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7년 대선이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몸이 단 쪽은 당연히 새누리당이다. 야권은 ‘잠룡’이 넘쳐나 새누리당까지 넘보고 있는 실정이지만 속수무책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권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지만 웬지 불안하다. ‘출마의지’는 밝혔지만 ‘제2의 고건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기반도 약하다. 친박이 알아서 밀어준다고 하지만 대권은 남이 주는 게 아니다는 것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잘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은 친박대로 비박은 비박대로 대선 후보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단 계파를 떠나 정권은 재창출하고 보자는 게 새누리당의 솔직한 심경이다.
-중장년 반기문·황교안 젊은층 오세훈·남경필
-‘세대별 맞춤 전략’ 2017 대선 필승 전략
여야 대선후보군 지형을 펼쳐보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내년 대선은 해보나마나 한 게임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선전하고 있지만 오차 범위 내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 뒤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뒤를 잇고 손학규 전 고문에 김부겸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야권 잠룡군이 즐비하다.
반면 집권여당 내에는 외부 인사인 반 총장을 제외하고 잠룡군으로 분류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대중인지도나 당내 기반이 약한 후보군뿐이다. 여당 정치인중 그나마 의미 있는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물론 비박계에는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있지만 야권 잠룡군과 비교해 중량감이 떨어진다. 야권 후보군이 내년 대선직전 단일대오를 유지할 경우 패배는 불보듯 훤하다. 게다가 10년 정권을 유지하는 동안 국민들 피로감까지 누적된 상황이다.
임기말 권력 관리…대선후보 다양화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대권을 두고 계파싸움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마찬가지 신세다. 임기 후반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조기대선 과열로 인한 ‘레임덕’을 걱정하지만 친박과 측근들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권을 빼앗길 경우 역대 정권에서 측근들이 어떤 불이익을 보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정권의 불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임기 후반기를 맞아 레임덕을 가져오더라도 복수의 대권 후보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청와대 핵심인사와 친박계에서는 ‘세대별 맞춤 대권 후보 만들기’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반 총장의 경우 60대 이상과 TK와 충청도 등 전통 보수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매력적인 카드는 분명하다. 하지만 고령으로 20대부터 30, 40대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대세론’에 갇혀 이회창 전 총재가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아픈 경험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전 총재는 ‘대세론’에 기대 경선에서는 무난하게 승리했지만 정작 본선에서 이합집산과 야권단일화를 한 DJ와 노무현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무엇보다 ‘반기문 카드’의 최대 불안요소는 2007년 대권 출마를 저울질하다 중도에 포기한 고건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노장층을 겨냥해 반 총장 대체인사로 황교안 총리를 꼽고 있다. 황 총리는 6월18일이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본인은 차기 대권 출마 관련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 총장만큼 보수지지층이 주목하고 있는 인사가 황 총리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공안검사 출신으로 직접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실무적·이념적 바탕을 갖추고 있다.
또한 법무부 장관시절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도 전면에 나서 보수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황 장관처럼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임 1주년을 맞는 기자간담회장에서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황 총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즉답은 피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보수 대 진보 대결 구도로 흐를 경우 강력한 보수 아이콘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기문-황교한 카드가 노장층을 위한 카드라면 40대 이하의 젊은 표심을 이끌어내기위한 카드로 ‘오세훈·남경필’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정세균 현 국회의장에게 패해 대권 주자로서 흠집이 났다. 하지만 당내 남경필·원희룡 지사등과 함께 ‘50대 기수론’에 선봉에 서 있다. 또한 무상급식 투표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보수층부터 젊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기문 대세론’ 안돼 오세훈·남경필 부상
이에 친박계에서는 상처입은 대권주자로서 명예회복을 하고 박 정권차원에서 확실하게 지지하는 의미로 ‘오세훈 총리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오 전 시장은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할 당시 차기 총리감으로 추천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큰일 하실 분에게 총리가 맞지 않다”며 오 전 시장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오 전 시장 역시 사석에서 “정치적 인연으로 따지면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박 대통령에게 신세를 졌다. 나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것은 박 대통령이었다”면서 박 대통령과의 유대감을 강조하곤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맹형규, 홍준표 등 서울시장 후보들을 설득, 뒤늦게 영입된 오 전시장의 후보 등록이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그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지지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다 ‘커터 칼 피습사건’이 터진 바 있다. ‘오세훈-박근혜 연대’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고 총리직까지 오를 경우 ‘제2의 오박연대’가 내년 대선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이 청와대와 친박계에게 매력적인 점은 젊은층뿐만 아니라 이념적으로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당내 소장파 시절부터 친박계 인사들과 신뢰를 형성해 반 총장이나 황 총리에 비해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총장을 제외하고 여당내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오 전 시장과 함께 ‘50대 기수론’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남 지사 역시 젊은층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중 차기 대선에 가장 적극적이기도 하다.
지난 5월말에는 정치권에서 ‘책사’로 통하는 윤여준 전 장관을 영입해 ‘조기등판론’이 일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대선 도전과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해 향후 여권의 차기 구도와 맞물려 남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다각적인 해석을 낳고 있다.
또한 남 지사는 이미 IT전문가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을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으로 초빙했으며, 이영조 경희대 교수를 경기연구원 이사로 영입했다. 남 지사의 부상은 오세훈, 김문수 등 신흥 잠룡들이 지난 총선에서 낙마해 상처를 입으면서 비박계로부터 ‘조기등판론’의 대상이 됐다.
한편 남 지사는 이탈리아와 독일,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유럽 4개국 순방에 나서 연정수업을 받았다. 남 지사는 개혁정치의 모델로 삼는 독일 등 ‘연정’을 통해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남 지사는 도지사 취임 직후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연정에 합의, 더민주에서 파견한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에게 여성가족·환경·보건복지업무를 맡기고 도의회와 예산 편성권을 공유하는 등 정치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트 박근혜’ 미래권력 중심추 이동?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대별 맞춤 대권 전략’이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차기 대권에 선뜻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이 다가올수록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역시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하는 ‘미래권력’에 무게중심추가 옮겨갈 수밖에 없다. 또한 ‘반기문 대세론’에 기댄 채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보다는 대선 후보들의 다각화를 위한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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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