가 무산되면서 부동산시장 판도는 바뀌었고,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
이경수 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은 “가덕도와 밀양은 신공항이 아니면 개발호재가 전혀 없는 지역이다”면서 “신공항만 보고 땅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올랐던 땅값은 원래 가격을 찾아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덕도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김해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반면 김해공항 일대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를 위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역시 오는 2017년 5월이면 끝난다.
국제노선 유치 관건
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과 추가 비용 소요 여부, 노선구축 등 수익성 확보 가능성에 대한 쟁점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김해공항은 항공기가 바람 방향에 따라 선회해 이착륙하는 방식으로 인해 소음피해 지역이 넓은 편이다. 공항 확장에 따라 유동량이 증가하면 소음 피해는 더욱 늘 수밖에 없다.
또 공항 확장 소요 비용으로 추산된 4조 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밀양과 가덕도는 10조 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김해공항 확장안의 경제성을 높이고자 예상 비용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공항 자체가 연약지반에 위치해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익성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인천공항에 집중된 장거리 국제노선을 얼마나 끌어올지에 따라 공항투자 실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김해공항 확장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또 오는 7월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이르면 2026년까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해 공항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을 확장하는 공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대구역에서 김해 공항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철도 노선이 생기고,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에서 김해 공항으로 가는 연결도로도 만들어진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