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몸으로 말하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연애의 목적’(감독 한재림·싸이더스픽쳐스)은 대놓고 섹스를 하자고 조르는 뻔뻔한 남자와 못이기는 척 그와 관계를 갖는 대담한 여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대사는 훨씬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다. “젖었어요?”라고 뻔뻔하게 묻는 남자, “처음 볼 때부터 하고 싶었어”라고 적극적으로 달겨드는 여자. 이들의 대담하고 자유로운 사랑은 ‘말’보다 ‘몸’이 앞선다. 최근에 개봉한 ‘녹색의자’(감독 박철수·제작 합동영화주식회사)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벌거벗은 남녀가 격렬하게 몸을 섞는다. 서른 두 살의 이혼녀와 열 아홉 살의 고등학생이 만나 강렬하고 진한 사랑을 나누는 멜로물이다 보니 베드신은 필수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의 만남에는 마치 섹스만이 중요한 것처럼 그려진다. 이처럼 성적인 담론을 노골적인 형식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 영화뿐만이 아니다. 17살 소녀와 40대 철학교수의 애정 행각을 다룬 프랑스 영화 ‘권태’와 ‘정사3’ 등은 포스터 전면에 베드신을 게재함으로써 거침없는 섹스신을 짐작케하고 있다.
베드(bed)신? 아니면 배드(bad)신?
물론 이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노골적이고 과감한 성적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 각각의 영화들은 주인공들의 관계를 통해 종국에는 보편적인 ‘사랑’의 목적과 의미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극적인 베드신이나 민망한 대사들은 사실 그러한 영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말 그대로 ‘액세서리’나 ‘패션’일 뿐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포장은 야하지만 남녀 주인공들의 성행위만을 담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물론 더러는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려는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이용하거나,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는 베드신을 의도적으로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키스신, 베드신이 얼마나 되며 신체노출이 어느 정도인지를 영화 홍보의 포커스로 삼을 정도. 배용준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외출’ 역시 ‘장장 9시간에 걸친 베드신 촬영, 탈진’이라는 기사가 장면의 농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의 베드신은 극중 두 남녀가 점차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가던 중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장면일 뿐, 사실 ‘9시간 촬영’이 ‘9시간 짜리 농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시 쓰여져야 할 킨제이 보고서
1998년, 29살 처녀들의 속 시원한 수다로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발칙한 영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처녀가 감히 섹스와 남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멜로 영화는 ‘선정성’이라는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등장하는 작품들은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그에 따른 성 관계를 치부시하던 기존 영화와 달리 더욱 솔직해지고 있는 것. 어찌보면 최근의 멜로 영화는 변화하고 있는 요즘 시대의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흥행성적 역시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한국 멜로영화의 ‘진화’는 더욱 거침없이 진행될 전망.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또 얼마나 다양하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기존 ‘멜로’의 상식을 파괴하는 작품들이 등장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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